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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짧은 생각

쉬엄쉬엄 사는 인생!

새벽 바람에 문자가 들어왔다. 
호주에 살면서 좀처럼 없는 일이다.
게다가 요즘 아주 한가하게 살고 있는 나에겐 전혀 안 어울리는 시츄에이션...
사실은 문자가 아니라 전화였는데 안 받아서 음성메시지가 되어 있었다.
작년 이맘때 "김치를 사랑한 유럽 아저씨 지코씨" 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다.
그 아저씨 ..'지코씨' 다. 
전화를 하자마자 아저씨는
"오~~~~ 김치 가지고 우리 가게로 와"라고 말한다. 
난 함박 웃음을 지으며 그간 안부를 물었다.
다시 김치 가지고 오늘 오전내로 가게로 오라고 하자
"ㅋㅋㅋ 저 에들레이드인데요 ...이사왔어요"
다윈과 에들레이드는 정확하게 북과 남이다. 호주의 가장 윗쪽에 있는 주도가 다윈이고 그 남쪽 끝에 에들레이드가 있다. 
"허거걱...그 멀리서 뭐하는 거야?"
"ㅋㅋㅋ 그렇게 되어버렸네요...암튼 다른 사람 찾으셔야겠어요..."

그리고 인사를 하고 다윈에 있는 중국식당의 '김치'로 만족하라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윈에는 한국식당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아삭 아삭한 '수박 김치'를 외국에서 만들어 먹는 법!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김치를 사랑한 '외국인' 지코씨 이야기 

호주는 이스터 홀리데이(부활절)이 다가왔다.
이노무 나라는 그런 홀리데이는 그냥 '셧다운' 이다. 그냥 문닫고 논다.
우리나라는 '대목' 일테지만 이곳에는 그런 개념보다는 다들 집에서 맥주병 들고 빈둥대거나 휴가를 가는 것이 일이다. (게다가 그 휴가가 거진 일주일이다)
"오이.....'와이프' 이번 부활절에는 뭘하고 보내남?"
항상 뭔가를 계획해 놓는 와이프에게 묻자
"서방님 이제 우리에게 아이가 있잖아 그러니까 서방님은 아빠가 할일을 해야지!"
"그래? 아빠가 할일이란...?"
"글쎄...부활절 초콜릿 사서 구석구석 숨겨놓는거야 보물찾기를 하는 거지 꼭꼭 숨겨야해 아들이 못찾을 정도로 우연히 몇개월 지나서 찾아서 먹을수 있게...ㅋㅋㅋ 아이 신나!"
"뭐가 신나니? 아이는 이제 100일도 안되서 걷지도 못하는데...ㅋㅋㅋ"

아내에게 한국의 부활절에는 삶은 달걀을 먹는다고 하니 웃는다.
게다가 난 크리스챤도 아니잕아...
그래서 ...아내는 부활절에 삶은 달걀을 만들어 색을 칠하고 난 초콜릿 달걀이나 토끼 달걀을 사서 보물찾기나 해야겠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 트레시는 계획이 있었다.
이번에 이사온 집으로 아내의 이모하고 이모부가 오시기로 했다.
이모부는 항공사 정비를 하시다가 은퇴를 하신지 몇년 되셨는데  정말 압권이다. 
호주 서부 천키로를 싸구려 자전거로 부부끼리 횡단하시거나 비벌문 트랙(원주민 산길)을 도보로 몇백키로 여행하시거나 해외를 배낭여행으로 하시거나 .....
지금은 호주 남부를 캐라반으로 여행하고 계시는 중인데 에들레이드 근처에 계신다.
이번에는 손님 맞이다. 장모님과 처형도 그때쯤엔 짧은 여행에서 돌아올테고...

외국에서 살면서 외국인과 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든다. 
'에이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별거 다를건 없네...하긴 눈,코,입 있고...게다가 췌장이나 비장은 구분도 못하게 똑같이 생겼을거 아냐?'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아마도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외국인이기 때문일까?
그런데도 만나는 사람도 처가식구들도 알아가보면 한국인과는 전혀 다른 사고 방식이 존재한다.
'저 ....여유로움.....'
내가 성격이 원체 급해서 그런가?(난 새우깡을 먹을때도 입천장 까지게 막 우겨 넣고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하긴...인생이 급할게 뭐있나?
앞에 큰 산이 있으면 돌아가면 되고 아님 그늘에 앉아 좀 쉬었다 가도 되고.....해가 져가는 오후라면 근처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자고 가면 되고....꼭 당장 지금 해치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라는 명언도 있잖아(엥?)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새벽이다. (아침 다섯시에 아들 녀석이 우유달라고 막 울어댐) 게다가 친구 하나가 봄을 타는 모양인지 아니 가을인가? (한국은 봄이고 호주는 가을이다) 봄이든 가을이든 마음이 싱숭생숭한 모양이다. 
그런 친구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쉬엄쉬엄 해!'

올려놓고 보니 흔들렸네요....아들녀석 볼따구가 터지려고 하네...ㅋㅋㅋ


볼리비아에서 여행중 사서 보낸 옷을 입혔습니다. 다음에는 못입힐것 같네요 ..몸통이.너무 작아요...팔은 긴데 ..ㅋㅋㅋㅋ 


쉬엄쉬엄 하실분 손가락 추천!세계 평화의 초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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