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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호주 타즈매니아 자전거 여행기(달력 그림에서나 나올법한 그림 같은 풍경들)


Day 3  2009 12 21

파란색선 Orford===============Swansea 날씨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23

잔잔해진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기 귀찮아 발을 꼼지락 거리며 늑장을 피우고 있는데 옆에서 양순이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7시가 넘어 버렸다. 해는 그렇게 늦게 지더니 뜨는 것은 일찍도 떠서 벌써 중천이다.

일어나서 밖에 나와 보니 텐트 곳곳에 달팽이 천지였다. 아마도 텐트가 따뜻하니 달팽이들이 텐트 사이사이로 끼어든 모양이었다. 조심히 몇마리의 달팽이를 치우고 텐트를 접어 자전거에 실었다. 

피곤해서 풍경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던  어제 저녁에 본 풍경보다 캠핑장은 훨씬더 평화롭고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비록 화장실과 캠핑장 시설들은 이끼와 비바람에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모습이어서 마치 폐가에서 하룻밤 지낸것 같은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햇지만 바닷가의 풍경은 고즈넉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양순이의 화상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

여태까지 보아온 어느 화상보다 발갛게 부어오른 것이 훨씬 심각해서 조금 더 큰 동네에서 약국이라도 서둘러 찾아보아야할 형편이었다.

양순이의 손등 마저도 화상을 입고 부어서 핸들을 잡는 것 조차도 불편해 하고 있었다.

어제의 목적지였던 트리뷰아나까지는 고작 3키로 정도였다.

배신감까지 밀려왔다. 어쨌든 고즈넉한 캠핑장에서 평화로운 밤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것도 공짜로.

트리뷰아나는 조그만 낚시마을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다. 동네에는 고작 베이커리와 주유소만이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베이커리에서 빵과 커피를 한잔 마셨다.

담배를 끊어서 무엇보다도 내게는 진한 카페인이 필요했다. 아침에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한잔은 당분간 나의 금단 현상을 막아줄 터였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점원이 트래시의 화상을 보더니 입을 쩍 벌린다.

세상에 어쩌다 이런 화상을 입은거예요?

자전거로 여행중인데 날씨가 선선해서 나도 모르게 화상을 입었지 뭐예요?

차팩을 우려낸 수건을 조금 올려 놓으면 괜찮아 질거예요

어제 와 달리 싱글넷(소매가 없는옷)이 아닌 반팔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팔과 손등의 화상이 도드라질 정도로 심한 화상이었다.

근처의 약국은 10시가 되어서야 여는 것을 빵집 점원에게 물어 알게 되었고 베이커리 앞에서 한가로이 커피와 빵을 먹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들의 자전거를 구경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구경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멋진 캠핑카를 렌트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우리를 순식간에 지나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조금씩 새어 들어왔다.

스완씨까지 가기로 했다. 그곳은 지금 출발하면 점심전후로 도착할수 있을 50여키로의 거리에 있었다.

아침에 확인해본 지도에 의하면 가파른 언덕은 한군데뿐이었다.

양순이가 화장실에 간사이에 주유소에 잠시 들러 장갑을 두개 사왔다.

우선 트래시의 손등이 조금이라도 보호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선크림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보였고 더이상 군대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선크림을 신뢰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서 스완씨를 향해 패달을 밟았다.


나의 엉덩이는 조금 적응을 했는지 어제보다는 훨씬 나았다
.

아마도 적응을 하고 약혼자 앞에서 안 퍼지려고 내몸은 어제 자는 사이에 발버둥을 쳤을것이리라.

양순이도 나도 어느새 꽤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높은 언덕보다 자그마한 둔덕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속 10키로 이상으로 나아갈수 있었다.보이는 해안도로의 풍경은 말그대로 달력에 나올듯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선과 파란물감을 그대로 풀어놓은 듯한 바다색 그리고 푸른하늘에 뭉개구름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을 모아놓은 달려에서 정확하게 5월달 사진에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록키힐이라는 150미터 고지는 가파랗지만 어제에 비하면 찬밥에 물말아먹기였다.

그곳에서 본 풍경은 아직 5월달 달력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리가 그 높은 오르막길조차 즐길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이 가파른 오르막 위에는 이에 상응하는 시원한 내리막 길이 기다 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제 하루의 자전거 여행은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스완씨까지는 계속해서 달려그림의 연속이었다. 말그대로 달력그림을 연속 넘기고 있는 기분

스완씨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iga 편의점에 들려서 간단한 식료품과 양순이의 알로에크림을 샀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비치노까지 갈 예정이었다.

점심은 편의점 직원이 추천해준 동네의 유명한 호텔펍에서 먹기로 했다.

시내에서 1키로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다시 힘을 내서 갔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버려 점심을 먹을순 없었다. 다행히도 펍 옆에있는 베이커리에서 간단히 점심을 구할수 있었다.

점심은 샌드위치였다. 가격은 보통 베이커리보다는 약간 비쌌지만 허기진 우리에게 그런 볼멘소리를 할만큼 여유를 갖고 있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편의점에서 사온 알로에를 우선 보이는 곳에 바르기 시작했다.

