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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짧은 생각

할머니가된 엄니와의 유쾌한 대화...

나에게는 영원한 엄니일것 같았는데 벌써 9명의 손자 손녀가 있는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내 나이는 먹는줄 모르고 엄니가 자꾸 연세를 드시는 것 같아서 가끔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엄니는 내 나이가 징그럽지 않을까?
6남매중의 막내에다가 형이 하나 있다.
"아들 혼자믄 외로웅께 한개를 더낳지! 근디 호주로 가불어서 ..."
우리 엄니표...아니 대한민국 엄니표의 "붙들어 사서 걱정" 은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면서도 웃음보를 자극한다.

에들레이드로 이사를 오고 나서 엄니께 전화를 했다. 그전날 전화 상태가 안좋았는지 아부지만 스무번 정도를 외치고 포기했다. 다음날은 엄니께서 전화를 받는다.
"오메...막둥이냐?"
"응! 인자 한국 날씨 많이 풀렸능가?"
"오메....일본은 지진이 나서 난리 났다게야....!"
"???"
"조심해라잉....테레비서 봉께 호주도 위험하다게야"
"??? 엄니 한국이 일본하고 가까웅께 거기가 더 조심해야 쓴디..."
"아니여....테레비서 봐씨야....미국하고 일본하고 호주 위험하다게야..."

우리 엄니는 미국하고 일본하고 호주하고 서로 가까운줄 알고 계신게 틀림없다.
"엄니 일본에서 한국하고는 비행기로 한시간이고 일본하고 호주하고는 비행기로 10시간 걸린디.."
"그래도 ....조심해야써....외국은 위험헝께..."

대학시절 ...우리엄니의 "붙들어 사서 걱정" 때문에 내가 한 대부분의 여행은 국내 여행으로 둔갑되기 일쑤였다. 인도 파키스탄이 어디에 있느지 우리 엄니의 관심사항이 아니지 않은가 ...아 이글을 쓰고 있자니 마치 내가 엄니를 안심시켜드리기 위한 효도를 한것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엄니와 그렇게 세계평화(?)에 대해서 논하고 잠시 본래의 생활로 돌아왔다.

"아부지는 ...어저께 저녁에 전화했었는디 ...전화기 상태가 벨로 안좋읍디다.."
"응 안그래도 느그 아부지가 그리 말하드라....누군고...한참 생각허다가 막둥이 같다고..."
"어디가셨다요?"
"시방 동네 어른들이랑 담벼락앞에 앉아서 볕쬐고 있는갑다."

어렸을때 할아버지들이 봄볕을 담벼락에 기대앉아 받곤하셨는데 우리 아부지도 이제 그 대열에 끼신거다. 웃음이 났다. 우리 아부지는 성격이 굉장히 꼬장꼬장 하신데 ...봄볕을 쬐며 미소짓는 얼굴이 생각이 나서다.
"사진은 받었능가?"
"응 왔드라야...트레시 한테...애기가 두달밖에 안됐는디 고러고 커불었디야? 검나게 크드만...글고 뭔 편지도 보냈어야...한글도 쬐끔 쓸줄 알드만..."

트래시는 내가 멜번간 사이에 한국 집에다 사진들과 편지들을 적어 보낸 모양이다. 자기 나름대로 이쁨을 받고 싶었는지 아니면 한글 자랑을 하고 싶었는지.....엄니와 누나들에게 되도 않는 한글 편지를 뿌려댄 모양이다.
"ㅋㅋㅋㅋ 아니여 ..엄니 보통이여..한 6키로 밖에 안되라우..."
"응 그냐....산모 조리는 잘허고 있고...?"
"여기는 다 자기가 알아서 헙디다...미역국도 한번밖에 안먹었고..."
"오메...ㅎㅎㅎㅎㅎㅎ 어째야 쓰끄나..."

엄니는 어이가 없는지 너털웃음을 짓기까지 하셨다. 그리고 몇번을 내게 "뭐 먹고 사냐" 라고 물으셨다. 난 몇번을 "빵먹고 밥먹고 살제라우..." 라고 대답을 했다.
마침내 엄니는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지...
"긍께...오늘 아침에는 뭐슬 먹었어?"
"긍께...잼에다 빵을 발라다가 먹었네..."
"배가 차냐?"

배가 차는지는 어쨌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살아가는데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엄니는 이런 내가 당최 안심이 되지 않는지 마지막으로 내 가슴에 영원히 남을 한마디 명언을 하신다.
"내가 테레비서 봐씨야...빵먹고는 힘 못쓴다게...."

이역만리에서 사는 막둥이가 당최 궁금하신가 보다. 에들레이드에서 조금 안정이 되면 아부지도 엄니도 한번 모셔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테레비서 본것(?) 보다 실제로 보면 조금 더 안심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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