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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외국에서 고양이를 길러보니.....


나는 태어나서 '동물'과 애완이란 단어를 함께 결부시켜 본적이 없다.
난 그만큼 동물에 무지했다. 물론 개와 고양이에 대해서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변화의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서방님 나 고양이 샀어!"
"이씨 고양이 털 알레르기 있다니까!"
"그거 거짓말인거 다 알아"
"진짜야 막 제채기 하고 숨 잘 안쉬어 진다니까!"
"그럼 약먹어~!"

그렇게 해서 호주 전국을 뒤져 '레그돌'이라는 종자의 고양이가 호주 타즈매니아에서 호주 다윈까지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우리 마눌님 손에 들어왔다.
서방님 이름을 뭐로 지을까?
호주 최남단 타즈메니아에서 레그돌 고양이를 찾은 건 순전히 와이프의 노력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차에 임신한 레그돌 고양이를 발견하고 연락을 한것이다.
임신기간을 기다리고 태어나서 비행기를 타도 좋을 만큼 클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와이프의 인내의 결정판이었다. 물론 돈은 이미 지불되어졌었고....
그 기간 동안에 나름 바빴다. 와이프는 쇼핑을 할때마다 고양이 물품을 하나씩 사놓기 시작했다.
"서방님 고양이 이름을 뭘로 짓지?"
"그걸 나한테 왜 물어보니? 그냥 Damn it (젠장)이락 불러 아니면 Shit(제길슨)"
".........서방님 고양이한테 얼씬도 거리지마"
"내 옆에는 얼씬도 못하게 해 얼씬도 안하면 땡큐고"

난 이만큼 고양이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아마 개였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털이 날릴 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두통이 찾아올 지경이었다. 심지어 연일 30도가 넘는 호주 다윈에서 고양이라니...
더운날씨로 협박도 해봤다.
"고양이 더운곳에서는 아마 잘 살기 힘들거야"
"괜찮아 에어콘 있는데 뭐.."
"허거덕  평소에는 전기세를 입에 달고 살더니..."

고양이 물품이 어느정도 쌓여갈 즈음 나도 이제 거의 포기(?) 단계에 이르렀다.
그때까지도 고양이 이름에 고민을 하던 트래시에게
"한국에서 고양이는 다 '나비'로 부르는데.."
"그거 한국말로 버터플라이 라며?"
"나비처럼 가볍게 걸어 다니잖아"
"어 ..그렇네 ..그래 이름은 '나비'다."

그렇게 해서 우리집에 올 고양이 이름은 '나비' NABI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도착!
"서방님 이번주 토요일날 공항갈거야!"
"왜 누구 친구오냐?"
"아니 '나비'가 온데.."
"뭐 벌써 마음의 준비가....아직..."

토요일 오후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공항에 나갔다.
평소 가는 공항이 아닌 공항 옆의 수화물 도착소에 가서 기다렸다.
"10시간 동안 비행 했으면 얼마나 우리 '나비'가 힘들까?"
"뭐 그냥 잠이나 자고 똥이나 퍼질러 싸면서 오겠지..."
"그거 마시지마 "나비"물이야!"
"나도 목마른데...."

그리고 마침내 수화물 도착소 사무실에서 나비를 만날수 있었다.
"헬로우 베이비.....힘들었지....얼른 차에타자 에어콘 틀어줄게."
"12주 지났다는데 생각보다 큰데.어우 털봐 ...길기도 하다."


'흠 근데 좀 귀엽긴 하네..'


집에 도착하니 조카들도 난리가 났다.

"우와....고양이닷...."
그렇게 나비는 우리집에 도착했다.
"야옹"거릴때 간질거리는 애교 울음소리....
고양이가 오고나서 쿠션도 만들어주고 장난감도 보여주느라 정신없는 트래시를 보면서 막상 고양이가 오자 오히려 내마음은 차분해 졌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 하겠는가?'
고양이가 티비를 보고있는 내 옆을 지나간다.
근데 이놈이 내 다리를 살짝 스쳐가는 거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 등을 살짝 긁어줬다.
그랬더니 내 다리 옆에 눕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냥 선심쓰는듯 몇번 더 긁어줬더니 갸르릉 거린다.
"어 마눌님 고양이 뭔가 이상한데 '자동차 엔진'소리가 나"
"ㅎㅎㅎ 그거 고양이가 행복할때 내는 소리야?"

