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카바의 여행기

주말에 와인향에 취한 기분도 괜찮더라...


멜번에서의 볼일이 거의 끝나고 친구와 함께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
이래저래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그랬던 거야...
친구는 호주에 온지 3년간 빡세게 일을 하고 오랜만에 주어진 휴가에 조금은 들뜨고 조금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그건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주체할수 없는 시간에 무엇을 할것인가를 연구했다기 보다는 무작정 나온 '와이너리' 에 들떠하지도 않고 그냥 느즈막한 토요일 아침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서 차 엑셀을 밟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어디라고 딱히 정해진 것도 없이 멜번지역에 유명한 와인산지인 야라벨리로 가기로 했다. '가다 보면 어딘가 괜찮은 곳이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염없이 운전을 하고 친구는 선곡을 했다.
오랫만에 듣는 한국가요....친구는 요즘엔 '아이유' 가 대세라며 내게 강추를 한다. 17살(?)의 성숙한 아가씨란다.
하아...17살이라..야자에 수험공부에 지쳐있을 나이가 아닌가?
"얼마나 좋아 이런딸 하나 있으면 말이야...'아빠 여기 용돈 이에요..하면서 한 2억 가져다 주는 거지 씨에프 찍을때마다..."
ㅋㅋㅋ 우리는 벌써 이런 나이가 되어 버렸다. 더이상 어린 가수들을 친구나 연인이 아닌 딸이나 조카로 생각하는...그런 삼촌팬인 것이다.
오랫만에 듣는 김경호의 뱃심에 한껏 기분이 고조 된다.
멜번의 날씨는 오랫만에 화창하게 싱긋 웃어주고 있었다. 멜번은 이제 가을에 접어 들었는지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기까지 했다.

차로 30분쯤 나가자 시내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드넓은 초원의 광경이 펼쳐진다.
애초에 목적지가 없었기에 보이는 와이너리 간판을 따라 도착한 곳은 꽤 운치있게 공원이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져 있다. 레스토랑에는 여기저기에서 온 연인들 단체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다. 게으른 우리는 간단하게 와인을 한잔 마시기로 했다.
"아차 ...난 운전을 ...이휴..."
친구는 우아스럽게(?) 레드와인을 걸쭉하게 한잔 들이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공원 산책도 하고 ...미래설계도 해본다.
항상이런게 문제다. 우리는 이렇게 항상 진지한 모드다. 나이가 먹으면서 더욱더....
언제부터인지 ....모든게 불투명해져 버렸다.
내년에는 내 후년에는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술도 안마셨는데 머리가 아파져 온다.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이제 진지한 이야기도 끝이났으니 실컷 기분에 들뜨는 일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길을 헤매다가 꽤 간판이 큰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벌써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어서 간단히 샐러드로 요기도 할 참이었다.
"어쩌죠...오늘은 결혼식 행사로 레스토랑이 이미 꽉 차버렸는데요...."
역시나 멋진곳들은 이미 다 예약이 되어버렸다.
친절한 아가씨는 우리에게 괜찮은 와이너리를 소개시켜주고 지도까지 한장 얻어서 나왔다.
친구는 지도를 펼쳐 이리저리 동서남북을 체크하면서 내게 길을 안내해 준다? 는게 아니고
"어이...나방이 들어왔어..나방 나가 나가라구...." 하면서 창문을 열었는데 부채질하던 지도가 창밖으로 휙하고 날아가 버렸다.
"..............................ㅜㅜ;"
"........................ㅎㅎㅎㅎㅎ"

뭐 애초에 지도 따위는 없었으니까...그래도 와이너리 이름 하나는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도착한 '도메인 샹동' 은.....'어메이징' 한 풍광을 자랑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밭...구름속의 산책에서 나오던 포도밭이 시원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와이너리 건물은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의 돈많은 백작이 지어놓은듯한 미술관처럼 보였다.
우선 밥을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은 아주 유감스럽게도 간단한 점심뿐이었는데....
"형 ...뭐 먹을 거야...?"
",,,,,,,,,,,,,,,,,,,,,,,,,,,"
"난 이거 캥거루고기...허걱 18불이야...디게 비싸네.."

