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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음식의 천국 프랑스에서 길을 잃다.

벨기에를 거쳐 프랑스에 들어왔다. 나의 첫 도시는 나의 여행 계획과는 크게 어긋난 시골 도시 메츠였다. 전에 안정환 선수가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파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보다 시골 마을이 더 가고 싶었다. 유럽의 시골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고 항상 궁금했었다. 차를 타고 도착한 메츠는 거의 난장판 수준이다. 길가 아무곳에 차들이 아무렇게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은 서로 길을 건너려고 차에 치이기 직전이었다(마치 차를 버려두고 어디론가 간것처럼 주차를 한다)
여행자 정보센터 옆에다 긴급히 차를 불법 주차(?)를 하고 (뛰어난 현지 적응력을 보임) 부리나케 사무소로 달려갔다. 아직 문을 닫지 않아 지도와 캠핑 장소를 알아냈다. 
캠핑장 옆에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이히..잘 됐다. 샤워는 여기서 해결!!! 
막상 수영장에 들어서려고 하자 안내원(가브리엘)은 수영모자가 필수 란다. 
"빌려줘!"
"응"
안경도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빌려줘" 했더니 빌려준다. 
그런데 수영팬티가 있어야 한단다. 난 서핑 반바지를 수영복으로 사용하는데 이 잘난 프랑스 인들은 남자들은 반드시 삼각 수영복을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어찌 이런 난감한 순간이 ....."빌려줘" 그리고 입장했다.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수영끝나고 같이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그날 ...몇명의 친구들을 사귀고 술을 마시고 새벽 세시까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고 다시 가브리엘의 친구 '줄리앙' 집에 가서 위스키를 더 마셨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나 달팽이를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여행자 정보센터에 들러 
"달팽이 요리 잘하는 집이 어디죠?"
"네? 전 그런거 안먹어서..." 라며 당황한 얼굴이다. 
"저도 처음이에요! 프랑스인은 다 먹는줄 알았는데..이왕이면 개구리 요리도 .."
그녀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젖는다. 혹시 앞의 레스토랑에 가보면 알수 있을지도 라는 여운을 남긴다. 달팽이 요리는 있지만 개구리 요리는 없다고 한다. 메뉴를 보니 피자가 메인인 이탈리아 음식점이다. 몇 군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러 보았지만 모두 저녁에는 예약이 꽉 찼단다. 
할수 없이 처음 간곳의 달팽이를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드디어 나온 달팽이 요리 .....입속에 집어 넣으니 ...
'향기로운 사슴의 향내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온누리의 빛이 내게 쏟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을 떠보니 유채꽃 밭에 나비가 장관이라.....' 가 아니라 그냥 골뱅이 씹는 맛이었다. 
아니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운 맛이다. 오히려 마늘빵 맛이 났다. 주로 버터와 마늘이 들어가있기에.....함께 나온 빵에 싸서 먹었다. 옆 테이블에서 피자를 먹고 있던 '마담'이 아주 재미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메츠에 살고 있던 중년의 커플은 내게 몇군데 분위기 좋은 바를 가르쳐 주었다. 달팽이 맛이 어떠냐고 물으니 사실대로 말해줬다. 
'향기로운 향내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온누리의 빛이 내게 쏟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을 떠보니 유채꽃 밭에 나비가 장관이라.....'가 아니라 그냥 골뱅이 씹는 맛이라고...(사실은 골뱅이의 쫄깃함 보다 못했다.)

다음날 날씨가 오랜만에 개었다. 
일요일에다가 드라이브로는 그만이라는 생각에 차를 몰고 시골로 무작정 향했다. 
'아...이보다 아름다운 일요일이 있을까!' 
날은 따사로운 햇살로 가득 찼고 길거리에 세워진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에 부서졌다. 들판은 보리와 무밭으로 온통 푸르렀다. 프랑스 시골을 달리면서 내내 의아했던 부분이다. 왜 겨울이 이토록 푸른지.....물어보니 한창 옥수수를 심고 보리가 자라는 시기라고 한다. 한국도 예전엔 보리가 많았는데 이제는 보리 농사는 거의 짓지 않음이 생각났다. 
이날은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간단하게 말해 그날 저녁에 기진 맥진이 돼어 루네빌레(luneville)이라는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시골에 가면 개구리요리를 맛볼수 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차를 세웠다. 메츠에서는 개구리 요리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해 주는 집을 하나 찾았다 
7시 반부터 영업을 시작 한다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배가 무척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분위기 부터 좋았다. 고가구들이 전시 되어 있고 은은한 등은 분위기를 한껏 더해 주었고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흐르고 있다. 클래식부터 영화음악까지 죄다 피아노 연주곡이다. 게다가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쏟아지고 있다. 
내가 첫 손님이어서 맨 구석에 있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식당에 오기전에 카페에서 전화로 예약을 해놨기에 따로 메뉴를 보지 않고 아주머니는 바빠졌다. 
먼저 음식이 나오기 전에 비스켓이 나온다. 그리고 주문한 생수 그리고 오이피클이 나왔다. 
식당 구경을 하며 일기를 썼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따로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말고 몇명의 손님들이 더 들어 왔다.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
드디어 주문한 개구리 요리가 나왔다. 개구리 뒷다리가 크림범벅사이에서 버무려져 있다. 
그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지만 또 그렇게 비위가 상하는 모습은 아니다. 먼저 레몬물로 손을 씻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난 한시간여 동안 열심히 포크와 나이프를 분주히 움직였다. 내가 태어나 그렇게 음식에 시간을 들어가며 먹어본 적은 처음이다. 흐르는 음악에 몸이 저절로 흔들릴 정도로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좋았다. 개구리에서는 비린내 따위는 전혀 나지 않았고 어릴때 먹었던 기억과는 상당 부분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어릴때 구어먹은 개구리 뒷다리는 닭고기 맛이었던 것 같았는데...'
그런데 오히려 생선맛에 가까운것도 같다. 보통 생선이 아닌 어릴때 제삿상에 오르던 상어 고기 맛이 났다. 전혀 짭짤하지는 않았지만......개구리 요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20마리가 접시에 올랐는데 한끼로 충분할 정도의 양이다. 
첫 모양세는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지만..(으...한마리도 아니고 20마리 즉 40개의 다리가 크림에 버무려져 있는 상상을 해보라)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좋았던지 난 평소에 잘 하지 않는 후식까지 주문했다. 커피로 입을 헹구고 약간의 팁을 얹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거리는 황량할 만치 사람이 없다. 건물의 창문에 몇군데 불이 들어와 있다. 

프랑스 시골은 사람을 조금 낭만스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혼자 레스토랑에 가서 발로 흐르는 음악의 박자나 맞추다니.......라며 혼자 멋쩍게 웃으며 차가 세워진 곳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바지와 청카바에 흙이 묻은 채 비오는 거리를 아주 느릿하게 걸으며 프랑스 시골 밤거리를 즐겼다.  

          청카바의 긴 긴 하루를 빨리 보시려면 손가락 추천을 누르시면 볼수 있습니다. 
수원 북문에 있는 골뱅이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청카바...로버트 할리의 명언이 생각이 난다.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지예!"  프랑스인 이다도시와 개고기 문제를 말하다가 이다도시가 개는 우리의 친구라고 말하자
은은한 조명과 앤틱가구들로 장식된 프랑스 시골의 레스토랑!
드디어 나온 개구리 반찬이 아닌 메인 요리!
조금 생긴게 그래서 그렇지 ..맛은 ..몰래 숨겨 놓고 먹고 싶은 개구리 반찬 같은 맛!
혼자 여행하며 쑈를 합니다. 거울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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