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카바의 여행기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목잡힌 청카바 가족여행.....

호주가 넓은 땅임은 아주 자알 알고 있다. 
호주를 동서로 가로지른게 네번째다. 시드니 혹 에들레이드에서 삼천키로 ...사천키로 ...짧지 않다. 호주에서 한국까지 고작 팔천키로다.
비행기로 10시간 걸리는 거리다.
어쨌든 ...에들레이드에서 퍼스로 가는 장거리 로드트립....
비행기로 네시간 거리다. 에헤헤헤 ..신이났다.

아내도 나도 ..아들도....
아내는 임신 25주차....아들은 7개월....난 서른둘....ㅋㅋㅋ

첫째날 내 차 엔진에 열이 발생해서 잠시 쉰거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고작 2005년식인데 ....아내 차는 2007년식인데 지금도 새차 같다.   아니 그날 저녁 호텔에서 먹은 파스타가 최악이었다는점...
다음날 아침 아내의 몸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급기야 백키로도 못가서 차를 세우더니 먹은것도 없는데 구역질을 해댔다.
우선 그나마 제일 가까운 ceduna 호주 한가운데 있는 조그만 사막 도시다.
우선 공원에 담요를 펼치고 쉬고 싶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아들은 그래도 샤방샤방 웃음을 잃지 않고 있어 다행이었다.
가까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목욕탕이 아주 좋은 호텔을 찾았으나 더운 사막이어서 그런지 샤워뿐인 호텔이다. 꽤 유명한 체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잠시 쉬다가 아내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병원에 가자고 한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보고 아내는 약을 받았다. ...결국 아내는 약을 먹지 않고 쉬기만 해서 기력을 회복했다.
근데 문제는 아내보다 아들이 더 심각했다. 감기가 조금 걸려있는 아들의 기관지가 염증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의사는 내게 아들을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한다.
결국 아내는 호텔에 혼자가서 쉬기로 하고 난 병원에서 아들을 뒷바라지 .....
어제 일요일은 굉장히 스페셜한 날이다.
호주의 아버지의 날이기 때문이다. 난 처음으로 아버지날에 선물까지 받았다.
전기 면도기 ...ㅋㅋㅋ 이건 아내의 영향이 크다. 수염 잘 안깍는 날 위해서 .....ㅋㅋㅋㅋ
아들은 가습기 마스크를 쓰고는 자지러지듯이 울기 시작했다. 난 우유도 타야하고 ...기저기도 갈아야 하고  정신없이 보낸 아버지의 날......
아직 퍼스까지는 2000키로가 남아있고 ...에들레이드에서 이미 1000키로 가까이 멀어져있다. 
공항도 없는 곳이다. 다행히 병원시설은 나쁘지 않아서 있을만 하다. 게다가 개인 병실인데 바다가 바로 보이는데다가 석양이기가막힌 특등병실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아들은 옆에서 새근새근 코를 골며 가끔 보채면서 잠을 자고 있다. 코로 숨을 잘 못쉬고 있는데 ....산소 마스크까지 달아놔서 아주 중병환자처럼 보인다. 
혼자 건강한 척 하는 난 여전히 병원음식도 잘 먹고 있다. 간호사 의사들과도 농담까지 나누며 자알 지낸다. 
참고로 일주일전에 북한 다녀온 사람도 만났다. 나를 보더니 대뜸 북한 자랑부터 시작했다. 아마도 아들 신상 서류에 내 배경이 적혀서 알았겠지....
어쨌든 ...내일은 퍼스로 떠날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적으로 아들 상태에 따라서 ......
아프리카 여행할때 아들만한 육개월 정도 된 아이를 데리고 여행한 독일 부부를 만난적이 있었는데 ....
아차 그 부부는 의사였구나 ...내 아내는 이제 제대를 하게될 퇴역군인이고 ...난 다시 백수가 될지도 모르는 남편이고 ...그게 다르다면 다르구나....ㅋㅋㅋ

처음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로드트립인데 ....복병을 만났다. 덕분에 호주 의료시스템을 꽤 적나라하게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꽤 괜찮다. 난 주로 병원을 병원식으로 평가하는데 ..이곳 병원식 나쁘지 않다. 참고로 호주 중간 남쪽인데 헬리콥터로도 환자 이송이 안된다. 기름이 부족해서 오직 비행기로만 이동이 가능한데 가까운 도시까지 이것도 한시간 반 이상이 걸린다. 이건 오후에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놀러온 간호사랑 농담하다가 알아낸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게 공짜라면 ..이야긴 달라진다.

어쨋든 내일은 모두다 몸 상태가 좋아졌으면 한다.
이사 준비도 해야하고 나도 일때문에 만나봐야 하는 사람이 몇몇 있으니까....
지금도 코가 막혀 색색대며 잠을 자고 있는 아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