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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누군가의 남편....누군가의 할아버지..그리고 나의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고집불통에....
새벽일찍 마당을 쓰시면서 빨리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실제로 아버진 워낙 부지런 하셔서 게으른 난 이래저래 많은 잔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중학교때까진...
고등학교..군대 ...대학교..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와 나눈 대화중 기억에 남는 건 군대 제대했을때
"왔냐?"
회사를 그만 둔다고 내려갔을때...
"조금더 다녀보지 그러냐?"
정도다...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아부지의 뒷모습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조금은 애잔한 느낌이 든다. 


식구들과 소풍을 다녀오는길에 소가 지나가자...
"아따 저기에 차좀 세워봐라"
한참 소가 지나 가는 모습을 바라보신다. 
한국엔 소값이 폭락해서 청와대에 소 2000마리 몰고 간다는 뉴스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호주에 계시는 내내 집에 남겨두고온 소 두마리가 내내 신경이 쓰이신다며 옆집 할아버지에게 일주일에 두어번씩 전화로 안부를 물으시는 아부지....천상 '농사꾼' 이시다....

53미터짜리 나무 올라가는 앞에서 폼만 잡으시고...ㅋㅋㅋㅋ 조카들과 아내는 열심히 올라갔다. 난 물론 고소공포증....ㅋㅋㅋ 높은건 싫어요..유전인가? 올해 벌써 73이신 아부지...10명이 넘는 손자 손녀들을 거느리신 할아버지....아직 염색도 한번 안해보셨다는데 ...아직도 흰머리가 없으신 아부지...나까오리? 둥근 창모자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아부지....

시내를 돌아다니다 방충망이 있는 모자를 보시더니...대뜸 하나 사시라고 하신다. 
"아따 이노무 파리들이 무지허기 사납네..."
아는 사람은 안다 호주의 파리가 얼마나 지독한지.....ㅋㅋㅋㅋ호주 시골을 여행하시는 내내 애용하셨다는 
식빵을 음청 먹어대는 양들을 보고 ...소들한테도 한번 먹여보신다는 아부지....

손자 사랑은 할아버지가...

맥주 사랑은 할아버지들끼리....

아부지는 호주 곳곳의 커다란 나무에 무척 놀라셨고 ...싸나운 파리때문에 가끔은 혼자 화를 내시기도 하셨고...
어디를 가건 1시간 이상 차를 타야하는 지루함에 짜증을 내시기도 하셨지만 ..장인어른과의 맥주한잔...자연속에서의 산책 ...손주들의 재롱에 꽤 재미있게 호주에서의 3주를 보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