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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짧은 생각

디지털 시대에 엽서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

어려서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시를 우리누나의 일기장에서 찾아 읽으면서
"왜 우리동네 우체국은 에머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지 않는걸까? 하는 의문과 동시에 억울(?)하기 까지 하다는 감성적인 불만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이가 먹고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편지따위(?)는 아무도 쓰지않는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
편지에 관한 관련글은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호주인 장모님의 '한국 사돈'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이메일이 주는 편안함(?)
99년도 군대에 입대를 하고서도 이메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었다.
상병 휴가때 친구 대학 전산실에서야 나도 이메일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그때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다.
군대있을동안에는 이메일보다는 아직도 국방부 편지지로 친구와 식구들에게 볼펜심에 침 묻혀가며 부지런히 써대는 시절이었기에 ...
그런데 제대를 하고나니 딱히 내이름으로 된 주소도 없어지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피시방 그리고 이메일.....
나도 이메일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주소가 없는 내게 가장 정확하게 배달되는 편리한 디지털문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메일의 영광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날라오는 "오빠 뜨거운밤"같은 뜨거운 메일들이 하루하루 수북히 쌓여갔다.
휴대폰의 혁명
핸드폰은 한국인에게서 뗄레야 뗄수 없는 기계가 되어 버렸다.
뭐 한국뿐만이 아니라 호주에서 사는 지금의 나에게도 생활이자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짧은 문자가 귀찮아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는 내 급한 성격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
휴대폰이 주는 편리함만은 어떤 디지털 문명도 따라올순 없다.
심지어 이제는 아이폰이다. 안드로이드다 뭐다해서 스마트폰이 대세다.
그 조그만 기계안에서 인터넷까지 된다는 것은 정말 "혁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엽서를 쓰는 이유!
내 이메일 주소록을 보면 외국인 친구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이 있다.
가끔 관계가 소원해진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날리기도 하고 오랜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엽서를 사서 친구들에게도 식구들에게도 보낸다.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그럼 오늘은 마지막으로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오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면 ...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로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이 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자전거 여행중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중...
편지가 우체통에 들어갈때의 설레임이란 이메일의 '보내기'버튼과는 차원이 다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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