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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신기한 미국인들과의 페루 여행의 시작!

나는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다분히 이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여행자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며 보는 것을 좋아하고 나같은 경우는 보고싶은 것만 보고 또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특히 이곳 남미에서는 더더욱 그러기로 했다. 도시간의 이동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번에 한 도시에서 일자리 잃은 현지인이 되기 십상이다.)
하루 하루 새로운 도시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또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난 꽤 게으른 편이라서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면 게으른 나조차도 죄책감같은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여행이 편해도 되는 것인가'하고 말이다.
물론 여행은 고행이 아니다....허나 그렇다고 안락함과는 더 더욱 거리가 멀지 않은가.....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국경도시인 코파카바나로 이동을 했다.
이동은 로컬버스로 했는데 ...볼리비아나 남미에서 로컬버스란 보통 봉고차를 뜻한다.
난 띠띠까까 호수가 보고 싶었다. (띠띠까까호수는 해발 3800미터로 세계 최고지대에 위치한 호수다)볼리비아에는 바다가 없다. 그래서 띠띠까까는 볼리비아의 바다와 마찬가지다. 잉카문명에서는 모든 문명이 이 호수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고산지대에서 내내 건조하고 척박한 땅만 보다가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자 내 눈이 마치 호강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호수의 빛깔은 따스한 햇살에 사정없이 부서져 빛나고 있었다.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는 버스는 엔진이 터져라 용을 쓰고 있었고 길은 험난했지만 운전사는 정신줄을 놓고 신나게 운전을 했다. 평소같으면 심장이 떨릴만큼 깍아지르는 절벽을 달리고 있었지만 난 어느때보다 흥분하고 있었다.

코파카바나는 조그만 해안가 도시였다. 전에는 고기도 잡고 농사도 짓는 한가한 촌락이었겠지만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관광업에 종사할만큼 관광자들이 북적였다. 페루에서 넘어오는 사람들과 볼리비아에서 페루로 넘어가려는 사람들로 인해서 말이다. 볼리비아는 인구 90프로 이상이 로마 가톨릭일 정도로 절실한 신자들이 많은 곳이다.
부활절이면 이곳에 있는 유서 깊은 대성당으로 라파즈에서 며칠 걸려서 걸어서 오는 신자들이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마을에는 띠띠까까 호수를 내려다 볼수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 하나 있었다.
야산이라 하나 호수가 3800미터 이니 산은 족히 4000미터가 되는 셈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부산을 떨었다. 물 한병 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폐는 혹사당하고 있었다. 다리는 후들거렸다. 침이 자꾸 입가로 흘렀다.
나를 앞질러 중학생 무리가 신나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한다기 보다 내가 폭삭 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산 정상에서 보는 띠띠까까 호수는 아름답게 햇살에 부서지고 있었다.
마을은 색색들이 지붕을 보며 입가로 흐르는 침을 닦고 물을 마셨다.
산정상에는 커다란 십자가들이 열을 지어 있었다.
나를 앞지른 중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온 모양인지 나름 정숙하게 기도를 하고 여지없이 개구장이로 돌아갔다. 아침 산책으로는 그만이었다고 말하기에는 입가에 흐른 침자국이 무색했지만 마음은 가뿐해졌다.

오후에 페루 푸노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시간도 볼리비아 돈도 조금 남아서 가까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깍았다.
2000원 정도의 돈으로 난 15년전의 브래드피트의 헤어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미용실에는 몇명의 헐리우드 스타들의 젊었을적 그러니까 전성기를 지나도 한참 지난 스타들의 사진이 붙어 있어 그중에 난 브래드 피트의 짧은 머리를 선택했다. '난 이제 브래드피트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라는 희망으로 ...허나 ...머리를 깍고 결국 모자를 뒤집어 써야했다. 브래드 피트로 태어나려면 '다시 태어나는 편이....낫겠다..' 라는 한탄을 하며 말이다.

국경을 넘는 버스는 비수기를 내게 상기시켜주는듯 나 이외에 5명의 어린 콜롬비아 친구들이 전부였다. 국경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허술했다.
버스에서 내려 볼리비아 국경에서  출국 도장을 찍었다. 걸어서 페루국경으로가서 페루 입국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에 흙담에 기대어 한참 앉아서 기사를 기다렸다.
버스 기사는 친구라도 만난 모양인지 당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국경을 넘자 사뭇 볼리비아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들판은 여전히 척박하고 건조했지만 종종 물에 젖은 들판이 보이기도 했고 흙담집 벽에는 코카콜라 광고도 조금은 달라보였고 선거가 다가오는지 여기저기 전단지들이 붙어있었다.
왠지 모르게 국경을 넘자 마자 페루는 조금 풍요로워진 느낌이 들었다.

