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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아삭 아삭한 '수박 김치'를 외국에서 만들어 먹는 법!


외국에 살면서 ....제일 그리운 음식은....?

입안에서 쫀득쫀득 고소함을 자랑하는 곱창? 막창? 입안이 불나도록 매운 닭발..? 외국인이 그렇게 무서워 한다는 꼬소한 산낙지? 외국인도 환장까지 한다는 잡채? 불고기?

내가 시드니나 뉴욕처럼 한국인이 많은 곳에 산다면 저 정도 오리지날 호사스러운 한국음식을 그리워 할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내가 벤쿠버에 있을때 먹었던 뼈해장국은 오히려 한국것 보다 더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난 지금 한국식당이 한군데도 없는 그런 깡촌 호주 다윈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와이프는 호주인이니.....김치를 먹는것은 정말 나 혼자만의 고민거리다.
사실 이제는 많이 적응도 되어서 김치를 안먹고도 그냥 일년쯤은 살수도 있을것 같다.
그래도 .....가끔 수퍼에 있는 배추나 무를 볼때면 ..
'하나 사서 담아놓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배추 한포기에 ...6000원...나쁘지 않아..물론 속이 꽉차 있는 경우지만...
고추가루만 있으면 김치를 담그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너무 더운 여름이다. 한국도 아주 뒤늦은 찜통더위에...다들 고역이라는 뉴스를 읽었다.
이곳 다윈은 연중 대부분 30도를 넘나든다. 논스탑으로 쭈~~~~~~~~~~~~~~욱...
이렇게 더운날 뭐니뭐니해도 제일 좋은것은 대야에 물받아놓고 발담근채로 시원한 수박을 한입 베어무는 거다.
오늘 이글을 쓰는데 한국은 수박값이 너무 비싸 먹지도 못한다는 뉴스를 보고 ...
"아....오늘 수박이나 사먹을까....."라는 혼자말을 했다.
수박을 먹을때마다 난 수박 껍질에 관심이 간다....
"설마.....탈 만들라고?" 에이...내가 아무리 유치하기로서니...설마 그렇게 ....
언젠가는 해볼 생각이다..이곳 수박은 큼지막하니 내 얼굴 사이즈랑 잘 어울릴것 같다.
말이 길어졌다....내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것은 한국 재료도 없는 미지의 어느 더운 지방을 가게 되었을때.....맛있는 수박김치를 담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수박 고르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는 ...'열무 김치' 조금 기간이 지난 신김치를 좋아한다....
그 다음 좋아하는 김치는 .....오이김치....오이보다..그 안에 들어간 부추를 더 좋아한다.
이곳에도 오이는 있다...근데 ..내가 소금간을 잘 못하는것인지도 잘 모르지만 여기 오이는 금방 물러져서 오이김치는 포기했다. 그래서 오이와 비슷한 수박껍찔로 만드는 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하기엔 벅차다. 아무리 자취 경력이 길다해도 그런것은 이제 30대 초반인 나에게는 무리다. 우리집에 살고 있는 아줌마 경력 15년 차인 큰누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수박을 큼지막한걸로 하나 사왔다. 1Kg당 600원 정도다. 보통 1000원쯤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통수박을 잘 안사서 통으로 사면 거의 절반 값이다. 거의 10키로 가까이 되는 큰 수박을 들고 나오니 왠지 모를 뿌듯함....
오늘 저녁은 온 식구가 수박으로만 먹어도 될듯하다.

일단 수박을 먹고 보자...
얼마전에 다음 뷰에 '수박 깔끔하게 먹는법' 이 소개 되었다.
그 방법은 와이프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는데 .....이 수박 김치를 먹을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난 주로 수박을 네 조각으로 만든다음..미군용 숟가락 처럼 길이가 짧고 떠먹는 숟가락 머리 부분이 큰 걸 이용해 그냥 퍼먹는걸 좋아한다. (또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댓글이 빗발칠까봐 겁난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고 ...조선시대에 어느 양반 한명쯤은 이 방법을 선호했을거란 생각도 드니 테클은 사양하겠다. )
일단 그냥 빨간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평소에는 그냥 버리는 껍질만이 남는다....
그 껍질 부분중에 진짜 껍데기를 칼로 깍으면 오이 속살처럼 하얗기도 하고 퍼렇기도 한 부분이 나타나는데 ..오늘의 주인공이다. 그 부분은 와이프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넌 왜 수박 먹을때 하얀 부분을 먹냐?"
"서방님 이부분이 제일 아삭하고 맛있는데..."

