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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볼리비아....

여행을 하면서 필요한것은 ...가끔 노트북도 필요하고 성능좋은 카메라 렌즈도 하나 필요하고 심심할때 들을수 있는 엠피쓰리도 하나 필요하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또 그냥 어떻게든 살아지기 마련이다.
사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세계에 모든 언어를 다 배울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도 난 어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돈을 투자한 셈이다.
그 여행에 들어간 경비며 사다가 본 책들이며 모으면 세계여행 두어번쯤은 가볍게 할수도 있는 정도의 돈을 투자했다.

나이 서른이 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영어는 어차피 살아가면서 써야하는 언어고 한국어는 내 모국어이며 일본어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거기다가 스페인어까지 배우면 차~~~~~암 좋겠다 하고 말이다.
그런 스스로의 약속이 깨진것은 내가 서른이 넘어버리고 나서다.
결혼을 하고 남미로의 여행을 결심했을때 마음속에는 지키지 못한 약속의 한을 풀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난 간사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한국나이로는 서른하나였지만 아직 만으로는 29이란 말이닷 하고.....생일이 늦은 덕분이다.

볼리비아 수크레에 도착했을때 까지만 해도 나의 스페인어에 대한 열정은 그저 그랬다.

물론 말이 안통해서 답답하고 ....가슴을 치기도 했지만 어쩔것인가 남의 언어가 가스활명수 한병 시원하게 마신다고 쑥하고 답답한게 내려갈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수크레에 도착해서 싼 호스텔을 하나 물색했다. 생각보다 아니 생각만큼 싼 호스텔에 머물기로 했다. 따뜻한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시내에 위치했고 혼자 방을 쓸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수크레는 볼리비아의 수도다..작지만 생기가 넘치고 사람도 넘쳤다
호스텔 앞에는 시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깜짝 놀랄만큼이 싼가격의 질좋은 음식을 먹을수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남미 음식들은 죄다 튀김들이어서 한국사람들은 금방 질리기 일쑤다. 심지어 바나나까지 튀겨나온다.
우끼는 일은 내가 가면 항상 8bs인데 서양인 친구들과 함께가면 10bs였다...난 외모적으로 현지화에 성공한 모양이다. 
수크레에는 조그만 광장이 하나 있는데 여느곳과 다를 바 없이....큰 동상이 중간에 하나 있고 주변에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구두 닦이들에게 구두를 닦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르헨티나 에서 버스를 함께 탔던 독일친구 크리스틴을 만났다.
남미는 크고도 작은 곳이다. 가는 곳마다 종종 전에 만난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한참 그동안 여행을 이야기 하고 수크레에 대한 정보도 가득 얻었다.
괜찮은 카페를 하나 찾으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크리스틴이 말한 괜찮은 카페란 차라리 술집에 가까웠다. 이른시간에 들러 커피를 하기엔 조금 부담이 있어 몇골목 더 지나치는데 '스페니스 코스'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냥 들어갔다.가격이나 알아보려고 ....
"얼마에요?"
"뭐가요?"
"스페인어 코스"
"아! 일주일에 40시간 120$ 미화!"
"우와.....비싸네요..."
"ㅎㅎㅎ 그런가요 ..개인레슨인데요"

개인레슨...개인레슨...개인레슨.......귓가에 메아리쳤다.
허나....가격이 참 '불한당' 수준이다.
우선 팜플렛을 가지고 나왔다. 에이전시 문을 나서고 몇걸음 걷다가 다시 들어가 등록했다.
여행을 시작하기전 와이프는
"서방님 이거 미국 달러 127불이야...."
"엉? 더 줘 니가 들고 있는 달러 뭉치는 뭐야?!"
"안돼 나머진 내 휴가때 쓸거야. 남미가서 당나귀 사서 그거 타고 여행해!"

와이프가 당나귀 사라고 준 돈 120불을 지불했다.
남미는 당나귀로 여행하기엔 너무 컸고 당나귀보다는 스페인어 배우는게 훨씬 나을듯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부터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볼리비아 우유니를 건너오면서 만났던 친구들이 죄다 수크레에 도착했다.
학교에 가기전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한잔씩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어 낮에 크리스틴에게 추천받은 '조이라이드'라는 펍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맥주가 들어간 내 몸은 젖은 화장지 처럼 축 늘어지기 시작하고 말이 많아진다.
다들 얼굴이 벌개지도록 술을 마시고 떠들고 웃었다.
자정이 넘어 우리는 헤어졌다.
"헤이 청카바 ..내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핸드폰이 없는 우리들은 항상 이런식으로 약속을 정했다.