푸노에 도착했다.
페루 푸노는 볼리비아와 띠띠까까 호수를 경계로 있는 국경 도시였다.
여전히 똑같은 띠띠까까 호수가 햇볕에 부서져 빛나고 있었지만 이곳은 페루였다.
시장은 북적였다. 상품들도 볼리비아와 비교해서 상품 가짓수도 훨씬 많았고 과일들도 과즙이 훨씬 풍부해 보였다. 볼리비아의 사과는 건조한 날씨에 수분을 빼앗겨서 쭈글쭈글해진것들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이 없었던 탓에 지나가는 미국인을 붙잡았다.
"괜찮은 호스텔 알고 있니?"
"응 가는 길인데 ...같이 갈래?"

난 사실 호스텔만 물어볼 작정이었는데 흔쾌히 이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왜? 그들이 미국인이었으니까!
난 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른 편이다.
왜냐하면 ....배낭여행에서 생각보다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미국인들은 안전한 나라만 여행하는 경향이 많다. ...왜?  죄지은게 ...많으니까!
그동안 가지고 있던 미국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샅샅이 풀어헤쳐줄 예정이었다.

푸노의 시장은 북적거렸고 ...키가 185는 족히 될듯한 친구는 론니플래닛 지도를 연구중이었으며 키가 작은 친구는 나의 신변을 조사중이었고 난 청카바에 두손을 집어 넣은 채로 15일간 페루를 샅샅이 연구하려고 왔다는 이 미국 친구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 중이었다
키가 큰 친구는 고산증세가 나타나 침을 연방 뱉어내고 두통을 호소 했다. 
내가 코카차(코카잎은 코카인을 만드는 원료이기도 하다)를 권했지만 미국입국시에 약물체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며 한사코 손사레를 쳤다. 

키가 작은 친구는 의사였다. 

"마이클 무어 식코 봤니?"

"음...난 그 자식 안 좋아해!"


"그래? 그래도 그게 완전 거짓말은 아니잖아 넌 더구나 의사니까 말이지 진짜 의료 시스템이 그 모양인가?"


"뭐 안 좋은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아닐거라고 생각해?"


"그래? 왜 그러지 세계에서 제일 부자 나라인 미국이... 당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야!"


"뭐가 이해가 안 가는거지? 돈을 벌면 되는 거잖아"


"그래? 미국보다 못 사는 나라들도 국민들의 건강 정도는 지켜 주는데 ..전쟁에 투자하는 돈을 거기다 조금..."
하면서 말을 흐렸더니 조금 당황하는 눈치다. 

"물론 얼마 전까지는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부자이긴 했지만 지금은 아닐걸"


"그래? 어쨌든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도 돈 없다고 병원에서 내쫓는 그런 비인간적인 짓은 하지 않아! 어쨌든  넌 좋겠네...돈많이 버는 의사라 그런 걱정은 없잖아!"


"ㅎㅎㅎ(조금 어색) 그래서 병원비 안 내고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


난 한참 웃었다.

여기 잘 배우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이 마음에 들었다. 
잘하면 내일 투어로 함께 가는  '갈대로 만든 떠있는 섬" (우로스 섬)이 더욱 기다려 지는 이유였다. 결국 키가 큰 미국인은 코카차를 마셨다. 
"헤이...니들이 수출하는 코카콜라의 원료도 이 코카 잎이야!" 라는 나의 한마디로....

난 잘 배우고 콧대 높은 미국인이 좋다.

동네 야트막한 야산 해발 4000미터 정도에서 내려다본 띠띠까까 호수와 볼리비아 국경도시 코파카바나의 모습.....
산정상에는 기독교 신자들이 기도를 하기도 하고 촛불을 켜기도 한다. 이곳에서 보는 기독교는 토착종교와도 상당히 닮아있다.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내게는 촛불 켜고 치성을 드리는 예전의 우리네 엄마들 모습과도 많이 닮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콜롬비아 친구들과 국경을 넘으며 ...이들의 에너지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우로스 섬에가서 진짜 떠있는지 점프해 보고 있는 청카바 ...진짜 움직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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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에 있습니다. 여행중에 여행기를 쓴다는 것은 참 힘듭니다. 
머릿속이 정리도 되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도 ..인터넷 사정도 말이죠 ..
차분한 여행기는 여행후에 따로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