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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외국인 장모님은 "동양인 사위"를 어떻게 생각할까?


살아가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든일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것도 다른사람이 궁금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굉장히 궁금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때는  남들의 시선보다는 나의 의견이 무조건 우선일 정도로 개인주의의 대명사였다. "청바지에 구두 그리고 청카바"는 나만의 최고의 패션이라며 우쭐거리기까지 했던 무대포 정신의 선봉장이기도 했다. 대학 후배는 그런 나의 패션에 가끔 진심어린 충고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형! 술한잔 했으니까 말인데 형 패션은 진짜 민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청카바"로 불리는 이유는 나만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나에게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가 궁금 해진적이 있으니 ....
처음 여자친구 엄마를 만나러 가는길....
도대체 안정을 할수가 없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내게 트래시가 한마디 한다.
"뭘 그렇게 안절부절 못해 6년전에 이미 한번 만났으면서?"
"그때하고 같니? 그냥 가는게 아니라 니 남자친구로 가는건데 ...!"

이미 한번 뵌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긴장은 회사 면접 보러 가는 것보다 더 떨렸다.
'회사야 떨어지면 딴데 보면 되지만 이건 그럴수도 없는거 아닌가'
마침내 트래시의 집에 도착하고 마당에 들어섰다.
"어이 트래시 만나면 포옹해야하나? 왜 서양사람들은 그러잖아!"
"ㅎㅎㅎ 그럼 아마 뒷걸음질 치실걸....."
"그나저나 호칭을 어떻게 하지?"
"그냥 이름 불러야지~"
"미세스 라고?"
"ㅎㅎㅎ"

다행히(?)트래시 아버지는 출타중이셨다.
그렇게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 마자 인사를 했다.
"ㅎㅎㅎ 청카바 다시 만났네 반가워"
"기억하시나요? 제니(트래시 엄마 이름) 잘계셨죠?"
"나 트래시 언니 세라 처음 보죠?"
"반가워요"

순식간에 인사는 끝나 버렸다.
가볍게 포옹을 해야하나 하고 반나절을 고민했는데 그냥 손만 흔들고 말았다.
'예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또 혼자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심호흡을 길게 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고?
우리집에 매형들이 오시면 제일로 바쁘신건 우리 엄마다.
다름 아닌 "씨암닭" 잡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은 어떨까?
한국에 "고부 갈등"이 있다면 외국에는 장모님의 사위 갈구기가 있다.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서양에서는 장모님과 사위 사이가 갈등구조라고 한다.
"저놈이 우리딸 인생을 망쳤어"
"출가외인 이라구여"

라고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나역시 트래시 엄마 대하기가 처음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질수가 없었다.
"트래시 니네 엄마가 나 동양인이라고 싫어하지 않으실까?"
"헤이 청카바 여기 호주야 ..다민족 국가라구"
"그래도.....걱정이 되네 "

어느날 트래시 엄마랑 이야기 하다가 중요한 걸 발견했다.

"청카바 한국은 조금 보수적이지 아마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처럼!"
"음 남녀관계에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죠 아시아 국가에서도 특히"
"이곳 호주도 내가 처음 시집 올때만 해도 굉장히 보수적이었지! 설겆이 빨래는 죄다 여자 몫이었구"
"한국도 그랬어요 한 20년 전까지 지금은 그래도 많이들 도와주죠! 물론 우리 아버지 세대는 아니구요~!"


트래시가 끼어든다.


"청카바씨도 설겆이 안하시잖아!"

"허거덕"
그랬다. 장모님도 트래시도 내가 집안일을 잘 안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름 요리도 하고 접시도 디시워셔에 집어넣고 빨래도 한두번씩 했는데 ....'
억울했지만 트래시 언니도 있고 조카들도 있고 해서 나의 비장의 무기인 웃음으로 떼우고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어쨌든 트래시 엄마의 갈굼(?)으로 난 깨달았다. 서양인도 동양인도 장모님들이 원하는 사위는

"인종을 떠나서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자를 원한다!"

그리고 혼인신고를 하던날..
작년 10월 약혼식을 했다.
약혼식을 하면서 혼인 신고까지 하기로 가족들과 합의(?)를 했다.
합의라기 보다는 트래시가 그러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사실 처갓집까지 비행기 타고 5시간 되는 거리를 자주 내려갈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날은 가족들의 작은 축제 였다. 모두 검은색과 흰색 드레스로 맞춰입고서 혼인 신고를 하러 갔다.
증인은 가족 모두....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이 증인란에 서명을 하셨고 드디어 나와 트래시의 성혼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중간에 우리 신부님은 눈물까지 .....
그리고 가족들과 포옹을 나눴다.

트래시 엄마가 그제서 나에게 한마디 하신다.

"이제부터 "엄마"라고 부르도록 해"(ㅎㅎ 이제 호칭문제로 골머리를 썩힐 필요는 없어졌다.)
그리고 장인어르신과 악수를 했다.
"우리 가족이 된걸 환영하네"(반면에 장인어르신의 호칭은 아직도 이름을 부르는데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그렇게 나는 트래시의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트래시는 나의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우리 모두 세계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손가락 추천 잊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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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란에 서명을 하고 계시는 장모님..
성혼선언문 낭독후 장모님과 포옹을 하며....
"이제 엄마라고 불러~!" 눈물이 그렁그렁 하시다.
이사진 찍으려고 옆에서 처제가 비누방울 열심히 불어댔다는....약혼식날 기꺼이 플라워걸을 자청했던 조카들...
장인 장모님과 함께 호주 퍼스 킹스파크에서 ...
조카들이 이리저리 도망다녀서 가족사진 한장 찍기 참 힘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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