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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배낭여행자에게 오히려 오지처럼 다가온 유럽!

유럽, 배낭여행 이 두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근사할것 같았다.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을 직접 박물관에서 구경하고 몇 백년된 웅장한 건물 앞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를 만끽하며 그윽하게 눈을 내리깔고 지나가는 유럽인을 구경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상상 되는가?

인도를 여행하고 카라코람 하이웨이(KKH)를 여행하고 남미를 여행해 본적이 있다. 
정작 남들이 말하는 오지가(요즘 세상에 오지가 있긴 하나 싶기도 하다) 그다지 오지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길을 잃고 헤매면 택시를 타고 호텔 명함을 내밀면 해결되고 배가 고프면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된다. 그리고 진짜 도움이 필요하면 아무나 붙잡고 옆에 있는 막대기를 주워서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면 백명쯤 모여드는데 그중에 영어가 되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 유럽 쉽지 않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려고 해도 죄다 보도블럭이나 콘크리트 바닥이다. 분필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할 모양이다. 택시는 단 한번도 타보려고 시도해 본적도 없다. 택시 내부가 오죽 궁금했으면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택시 내부 들여다 보고 있는데 뒤에서 운전사가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와 바로 출발하려고 해서 관심없는 척 휘파람 불면서 돌아선 적도 있다. 아무 식당에 들어가자니 돈이 아깝다. 뜻도 모르지만 최소한 메뉴판을 뚫어져라 봐야 한다. 괜히 엉뚱한 피가 질질 흐르는 소간이 나오거나 죽은 생선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샌드위치 따위를 비싼 돈주며 먹지 않으려면... 

첫 유럽의 도시가 독일의 뮌헨이었다. 
공항은 고급스럽고 깨끗했으며 햇볕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처음엔 남미 여행을 마치고 와서 이렇게 깨끗하게 느껴지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독일사람들은 국민 전체가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
렌트카를 주차했다가 딱지를 한번 끊었는데 분명 주차구역이었다. 
혹시....삐뚤게 주차했다고?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정도로 독일에는 모든 물건이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다. 
배낭을 매고 이 골목 저 골목 그냥 아무 이유없이 기웃거리는 여행자를 보곤 거의 창문을 걸어 잠구는 정도다. 벨기에 남부는 프랑스어를 쓰는데 그곳에서 내가 아침인사를 '봉주르'하고 활기차게 인사를 하자 지나가는 할머니는 옆구리의 핸드백을 가슴께로 가져갔다. 인도나 남미의 사람들은 내가 가진 돈을 나눠갖자는 의미로 나를 귀찮게 하는것이지 도둑놈으로는 보진 않는다. 

그리고 음식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세계 어디를 가도 찾아볼수 있는 중국집은 참 고마운 존재다. 독일 같은 곳에서는 밥 사랑이 유독한 한국인에게는 아주 유용한 식당이다. 이 글을 쓰는 케밥의 천국인 이스탄불에도 중국음식점이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 독일의 유명한 음식은? 소시지 와 맥주다사실 생각해 보면 음식이 아니다. 술과 안주지 ...
그래도 유명한 음식을 먹으려고 독일어를 잘하는 프랑스 친구에게 부탁해서 주문을 했다. 
맥주를 절반정도 마시고 있는데 웨이트리스가 두개의 접시를 가져 왔다. 
난 순간 내가 색맹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다. 
음식의 색이 모두 겨자색이었던 것이다. 뭔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겨자색의 소세지가 도넛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었고 삶아진 시금치가 그 밑에서 짙은 녹색을 발산하며 철푸덕 널부러져 있었으며 그 옆에 감자가 한움큼 놓여 있었다. 
소똥을 접시에 올려다 놓은걸 상상하면 어느정도 색감도 질감도 비슷할것 같다. 
사실 소시지의 맛은 한국 호프집에 안주로 있는 독일식 소세지랑 참 많이 비슷하다. 
제대로 된 독일 소세지를 맛보지 못해서 그런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격은 분명 진짜 독일 소세지 값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성수기와 비성수기 이것 참 중요하다. 
겨울의 벤쿠버 여름의 벤쿠버 별 차이 없을것 같지만 같은 도시가 아니었다. 
여름의 벤쿠버는 햇살이 볼따구에서 한참 노닐다 비타민도 아드레날린도 듬뿍 선사해주는 날씨다. 그리고 다시 그해 겨울에 방문한 벤쿠버 1월달에 29일 비가 내렸다. 이정도 되면 웃고 싶을땐 헬륨가스 마시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성수기가 시작하기 직전이나 끝물을 좋아한다.(여행이 참외도 아닌데 끝물이라니) 날씨도 대부분 좋은 경우가 많고 호텔 잡기도 매우 용이하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에는 성수기에 하는 여행은 거의 전쟁수준이기 때문에 관광객에 치이다 보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유럽의 비성수기라는 겨울은 참으로 무지막지 한 것이었다. 
호주에서 너무 오래 살았나? 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아내는 매일 너무 덥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었지만 유럽의 겨울에 캠핑을 하며 새벽에 등짝에 불어대는 찬바람에 새우등처럼 구부리고 자다 일어나 기지개를 켜면 뼈 마디 마디에서 비명을 지른다. 