"그래? 어렸을때 우리집에도 고양이 있었는데 ...이런 소리 한번도 못들었는데 ..."
하긴 그때 고양이는 내가 쓰다듬어 줘 본적도 없는 식은 밥 처리 전문용으로 키웠으니까...
"그럼 지금 행복한거라고? 이놈도 잘생긴 놈이 만져주니 좋아하네 .."
"ㅎㅎㅎ"

그때 부터 '나비'는 나에게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틈만나면 내 옆에 앉아서 티비를 함께 보기도 하고 만져주면 '갸르릉'거렸다.
만지다 보니 털 걱정보다는 자꾸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 고플때 내는 "야옹"소리는 어찌나 애처러운지 나도 모르게 사료를 찾아서 꺼내주기까지 했다.
내 방 침대 만은 네게 절대 허락 못해!

어쨌든 트래시도 안심한 모양이다. 내가 고양이 밥까지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비가 우리집에 온지 한달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똥을 치워 본적은 없지만.....
'그래! 니가 귀여운 것은 인정하지만 내 방에 와서 털 날리는 꼴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용납 못해!'
라는 신념으로 고양이와의 관계에 선을 나름대로 그었다.
그러던 어느날 ....
거실이 더운지 에어컨이 켜져있는 우리방으로 순식간에 들어왔다.
그러더니 침대에 벌떡 올라오는게 아닌가?
"이씨 너 안내려가?"
"서방님 왜 그래 잠깐만 있으라구해!"

그러다가 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데 자다가 내 다리에 묵직한 뭔가가 하나 기대어져 있는걸 발견했다. 어느새 나비가 내 다리에 기대에 잠을 새근 새근 자고 있는게 아닌가! 갸르릉 까지 거리면서 ...
'행복할 때 갸르릉 거린다는데...'
그렇게 애완동물에 대해 굳게 닫힌 나의 마음의 문의  빗장을 풀어 헤쳐버렸다.
'잘때는 더 귀엽네'
지금은 내가 일에서 돌아오면 혼자 있는 나비가 제일 먼저 야옹거려준다.
"아이구 나비 혼자 있어서 심심했지 아빠가 열심히 놀아주께 .."
그러면서도 아직도 똥은 치워주지 않고 있다.
언젠가 나도 트래시처럼
"어이구 나비 응가 많이도 했네" 하면서 나비의 모든것을 좋아할 날이 오지 않을까?
고양이 나비가 오고나서 확실히 집안에 웃음이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나 사고를 쳐대는지 ...그래도 밉지 않은것은 고양이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제가 나비의 똥을 치우는 날을 위해 손가락 추천 잊지 마시구요!

종종 나비에 대한 양육기(?)를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비와 관련된 애완동물에 관한 글 꼭 읽어보세요.
[청카바의 짧은 생각] - 외국인들은 정말 개를 식구처럼 사랑할까?

그래도 시간이 남으신 분들은 호주 동물에 관한 글까지 한번 읽어보세요..
[청카바의 여행기] - 호주 동물원 '생명의 신비'에 대한 조금 야한 이야기!
[분류 전체보기] - 동물의 왕국은 아프리카! 그렇다면 동물의 천국은 어디일까?

틈틈히 마눌님께서 사놓으신 장난감으로 놀고있는 나비양!
그냥 창틀에 서 있기만 해도 화보가 따로없네...ㅋㅋ
나비양 목걸이! 트래시랑 함께 한국여행하면서 샀던 이니셜!
"서방님 호주에는 이렇게 이쁜거 없으니까 여기서 사가자!"
"어이 마눌님 얼굴 한번 본적 없는 고양이한테 돈쓰기 싫어"
라고 했던 내가 고양이 포스팅하고 있다.

잔디에 내려놓으면 나비가 나비를 쫒아서 여기저기 날라 다닙니다(?)!
처음 공항에서 나비를 받고서 기뻐하는 마눌님...
내용과는 상관없는 사진 "서비스"로 한장 평소 이러고 낮잠잡니다.
마눌님이 찍은 카메라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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