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실감한 한국어 표현법들!

아이고 ...숨차다?
아이 키우는게 이렇게 바쁜일일 줄이야....꿈에도 몰랐다고 하면 핑계 처럼 들릴까?
아내 트레시는 아침 6시 반이면 출근을 한다. 불과 차로 5분 거리에 부대가 있건만 ....굳이 자전거로 출근을 하는 통에 조금 더 부지런을 떤다. (오늘 아침엔 완전 군장을 준비해가는 바람에 차로 출근을 했다.)우선 새로 이사온 에들레이드에서는 그 전에 하던 일을 하려면 몇가지 복잡한 절차들을 밟아야만 해서 여러가지로 지금 '짱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중이지만 원래 짱구가 아니어서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 ㅋㅋㅋ
아이가 이제 3개월이 되어간다. 아이를 키우면서 몇가지를 깨닫고 실감했다. 
특히나 기가막히게 잘 들어맞는 몇가지 표현의 한국말들 ....

무럭 무럭 자라다.

벼가 무럭무럭 자랄 수도 있고 중학생 조카 키가 무럭 무럭 자랄수도 있을 테지.....그동안 '무럭 무럭 ' 이란 물주고 비료주면 크는 벼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별것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을 먹고 자라는 것들 ...사실 자라든 말든 상관없는 것들 말이다. 농부의 자식으로서 벼는 굉장히 상관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논두렁을 걸어다니며 학교를 오갔던 내게 무럭무럭 자라는 벼들이란 결국 일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카들이 자란는 것 또한 마찬가지 ...머리가 크면 클수록 용돈의 액수도 커져가는거 아닌가! 게다가 무럭 무럭이라니....ㅋㅋㅋ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무럭 무럭'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조금더 커있다. 분명 자로 재어본것도 아니고 체중계로 달아본것도 아닌데 확신할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아들이 태어나자 마자 한달 가까이 떨어져 있어야 했고 한달만에 본 녀석은 어마어마 하게 커져 있었다.
몸무게도 거의 두배가 되어 있었다. 3키로 초반에서 5키로 후반으로 ...
한달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니 그럴수도 있다고 치자..
얼마전 며칠간 다시 멜번에 들렀다가 돌아왔다. 수요일날 가서 월요일날 돌아왔으니 ..딱 5일만이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쎄근 쎄근 잠이 들어있는 녀석의 얼굴!
'뭔가 바뀌었어' 라는 생각이 번뜩 든다.
다름이 아니라....'무럭 무럭 '자라버린 것이다. 단 5일 사이에...
그런 아들녀석의 얼굴을 보고 손을 씻으려고 개수대 앞의 거울을 봤다.
"설마...나도 무럭무럭 늙고 있는거 아닐까?" 허거덕...
하늘이 무너져라 혹은 떠나가도록 울어 제낀다.

아기의 울음은 사람의 신경을 꽤 자극하는 울음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생존과 관련되어 있으니 기분좋은 울음일 까닭이 없겠지...하긴 기분좋은 울음이란것이 존재하기는 한가?
어쨌든 아기는 참 다양하게 울어 제낀다.
잠자다가도 벌덕 일어나 찡찡대기도 하고 ...(이러면 백발백중 기저귀가 젖었다)
막 젖을 먹었는데도 울기 시작한다. (이건 백발백중 트름시켜달라는 소리다)
트름도 시켜주고 밥도 먹고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찡찡거린다. (그럼 이건 방구 나오기 일보직전이다)이것들을 바로 해소 시켜 주지 않으면 아들 녀석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을 완성한다.
그것은 바로 ..'하늘이 무저려라 운다' 는 것이다.
난 처음에 이런 표현들은 대하소설에서나 나오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왜 거기에는 하늘이 무너질 만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니까!
그런데...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이렇게 일상생활과 밀접할줄은 몰랐다.


배가 고픈 아들녀석....찡찡거린다. 보통 3시간에 한번씩 아내가 짜놓은 젖병을 데워서 내가 먹인다.

물론 냉장고에 보관이 되어 있어서 젖병 데우는 기계에 올려놓는데 이게 전자랜지 처럼 '띵'하고 데워지는게 아니다. 기다린다. (모유는 전자랜지에 데피면 안된다고 한다. 영양소 파괴)아이는 울고 보채고...이어서 하늘이 무너져라 울기 시작한다. 눈물도 어느새 찔끔 새어나온다.
초보 아빠는 갑자기 심박수가 올라가고 데펴지지도 않은 젖병을 흔들어 보고 아직 차가운걸 깨닫고 다시 집어 넣는다.  그 몇십초 근 일분동안 아이는 하늘이 떠나가라고 울어 제낀다.
그럼 난 아빠미소를 지으며 하늘이 무너져라 울어 제끼는 아들녀석에게 말은 건다.
"뭐? 아빠를 사랑한다고? 그래! 아빠도 아들을 사랑한다니까..그래!"
그럼 아들은 날 눈물젖은 똥그란 눈을 하고서 이렇게 말하는 듯이 다시 울기 시작한다.
"아니라니까...아니라니까!"


해맑은 웃음...

하늘이 무너져라 떠나가라 할정도로 울다가도 젖병을 물려주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필사적으로 젖병을 물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어느순간 헤~~~~하며 미소짓는 순간....나도 모르게 웃음을 따라한다.
'아 이게 해맑은 웃음?'
내가 지은건 수염 덥수룩하게 자란 '아빠 미소'고 아이가 지은것은 '해맑은 미소'다.
꿈틀대는 열 발가락 ...뭐든 다 쥐려고 하는 조그만 열 손가락 ..
눈 코 입....이건 예술이다.
거기다가 '해맑은 미소'라니....
밤 잠 설치고 왜 우는지 몰라서 젖 먹이고 기적귀 갈고 트름 시켜주고 가랑이 사이 분바른거 빼먹어서 다시 기저귀 풀어서 분도 바르고 등등등...에 대한 대가치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멋진 아빠가 되는 책'을 읽어보니 ..이맘때쯤의 아이들은 '사회적 웃음' 을 지을줄 안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 웃음이 ...'수고했어 아빠' 라는 건가?
그리고 이맘 때쯤 기억은 2주 정도 간다고 한다. 그러니까...내가 이렇게 녀석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 고작 2주짜리라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면서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좋은 아들 되는 법' 따위의 책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문득 든 생각...내가 아빠가 되기전 30년 전부터 우리 아부지의 아들이었구나 하는 생각...
난 우리 아부지에게 최근 들어 '해맑은 미소'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전화 한통도 제대로 드리지 않지 않았나!
아들한테 바라기 전에 아들로서 아부지에게 '해맑은 미소'를 담은 전화 한통 드려야 할 시점이다.


나들이 가는 도중에 기분좋아 보이는 아들녀석을 찰칵....

한국에서 최신 유행한다고 뻥치고 매번 웃도리를 바지에 집어 넣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야 바람이 안 들어가!

엄마미소 혹은 아빠미소 지은사람 손가락 추천!!!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됩니다.
청카바의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구독을 하시면 더욱 더 쉽게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구독 방법은 우측 상단 혹은 하단의 뷰구독 +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