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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여행지에서 맡는 사람 사는 냄새...

여행을 하다보면 현지인을 만나는 기회보다 세계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아마도 현재 남미를 여행중이기 때문에 이런일은 더욱 더 많다.
스페인어를 잘 하지 못하기때문이기도 하고 현지인들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거의 불가능함에 가깝다. 한다고 해도 그들이 궁금한것은 내가 얼마를 버는지 가족이 몇명인지 등등의 간단한 대화 뿐이다.
그런 답답함을 나 뿐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가 많은 대화를 한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것인가....상대방이 듣던 말던 그냥 지껄이기 마련이다.

국적은 서로에게 많은것을 알려주곤 한다.
이름을 물어보기도 전에 묻는게 ....국적이다.
국적이란 상대방의 많은 뒷배경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난 현재 호주에 살고 있음에도 나의 국적은 단연 한국이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자랐으며 대학까지 졸업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토종한국인이다.
가끔 한국사람들은 ...'현지인이 저렇게 한국말을 잘할수 있나' 라는 외모적인 오해를 인도에서 받기도 했지만...

호주 첫 배낭여행지에서 만난 영국인 조는 내게 ...
'한번만 내 영어를 못알아 먹은체로 '예스' 라고 대답하면 꿀밤을 때려주겠다'라는 으름장을 놓기도 해서 정말 시원하게 영어공부를 한적도 있다. 못알아들으면 끝내 사전을 들고와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해 주기도 한 친구다.
이곳에서 영국인들이 스페인어를 못알아 먹고 '씨...씨...' (스페인어로 예스)를 연발하면 그때 생각이 나곤한다.

인도 캘커타에 아무 정보도 없이 도착했을때 난 몇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캘커타 어떠냐는 나의 질문에 ....
"너무 재미 없어서 내일 떠날거예요!"  라는 그들의 말에 난 실망을 했다.
시인 타고르의 고향이자 시티오브 조이의 시티라는 캘커타에 많은 기대를 하고 왔기 때문이다.
'파라곤'이라는 유명한 호스텔에 들렀다.
마당에 앉아있던 두명의 한국 여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너무 재미있어요....너무 재미있어서 6개월째 있는걸요!"
라는 대답을 들었을때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뭐가요? 뭘하는데요?"
"빨래도 하고 밥도하고...."

그렇게 '마더테레사 하우스'에서 나도 2주간 그 재미난다는 빨래도 하고 밥도 했다.
봉사활동은 본디 이기적인 것이다.
타인을 돕는다 하지만 결국은 자기 만족도 포함되어 있는거 아닌가...내가 한 인도 여행중에 가장 감동스러우며 재미있었던 것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타지마할도 아니었고 인도인들의 선문답도 아니었다. 내가 그곳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동행이었다.

며칠전에 에콰도르에서 경찰 폭동이 일어났다.
난 현재 페루 쿠스코에서 잉카문명의 꽃이라 불리우는 마추픽추를 보고 잠시 쉬고 있다. 볼리비아를 여행하고 있는 아일랜드 친구에게서 메일이 왔다.
"청카바 페루 국경이 막혔대 .....에콰도르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야....몸건강하고 ..보고싶어"우리가 만난 시간은 기껏해봐야 ...몇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그가 보낸 메일은 울컥한 뭔가가 있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감자를 좋아하고 난 밥을 좋아한다. 우리에게는 최소한 탄수화물을 사랑하는 공감대는 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교통사고가 났다. 차를 폐차 시킬정도로 큰 사고 였었는데 ..
돈이 필요했다. 호주 워홀의 거의 막바지 였고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나이도 어렸고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았다.
농장에 들어갔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일을 했다.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 기타를 퉁기고 잠이 드는 날들을 반복했다.
집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현지인인 트래시는 그런 우리들을 자기집으로 초대해 엄마가 해주는 파스타를 대접하곤 했다.
우리엄마가 한번도 해주지 않은 파스타에서 엄마의 손맛이 느껴졌다.
내가 호주 퍼스를 떠나던 날에도 그녀는 퍼스에서 우리를 배웅했다.
그리고 5년을 이메일로 연락을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서로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면서 ...우정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한국에서 사회인으로 산다는 것은 미래 안정에 대한  자유의 억류와 비슷했다.
난 미래의 안정보다 현재의 자유를 너무나도 갈망했다.  떠났다. 뉴질랜드였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다시 그녀를 만났고 ....몇년뒤...우리는 우정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변했고 ..평생을 약속했다.

여행자와 여행자의 만남은 어찌보면 그다지 길어보이지도 깊어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인연을 만나게 된다.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국적을 초월한 사람냄새가 난다.

배추값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농부의 아들로서 심히 걱정이 된다.

농사란 본디 안정적인 일이 아니다. 날씨에 100프로 의존해야하며 또 다른 100프로의 농부의 땀방울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양배추를 담궈먹어야 한단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난 잘안다. 양배추 김치가 어떤맛인지....수박으로 김치를 담궈먹는 일이 어떤일인지...!
김치를 한포기 덜담구면 이 문제가 풀릴까?


이곳은 남미 페루는 아침이고 한국은 정반대로 저녁이다.
날씨도 이곳은 여름이 다가 오고 있고 한국은 겨울이 다가 오고 있다.
난 한국을 떠나 살고 있고 한국과의 정반대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사람 냄새를 맡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맡기 힘든 아름다운 냄새다.......경제대국 10위....삼성,현대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선전.....한류......난 이런말을 들으면서 참 자랑스러웠다. 허나............우리는 그 대신 많은 한국의 냄새를 잃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분명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사람 사는 냄새'는 예전에 한국에서 많이 나던 냄새 였는데 ......

볼리비아 국경도시 '코파카바나'로 가던중 띠띠까까 호수에서 사진을 찍는데 옆에 앉은 소녀가 사진을 찍는걸 알고 옆에 바짝 붙어 앉습니다......내가 스페인어를 못하는 걸 알면서도 가는 내내 말을 겁니다. 귀여워서 사탕을 하나 사줬더니 천사만큼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여주더군요!
버스정류장 근처 공원에 앉아 과일주스를 마시고 있는데 ...너무나도 달콤하게 낮잠을 즐기는 여인의 모습이 제 카메라에 들어왔습니다.
토요일 오전 웨딩 행진곡이 들려와 따라가보니 성당에서는 화려한 전통 결혼식이 한참이더군요...한복만큼 아름다운 전통의상을 입고 신랑 신부를 축하해주는 하객이 족히 몇백은 되어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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