화상입은 부분이 부어오르기까지 했고 손을 댈때마다 그녀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점심을 마치고 자전거의 열쇠를 푸는데 4명의 캐라반 여행객들이 우리를 보더니 반가운 인사를 한다.

선 번(화상)무지 조심해야되요 여기 특히 타즈매니아

네 그런거 같아요 제 다리랑 팔이 아주 랍스타가 되어버렸다구요

아까 오다가 당신들을 봤어요 여자친구는 한 500미터 뒤쳐져서 힘들게 언덕길을 올라가고 앞에 남자친구는 울루룰루 가더군요

울루룰루는요 제가 앞에서 페이스 조절하고 가는거뿐이라구요

하하하하하 즐거운 여행하세요

남들한테는 아마도 피앙세를 혹사시키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어쨌든 화상입은 트래시가 더욱더 애처러워보였다.

트래시한테 오늘 오후에 갈거 포기하고 그냥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는걸 생각해보자고 했다.

어제 샤워장도 없어서 샤워도 못하고 잤기 때문이고 아무래도 화상때문에라도 하루는 푹쉬어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래 처음의 계획대로라면 스완씨에서 하루 머물 예정이었었고 근처에 예쁜 캐라반 파크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완씨의 바다는 에메랄드 쪽빛의 아름다운 동화속의 바다였고 달력그림의 정확히 8월쯤을 채울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캐라반 파크는 그 8월달 달력 바다의 해변과 밀접해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고 샤워도 하고 내일의 여행을 준비도 할수 있었기에 그곳에 체크인을 하고 텐트를 쳤다.

텐트를 간단하게 치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시내 구경을 위해 바다 해변을 걸어 시내로 향했다.시내상점에서 긴팔이 있으면 긴팔을 살까 했는데 시내에는 몇개의 커피숍과 레스토랑 뿐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선 시내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했다.

“동네 이쁘네 이런데서 한번 살아볼까?

꼭 타즈메니아에서 살고싶다는 뉘양스네

아냐 아냐 그냥 살아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는것 뿐이지! 이런곳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찾니?

그래 넌 일이 없으면 손부터 떠니까!

그랬다. 난 일이 없으면 도무지 불안해서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다윈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용할 뿐이었다.

다시 캐라반 파크로 돌아와서 우리는 밀린 빨래와 샤워를 했다.

나는 내친김에 리셉션에서 인터넷까지 하는 호사를 누리면서 오후를 보냈다.

캐라반 파크의 파라솔 밑에있는 벤치에 앉아 지도를 한장 꺼내놓고 다음 계획을 세웠다.

헤이 트레시 난 진짜로 타즈메니아 일주를 하고 싶어. 우리가 내일부터라도 조금 서두르면 1 2일까지 충분히 호바트에 도착할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어깨 화상은 점점 심해져서 움직일 수도 없다구 뭔가 다른방법이 필요해

지름길로 가자 우선 이틀안에 론체스톤에 도착하면 충분히 가능할거야

그래 어차피 동해안 바다 풍경은 오늘 볼만큼 보았으니까

지도상으로는 그랬다. 동해안을 돌아 북쪽에서 내려가는 것보다. 중간의 고속도로를 통하는게 훨씬 간편하게 타즈메니아 일주를 할수 있게 하는것 처럼 보였다.

그 지도에는 물론 등고선 따위는 그려져 있지 않은 관광용 지도 였다.

우리는 우리가 타즈매니아에 올때처럼 간단하게 계획했고 그 계획은 아마도 별다른 변동이

없는한 내일 그대로 실행이 될터였다.

잠들기 전에 시내에서 사온 즉석 복권을 한장씩 긁었다.

난 복권 당첨되면 타즈메니아 택시타고 관광할거야

난 복권당첨되면 하루에 50키로씩만 자전거 탈거야

간절히 기도했지만 역시 우리는 하루에 100키로씩 타야만 했다. 하지만 복권긁는 10분동안 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 하루에 50키로씩만 ……

그날 밤도 여전히 파도소리에 취에 잠에 들었다.

마치 내가 뉴질랜드에서 살때 네피어에서 듣는 파도소리처럼 평온했다

 

도로에서 만난 신발을 모아놓은 곳에서 눌라보를 건널때에는 속옷만 걸어놓은 나무도 있고 패트병만 걸어놓은 나무도 있었다.
스완씨에서 시내나가는 도중 나와 트래시는 점프 사진 잘찍는게 소원이다. 이것도 실패!
스파이키 브릿지 호주에 죄수로 온 사람들이 만든 다리 위가 축구화 스파이크처럼 뾰족해서 스파이키~~`
이사진은 7월달 달력그림 하면 되겠다.

우리가 하룻밤을 지낸 스완씨 캐라반 파크 뒤에 파도는 아침이 되니 잔잔해졌고 옆에 텐트와 우리 텐트 뿐이다. 나란히 놓인 자전거가 사이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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