어쨌든 수박사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빨간 부분은 죄다 내꺼다....욕심쟁이 우후훗~~
그렇게 깍아진 수박껍질을 그냥 손가락 굵기로 자른다....먹기 적당한 크기로....
손맛을 팍팍...
내가 아무리 자취 경력이 길다 한들 ...김치를 담가 보았겠는가....
엄니표 김치가 한달에 한번씩은 택배로 보내져 왔는데...
처음 김치를 담근것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왔을 때였다. 그곳도 한국식당이라곤 한군데도 없는 그런 시골이었는데 수퍼에서 배추를 사서 가지고 있던 고추가루를 뿌려 대충 만들어본게 처음이었다. 그런데 ..처음 치고 그 김치가 너무 맛있었던게 ...사실 내게는 충격이었다.
그냥 '피시소스'(액상 젓갈) 를 수퍼에서 사다가 고추가루랑 넣고 버무린것 뿐이었는데 ..
아마도 한국사람에게 먹어보라고 했으면...실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때 당시의 나와 다른 한국사람들은 그냥 빨간 색만 봐도 흥분할 정도로 '김치 금단 현상' 을 격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몇번 만들어보니 ...소금 간을 잘해야 아삭해 진다는 것도 알았고 ....한국 수퍼가 있는 도시에 갈때마다 젓갈을 사는것이 혹시나 모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박김치도 그와 별 다르지 않게 만들수 있었다.
모든 김치의 기본인 물을 빼기 위한 기본 작업.....'소금간' 을 한다...물론 굵은 소금이면 좋겠지...허나....이곳은 외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그냥 테이블 위에있는 보통 소금을 이용한다.
그리고 잠시 ..뚜껑을 덥고 ...잘라논 수박을 먹으면서 대야에 물을 담그고 신문을 한부 읽는다....
그러고 나서 지루하면 ...눈좀 붙이다가 부스스한 새집을 만든 머리를 하고서 ..정신을 집중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고추장을 꺼낸다. 고추장은 이곳 다윈에도 중국 식품점에 가면 있다. ...외국인도 사먹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품절이어서 살때 몇개를 한꺼번에 사놓는다.
그리고 고추장을 한 숟가락 떠넣어서 정갈하고 ...아침햇살이 커튼사이로 스며 들어와 볼을 간지럽히듯이...살살 버무려 주면 '수박 김치' 는 싱거울 정도로 쉽게 완성된다.
좀더 김치다운 맛을 바란다면 고추가루를 고추장으로 대신해도 밥한공기 뚝딱 할정도의 맛의 김치가 만들어진다.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가끔 친구들이 물어본다...
"외국은 항상 여유롭고 ....분위기 있어서 살기 좋지?"
외국이라서 그럴까?
살아가면서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 것처럼...가끔 한국에 있을때보다 여유로운것은 사실일때도 있다....가끔은 한국에 살때보다 더 빡시게 일을 할때도 있고....
남들은 이런 생활을 호사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엄니표...김치는 수시로 그리워지고 ...가을이면 전어회가 생각이나고 겨울이면 호빵이 그리워진다...
가끔 회사를 마치며 들어가는 길에 친구를 불러내 포장마차에서 먹던 꼼장어는 왜 이렇게 그리운지...그 꼼장어 맛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오늘 '수박 김치' 포스팅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엄니도 보고싶고....(이러면 와이프는 마구 웃으며...'유치해'라는 표현을 한다) 아부지도 보고싶다(아부지 삐치실까봐!)
어쨌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지는 법이고 살길을 찾아보니...안되는 것도 없더라..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린다.

평소에도 수박김치를 자주 해먹는데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고 사진 찍으려고 하면 매번 까먹고 수박 먼저 먹고 있었는데 ..이날은 왠일인지..바로 먹기전 수박을 갈라놓고 식탁위에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네요....
자! 이쁘게 빨간 부분을 도려냈습니다....빨간 부분을 좀더 도려내야겠군요...암튼..뭘 해도 어설픈 청카바입니다.
껍질 부분은 완전히 사과깍듯이 깍아내어 주시고....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 간을 해줍니다...김치 담그는데 소금간이 그리 중요하다는걸 해외나와서 직접 담가보면서 터득했습니다.

고추장 넣고 무치기 전에 마늘하고 대파등등을 기호에 맞춰 집어넣고 팍팍 무쳐주면 됩니다.
한국은 수박값이 천정부지라 난리가 났군요....비싸게 사서 알뜰하게 먹어야죠! 먹을만해 보이시는가요? 그럼 손가락 추천 고고고!


외국에 살다보니 김치 그리울때면 그에 관한 포스팅을 하나봅니다.

[청카바의 여행기] - 외국 꼬마들의 '에디슨 젓가락'으로 한국음식 정복하기!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김치를 사랑한 '외국인' 지코씨 이야기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한국 물건들!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외국인이 떡실신 하는 한국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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