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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짧은 생각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 유쾌 발랄한 소설 69(식스티 나인)!

대학교 2학년 휴학 했던 학교로 복학을 했다.
나른한 가을 오후였다.
등나무 아래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빨아 먹고 전공책 베개 삼아 잠이나 잘까 하다 늦가을 따가운 햇살에 포기하고 담배 한대를 피우고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당시의 나는 군대도 제대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일년 휴학마저 한 늦깍이 학생(?)이었다.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몇 명의 얼굴 아는 후배들만이 있었을뿐.
이외수 소설속의 장외인간이 되어가는것 같았다.
당시의 나는 아웃사이더라고 불리우는 모습이었고 스스로 왕따를 자칭했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이름인 '뽕따'를 닮아 귀엽다고까지 생각을 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시니컬 하게 생각하던 때였다.
시니컬한 첫 만남!
룸메이트는 조기 취업을 해서 덩그러니 나 혼자 방을 쓰고 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룸메이트의 공간마저 혼자쓰고 있었으므로 불편하다고 불평하기엔 오히려 호사를 누리는 기분마저 들기도 했다.
휴게실에서 담배를 몇대 더 피우고 다 식어 빠져 표면 위에 하얗게 프림이 굳어버린 커피를 홀짝거리며 니코틴의 씁씁함을 커피의 밍밍함으로 달래고 있었다.
"형 뭐하세요?"
"응! 만화책이나 빌리러 갈까 생각중이야."
"뭐야? 책빌려오는 길이야?"