친구는 샴페인 한잔과 어울리는 오리고기와 우동이 들어간 음식을 시키고 여기저기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는 젊은 혹은 노년의 커플들을 구경했다.
"여자 꼬시러 오기 차~~~~~~~~암 좋겠다"
"ㅋㅋㅋㅋ 그래야겠다."

싱글인 친구는 여전히 '애인 구함' 이다. 올해는 아름다운 커플이 되어야 할텐데...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
"푸하하하하하..."

친구는 웃음을 터트렸다. 호텔음식에 꽤 조예가 깊은 친구는 소스를 한번 찍어 먹어보면서....얼굴이 시뻘게 질때까지 웃었다.
그도 그럴것이 캥거루 필렛이었는데 딱...4점이 한접시에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 배는 캥거루 뒷다리 하나도 통째로 먹게 생겼는데.....
"ㅋㅋㅋ 그래도 소스는 먹을만하네..."
"형 이게 만 팔천원이야..이 닭 꼬치 만한게...'

나의 우아한 점심은 단 3분만에 끝났다. 물론 원래 내 식성대로 하면 20초짜리 였지만 아주 우아하게 나이프질을 해먹었던 덕분이다.
친구의 것은 나보다 조금 나았다.
"ㅎㅎㅎ 내건 그래도 우동 면발이 있어서 조금 낫다..."
계산을 하고 잔디에 앉아 햇빛 비타민을 충전했다.
배가 고파도 날씨가 좋으니 살것 같다. 드넓은 잔디에 반쯤 누워 포즈를 취하니 ...
"야 너는 어째 이렇게 좋은데서 사진을 찍어도 자취방 냄새가 나냐?"
"ㅋㅋㅋㅋ 내 아우라가 대단하지..."


멜번의 Yarra Valley는 시내에서도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40키로 안팎이다. 와이너리 투어도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어서 투어를 참가한다면 맘껏 와인을 즐길수도 있을테고 ....
여러모로 멜번의 아름다운 얼굴중에 하나겠지....
멜번의 교통과 날씨는 내게 꽤나 미움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번은 꽤 매력적인 곳임에 분명하다. 사람들도 친절한 편이며 다양한 인종구성에 여러가지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나선 와이너리 투어에서 친구와 나는 '자유...와 젊음' 에 도취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물론 오면서 맥도날드에 들러서 햄버거로 배를 채웠다.
와이프에게 이말을 하니 친구 페이스북에다가 이런 말을 적어놓았다.
"우리 남편이랑 와이너리 갔다며...너무 부럽다ㅜㅜ"
이제 며칠뒤면 다시 아내와 아들을 만날수 있다. 보고싶다. 게다가 결혼기념일도 다가온다. 와이너리 가야겠다.

왠지 글씨도 읽어주고 해야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배고파서 패쑤.....
널부러진 와인병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깨닫게 된다? 다음에는 차를 안가져 와야지라는 각오?
담쟁이 넝쿨녀석이 더욱더 운치있게 만들어준다. 멜번은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나 보다.
청카바를 입은 키아누 리브스를 상상해 본다. "청카바 입고 구름속의 산책?"
시큼한 와인향이 .....
샴페인이 대량생산 되는 중....
도메인 샹동의 뒷잔디에 누워서 찍은 사진....
도메인 샹동을 소개합니다.(친구 초상권 있는데....ㅋㅋㅋ)

내용이 쓸만했다 싶어 손가락 추천 해주시면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됩니다.
청카바의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구독을 하시면 더욱 더 쉽게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구독 방법은 우측 상단 혹은 하단의 뷰구독 +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