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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짧은 생각

호주의 앤잭데이 그리고 터키 갈리폴리에서의 추억....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넘어가기전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서방님 갈리폴리에가서 돌좀 주워와!"
"뭔 돌을...."

트래시의 말인즉슨 자기가 가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갈수없으니 내게 대신 그곳에 가서 돌을 주워오란 이야기였다.
아내는 왜 터키 갈리폴리에 있는 돌을 갖고 싶어했을까?

세계 1차대전중 호주와 뉴질랜드는 연합군으로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독일군과 한편이었던 터키에 상륙을 하는데 바로 그 갈리폴리에서 25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전사자가 나오게 된다.
누가 그랬지....'전쟁은 늙은이가 일으키고 젊은이들이 죽는다고....' 수많은 젊음이 스러져간 그곳을  안잭데이만 되면 호주 뉴질랜드 사람들이 터키 갈리폴리로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이스탄불에 도착하자 마자 갈리폴리 투어를 찾아봤다. 투어비도 비싼 투어비지만 낯선 호주인과 뉴질랜드 키위사이에 끼어 앉아 호기심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여행중에 이 한몸 바쳐서 남들에게 특이하고 재미있는 기억을 줄수 있다면 이 한몸 불사지를 각오는 되어 있으나 이번 만은 경건한 마음으로 로컬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터키의 교통수단은 상당히 수준급이었다. 버스도 장거리 버스라 불리기 손색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웠고 도로 또한 잠이 스르르 올 정도로 매끄러웠으며 중간중간에 있는 휴게소는 한국의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로컬버스에 외국인이라고는 나뿐이었다. 게다가 배낭여행자라고 불릴만한 배낭따위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꽤 민망하기까지 했다. 차장이 건네주는 물수건을 받아 손을 닦고 쿠키를 한입 베어 물었다. 
옆에 앉은 콧수염 난 아저씨 ...옆줄에 앉은 노부부는 내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다. 
그들이 호기심 보따리를 풀어 버리기 전에 잠이 들어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어차피 8시간은 가야 했으므로 ....


나의 계획이란 잽싸게 갈리폴리가서 돌을 주워서 오면 '미션 클리어' 
운전사가 내게 '갈리폴리'란다. 영어가 전혀 안되는 운전사와 차장에게 내 표를 보여주며 갈리폴리에서 내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터미널에서 잠시 앉아 잠을 깼다. 주변을 돌아보니 전혀 관광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꽤나 번잡할 거라 생각했는데 ....
앞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던 택시기사가 내게 다가온다. 
"갈리폴리?"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관광안내소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시내까지 거진 1키로 정도 걸어 찾아낸 관광안내소는 굳게 잠겨 있었다. 
이미 오후가 한참이어서 조금만 지체해도 이스탄불로 가는 막차를 놓칠게 뻔했다. 게다가 왠지 불안했는데 ..그럴것도 같은게무도 영어를 할줄 몰랐던 것이다. 그래도 호주인과 뉴질랜드인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일텐데 .....
케밥집에 들어가 관광안내도를 들이 밀었다. 
"9027587349583040394-90ㅣㄹ거아ㅝㅇ로갸ㅐ댝;ㅣ릉ㄹㅇ,ㅡ루ㅡ!!!"
한마디도 못알아 먹겠다. 근데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서툰 영어로 말해 준다. 
"60키로는 더 가야하는데..."
"엥? 뭔소리야? 여기 갈리폴리 맞잖아...."

젠장....여기가 아니었다. 
하긴 상륙작전을 하는데 터미널이 있는 도시 한복판으로 쳐들어 올리 없지 않은가...!!!


케밥을 먹고서 서툰 영어를 하는 친구가 터미널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줬다. 터미널 가기전 무슨 비석을 들렀는데 아무래도 터키 군인들을 기리는 비석인 모양이다. 
나보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로컬버스를 다시 갈아타고서 1시간 정도 가서 내리니 여기저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역시 호주인도 뉴질랜드인도 보이고 ...여행자숙소를 찾았다. 
여기까지 와서 갈리폴리를 보고 가지 않을순 없는 노릇이다. 
방에서 만난 호주인과 함께 밖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밥을 먹었다. 
그 친구는 투어로 갈리폴리에 다녀왔다는데 내게 말해준다. 여기서도 굉장히 멀다고 ...
호텔리셉션에 물어보니 10키로도 넘게 떨어져 있단다. 다행히 근처 5키로 정도까지는 버스가 간대나 어쩐다나...
'젠장 돌하나 줍기 정말 하늘에 별따기다. '

아침일찍 첫 차를 타고 30분쯤 가다 도착하니 버스 차장인 녀석(보기에 이제 13살쯤이나 되었을까 담배를 꼬나물면서 내게 한대 권한다.)이 여기서 내리란다.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바지를 걷고서.....걷고 또 걸었다. 지나가는 차에 손을 들어 보았지만 ..역시 허사다...이런곳에서 히치하이킹이라니....
거진 점심이 되어서야 갈리폴리에 도착했다. 
상륙을 했던곳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러진 이곳에.....
잠시 묵념을 ......
그리고 바다로 내려가서 파도에 잘 다듬어진 돌을 몇개 주워 주머니에 담았다. 

'미션 클리어'

미션을 클리어하고도 다시 걸어간길 걸어나와야했고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 오후에 이스탄불 직행 장거리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에 저녁늦게 도착하니 여행자 숙소 주인이 도대체 어제 저녁에 어디 다녀왔는지 묻는다. 웃으면서 주머니에 든 돌을 만지작 거리면서 아침밥을 먹었다.  여행이란 그런거닌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것 ....

 

장거리 버스 8시간타고 엉뚱한 곳에서 내려 현지인 오토바이 얻어 타고 로컬버스 탄다음에 하룻밤 자고 로컬버스 첫차로 가서 중간에 내려 두어시간 걸어가 드디어 만난 앤잭코브.....하...눈물날뻔 했다. 걸어가는데 투어차량들이 막 지나간다. 
'아이씨...투어버스 탈걸...'후회는 언제나 늦다. 하지만 색다른 추억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묘지가 있는곳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해변으로 가서 돌을 몇개 주웠다. 

17살의 어린나이에 스러진 묘비....

터키의 시인은 이곳에서 스러져간 젊은 영웅들에게 안식의 평화를 노래했다.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당신의 아들들이 우리의 가슴에서 평화롭게 잠들었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잃고 이곳에 누운이상 우리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PS:매년 4월 25일은 앤잭데이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비슷한 날입니다. 
올해는 이스터(부활절)홀리데이와 겹쳤네요..
매년 아내와 군부대 행사에 참석하곤 했는데 올해는 집에서 앤잭쿠키나 먹으면서 가족들과 이스터홀리데이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청카바의 짧은 생각] - 호주의 '앤잭데이'가 한국인에게 특별한 이유!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외국인 숙모가 다양하게 사용하는 오븐에 반한 조카들!
[청카바의 짧은 생각] - 우리는 조국과 해병대가 부를 때 한 깃발 아래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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