유럽 여행을 생각할때는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려고 했다. 얼마나 낭만적인가...기차...유럽...배낭여행!!!
허나 유럽의 기차들은 소문만큼 멋지지 않다. 기차안의 사람들은 죄다 묵언수행이라도 하는것처럼 숨도 조용히 쉬어야 할정도로 심심하며 싼가격의 표로 이동을 하면 몇번이고 환승을 해야하는 번거러움을 감수해야하고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까지 감수하면 하루는 꼬박 버린다. 게다가 느리기까지 하다. 뮌휀에서 프랑크 프루트까지 300키로 이동하는데 2번 환승을 하고 6시간 반이 걸렸다. 차라리 인도나 중국의 기차가 낫다는 생각이다. 느리기도 하고 연착도 자주 하지만 전혀 지루할 새가 없이 말을 거는 현지인들 중간중간 기차에 올라타 먹을걸 파는 상인들덕에 입도 즐겁고 지루한 기차 여행을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결국 난 유럽의 대부분을 자동차 렌트를 한셈인데 기차길에서 볼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시골길들 주유소나 휴게소에서 만난 현지인들이 나의 유럽여행을 그나마 즐겁게 해주었다. 

유럽은 참 체계화하기 어려운 동네다. 
호주보다 약간 큰 대륙이며 수십개의 나라들이 있고 서로 다른 언어로 살아가고 있다. 벨기에 같은 나라는 아예 두 나라라고 해도 무방할정도로 서로 다른 지방색을 보인다. 게다가 쓰는 언어마저도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다르다. 남미 여행에서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나라간 국경을 넘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체코 프라하를 갈때도 국경을 넘었는지 안넘었는지 당최 알수가 없었다. 다만 알파벳위에 이상한 점이 체크마크로 바뀌어 있어 짐작만 했을 뿐 
그후에 핸드폰을 사서 네비게이션으로 사용하면서 국가가 바뀔때마다 로밍요금알리는 메시지로 나라가 바뀌었구나 하고 알수 있었다. 서로의 나라 색은 확연히 다르긴 하다 국경의 의미가 별로 없는 유럽은 매력적이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다. 유로화를 쓰고 있어서 편리하긴 했지만 그것도 마냥 편리하지만은 않았다. 차라리 인도처럼 18개의 공식언어가 쓰여있어서 어느 지방 언어인지 현지인들과 알아맞추기 하는편이 훨씬 좋았다. 

다들 유럽여행가서 박물관이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 피카소그림도 있고 르누아루 고흐 그냥 지방 박물관에도 있었다는 점은 꽤 놀랐다. 
허나 그 딱딱한 분위기 마치 전쟁기념관에 들어가 엄숙한 목례라도 해야할것 같은 분위기다. 
유럽의 문화는 흥미로운것 투성이다. 그렇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내게는 그게 다 그것 같았다. 
기독교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이 가득한 방에 들어가있을때는 마치 개종요구를 받는 것 같은 불편한기분 마저 들었으니까! 내가 다시 유럽에 갈 기회가 있다면 절대 박물관 따위를 가서 구경하는 것보다 비스트로에 가서 그 비싼 입장료로 맥주나 마시겠다. 참고로 콜롬비아 보고타의 일요일은 모든 박물관들 입장이 공짜며 보테로 박물관에도 피카소와 르누와르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게다가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쿨한 정보를 주고 싶다. 내가 이렇게 박물관에 대해 혹평을 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괜히 박물관에 가면 갈수록 내가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봐도 당췌 뭐가 뭔지 알수 있어야지!!!

터키 이스탄불에 왔다. 내 돈을 나눠 갖자는 사람이 길거리에 수북하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산책을 하고 사람들이 많아]]]지자 너무나 사랑스러운 맛의 케밥을 먹고 카페에서 글을 올린다.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기도소리 그리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어지럽다. 그래도 유럽보다는 재미가 있어 보인다는데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하지만 분명 유럽의 배낭여행은 의미가 있었다. 오만 방자하다던 프랑스에서 마음씨 따뜻한 어저씨를 만났고 남미에서 만난 친구도 다시 만났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다. 유럽은 색다른 여행지임에 분명하다. 다른 대륙에서 볼수 없었던 화려함이 있으며 교양이 흘렀다. 글을 써놓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난 참 교양이 없는 놈이 아닌가!

프랑스 메츠에 건설된 퐁피두 분점이군요....일본인 시게루반이 설계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건물이더군요...긴 줄이 서있습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시게루반의 작품을 보고 '아시아에서 온 문화폭탄'이라는 호평을 했습니다. 
스위스에서 독일 국경을 넘은 첫 마을 미어스버그입니다. 성이 독특한 곳인데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더군요!
프랑스 동부 시골마을....
올리고 보니 흔들린 사진...ㅎㅎㅎ 페리에 차를 싣고서 스위스와 독일 국경을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참 황당했지만 역시 유럽의 이동수단에는 뭔가 분위기가 있습니다. 
뮌휑으로 돌아가는길 ....눈이 왔습니다. 다행히 폭설은 아니어서 운전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겨울 풍경이 물씬 나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손가락 추천 안하시는분 다 사진 찍힙니다 

PS: 유럽 여행을 하면서 유레일 패스보다 오히려 렌트가 싸게 먹힌다는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혼자가 아닌 몇명이 함께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최대의 장점은 역시 기동력이다. 유럽의 성수기는 여름이다. 캠핑이 아름다울 계절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여름에 캠핑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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