학교의 시설은 훌륭했다.  
중앙 광장에는 조그만 커피숍이 있었고 철쭉처럼 생긴 나무는 빨간 꽃잎을 흐드러지게 피웠고 햇살은 따스했다.
선생님은 자그마한 덩치의 전형적인 볼리비아 여자선생님이었다.
영어도 곧잘해서 수업은 편했다.
난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었기에 발음부터 배워야 했다.
잘 따라했다. 물론 기억은 못한다.
숙제도 있다. 수업은 아침 8시 15분에 시작해서 12시 15분에 끝이 났다.
쉬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커피한잔 마실 여유도 주지 않았다.
숙제를 얼른 끝내야 했다.
오늘도 같은시간 같은 장소에서 약속이 있는 것이다.

숙제를 마치고 (이 숙제란 것이 참 나를 감상스럽게 만들기도 햇다.)한참 시내를 배회하다가 같은시간 같은 장소에서 호주에서 온 커플(콜롬비아에서 1년간 영어를 가르칠 예정) 아일리쉬 (칠레에서부터 쭉 들르는 도시마다 우연히 만난 제임스와 세라)와 함께 같은 장소 같은시간에 만나 저녁을 먹고 펍에 들렀다.
다른 테이블의 친구들도 합석을 하게 되고 자리를 옮기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은 서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이 열댓명은 됐다.
시끄러웠다. 다들 술도 많이 마셨고 많이 떠들고 많이 웃었다.
스페인어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내게 학교에 대해 많이도 물어댔다.
그리고 다음날 나를 따라 5명의 친구들이 같은 학교에 등록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귈 필요도 없이 친구가 생겼다.
수크레에 있는 일주일 동안 '같은시간 같은장소' 약속은 유효했고 재미있었다.
나의 스페인어는 일취월장 했다 라고 하면 큰 자만일 것이지만 라파즈에 도착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은행 카드를 ATM이 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상 상황에서 내가 한 일은 은행 본사에가서
"이런 빌어먹을 볼리비아 은행에는 영어 할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거야?"
라며 이성을 잃었다.
은행 경비가 총을 만지작 거렸다.
난 그 은행카드를 찾기 위해 하루반을 기다렸다.
볼리비아 사람들에게도 흔하지 않은 일이 왜 나같은 가난한 여행자에게 일어나느냐 이말이다.
난 거기서 깨달았다. 내가 배운 스페인어는 아주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었노라고 ..ㅋㅋㅋ 일주일 배운 스페인어로 그런 상황을 헤쳐나갈수 있을거라 생각한 내 자신이 아주 귀여워졌다.
그곳에서 만난 영어를 잘하는 볼리비아 현지인 아가씨는
"니가 볼리비아에 대해 마음이 상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께...."
"아니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난 이 은행이 싫은것 뿐이지 볼리비아는 너무 사랑스럽다구"

그렇게 함께 은행업무(?)를 보며 옆에 앉아 나를 위로해준 그녀는
내게 행운을 빈다며 남미식 인사인 볼키스를 내게 해주며 떠났다.

볼리비아는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남미 어느 나라보다 순수한 곳이며 부끄러움이 많았던 곳이었다.
심지어 볼리비아에서 가장 위험하고 소매치기가 많다는  가장 큰 도시인 라파즈에서 조차 말이다.

신시아 선생님은 여러모로 꼼꼼했다. 잘 가르쳤다. 공부를 못하는 내가 봐도.....ㅋㅋㅋ 허나...그 습득력이라는 것이 말이지..참 우습다. 하다 안되면 그냥 웃고 만다...참 웃다가 끝난 일주일의 짧은 수업....
학교에서 친구 사귈 필요도 없이 나를 따라 온 오래된(?) 호주 친구들과 함께 ...정든(?) 학교를 떠나며...ㅋㅋㅋ
우연히 맥주마시러간 카페에서 만났다. ㅋㅋㅋㅋ 숙제 열심히 하고 있는 릭과 리즈.....그들은 콜롬비아에 영어를 가르치러 가는길이다. 아마 지금은 볼리비아 어디쯤 여행을 시작했을거다...
자주가던 볼리비아 시장의 전경...2층에는 이렇게 레스토랑이 있다.여기도 서로 붙잡고 난리 난다. 음식은 맛있다...허나 바나나까지 튀겨서 나오는것은 이건 좀 내 입맛에는 아닌듯하다. 한번은 수프를 시켰는데 닭고기 수프안에는 닭다리 하나 그리고 밥한덩이 그리고 감자칩이 둥둥 떠다녔다....처음엔 나도 놀랐고 함께 밥먹던 아일리쉬 제임스도 놀랐는데 ...먹어보고 ...'음....음....' 라고 알수 없는 소리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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