이것저것 많이도 빌려왔다.
후배는 키가 190 가까이 되는 친구였다.
키 큰놈들이 싱겁다더니 이 친구도 꽤나 싱거운 편이어서 평소에 말을 걸어도 대꾸는 "네 ,아니오"로 간단한 편이었다.
"나도 좀 빌려줘 만화방까지 걸어가기가 귀찮네"
"형 이거 보세요! 형이 좋아할것 같은데요?"
"왜? 야한 삼류야? 69? 제목에서 이거 양아치 3류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후배가 나가고서도 한참을 휴게실에서 이 사람 저 사람들에게 손때를 탈 만큼 타서 앞 표지 몇 장이 떨어져 나간 너덜너덜해진 만화책 몇 권을 더 읽고서 방으로 돌아왔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기숙사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걷이가 끝난 논들은 황량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것이었고 나는 한 살을 더 먹을 것이었다.
"다 조금씩 변해가는데 나는 도무지 나아가질 않네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기대 이상의 후폭풍!
기말고사가 돌아왔다. 정신없이 바빠졌다고 말하면 새빨간 거짓말 이고 여전히 여기저기 정처없이 어슬렁거렸다. 
"남들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면 장학금도 받고 그런다는데 ....."누나가 중얼거린다.
"학교도 국립 다니는데 장학금까지 받으면 사립 다니는 친구들한테 미안해서 안돼!"
공부에 취미도 없었고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초겨울이 되었지만 난 아직도 표류하고 있었다.
등나무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기에는 날씨가 추었고 도서관에 가자니 시험 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로 붐벼서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
기숙사로 돌아와 담배를 몇대 피우고서 며칠 전에 후배에게 빌린 69를 펼쳐 들었다.
3류급의 야한 소설을 생각하며....
'어라 이거 고등학생이 주인공이잖아? 이거 생각보다 센데...!'
나의 바램(?)은 머지않아 깨어졌다.
69는 작가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69년도를 뜻하는 것이었고 그때 있었던 작가의 학창시절의 작은(?) 헤프닝들을 적은 것이었다. 어쨌든 책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는 내용이었지만 몰입도는 굉장한책이었다. 단숨에 읽어나갔다. 시대가 다를뿐 주인공인 겐과 나는 비슷한 점이 꽤 있었다.
지나친 깡촌이라는 설정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버스가 들어와 동네 어르신들이 신작로에서 고사를 지낸 나의 고향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억압받는 소설속의 그들의 모습은 나의 고등학교와도 별다를 바 없는 것이었으며 그들의 작은 반란은 언제나 선생들의 몽둥이 세례로 막을 내리는 것 또한 일치했다. 주인공인 겐과 단짝친구인 아다마는 학교 바리게이트를 계획한다.
동기는 베트남전을 반대를 하고 시대 상황에 저항하는 반공이 아니라 "여학생들에게 관심을 끌다"가 목적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불순(?)했지만 결과는 그리 불순하지만은 않았다.
기성세대의 안일함에 똥침을 놔주었으니까!.
그들은 실제로 거사(?)를 진행중에 교장선생님의 책상에 실제로 똥을 누기도 했다.
누군가가 아침에 깨끗이 치워 그들이 계획한 기성세대에 대한 똥침이 우스워 지진 않았지만
'똥' 이란 왠지 진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약같은 성분이 있기에..
어느때처럼 선생에게 몽둥이 세례를 받고 교실로 돌아와 앉은 겐은 신나게 무용담을 친구들에게 전파한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즐거운게 이기는 거다.'
아무리 고개를 수그리고 선생님에게 미안한 척 해봐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뿐더러 1엔어치 동정조차 받지 못함을 깨닫게 되고 주인공 겐은 반성보다는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떠벌리는 편을 선택하고 주위의 친구들은 그의 반란으로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대리만족의 통쾌함을 느낀다.
그렇게 아다마와 겐은 무기정학을 먹고서 집에서 근신을 하게된다.
그리고 원래 반공 정신과 반전에 관한 정신 따위는 멸치똥만큼도 없던 그들은 페스티벌이라는 희망 하나만으로 무기정학이라는 지루한 형벌을 버텨낸다.
그들에게 있어 페스티벌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가진것 없는 양아치가 신념을 갖게 되는 건달이 되기 위한 도움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 건국적이지 못했다.
그 나이 때의 또래들은 이해 하겠지만  모든 관심사와 에너지의 소비 근원은  "아리따운 여학생" 이었다. 책은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현재로 돌아온다.
현재 작가로 꽤나 이름을 날리는 겐 그리고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아다마와의 2번의 만남을 적는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감추려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성을 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나에게 한때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 아다마가 나를 보러 왔는데 결국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술한잔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라는 독백을 할때 나의 학창시절에 엉망진창으로 선생님들에게 몽둥이 세례를 받고 좌충우돌했던 청춘과, 함께 우왕좌왕 했던 친구들이 떠올라 눈물마저 고일뻔했다.
책을 덮고 보니 자정이 훨씬 넘어 달빛 마저 스산하게 황량한 가을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이미 식어 버려 창가에 버려져 있던 커피의 밍밍함으로 담배를 한대 피웠다.
다음날 난 도서관에서 무라카미류의 책을 몽땅 빌려왔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69라는 책은 내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게 만들었다.
프로필에 적힌 그의 또 다른 책을 읽으면서 대학에 입학하고서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유쾌한 청춘을 꿈꾸다.
그리고 난 일본 여행을 준비했다.
목적지는 작가의 고향인 규슈였다.
당시의 나는 나가사키에 머물고 있었는데 틈만 나면 미군기지가 있는 류의 고향인 사세보까지가서 그 동네 명물인 햄버거를 먹기도 하고 술집들을 전전하며 무라카미류에 대해 묻곤했다.
그렇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무라카미 류와 함께 학교를 다닌 "못생긴 여학생" 을 만나는 행운을 갖기도 했다.
"굉장히 특이했어! 음악이나 책에대해서 굉장히 박식하면서도 못된 짓을 골라서 했지"
라는 대답을 들었다.
씨익 웃음이 나왔다.
그는 현재 작가뿐만이 아니라 영화 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스폰서 만은 언제나 줄을 서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류의 "유쾌한 에너지에 반한 사람들' 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의 여행은 즐거웠다. 마치 무라카미 류의 장난스러움처럼 가볍고 건전하지 못한 동기였을지언정 결과는 즐거웠다.
"즐거운게 이기는거다" 라는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쾌함을 원하는자 손가락 추천 발사!

큐슈 사세보 서점에서 만난 69 책은 마치 명동 한복판에서 시골 동네 형을 만난 반가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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