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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가족과 가족들의 만남들...


엄니 아부지가 호주에 오셨다.
막둥이 집에 오신다고 무척 설레어 하셨을테다.
두분다 해외는 처음이었던데다가 긴 비행으로 꽤 피곤하시기도 하셨을테고...
공항에서 뵌 아부지...."아따...멀기도 멀고 먼 가방을 저러고 뒤져 댄다냐...."
뒷짐을 지신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난 이렇게 말했다.
"아따 수고 하셨소 ...언능 막둥이 집에 가세..."

3주간 호주에 있으실 아부지 엄니에게 나의 사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드릴지 걱정이 되었다.
아마도 큰처형이나 처가의 환대가 없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도착하신 다음날 큰처형은 내게 전화를 했다.
부모님이 뭘 좋아하시는지 포크대신 젓가락을 놔야하는지 술은 어떤것으로 준비해야하는지 ...등등등...
도착해서 바비큐를 해서 먹는데 그날 밥 뜸이 조금 덜 들어서 굉장히 속상해 하며 내게 한마디 한다.
"평소에 밥 잘하는데 오늘 긴장해서 뜸이 덜 들었다고 꼭 통역해줘!"
ㅋㅋㅋㅋ 평소엔 정말 밥 잘하는데.....

크리스마스때 아내 할머니집에 가서 인사를 하니
"청카바 엄마 아빠 오시면 꼭 우리집에 데리고 와야해 알았지....꼭 인사 시켜줘"
할머니는 눈도 잘 안보이시는데 신신당부를 하셨다.
아부지께 말씀을 들이니...
"아먼 ...가야제 ...어른을 먼저 봐야제..."

IKEA샾에 들렀다. 그냥 구경삼아 ...출출해서 밥도 먹을겸...
"아따...크다 커..."
우리 엄니의 관심사는 언제나 내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였는데 ...난 이 기회가 무척이나 고맙다.
더이상 ..밥은 먹고 사냐라는 질문은 안하시겠지.....ㅋㅋㅋ

엄니 아부지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오셔서 작년에 예약을 해 놓은 콘도에 갔다. 먼저 와 계시던 친척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내의 고모 그리고 외숙모 ....
모두에게 우리 가족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아마 처가 친척 모두 궁금했을테다. 나의 자라온 배경 그리고 부모님 ..가족들이 말이다. 물론 나의 부모님과 식구들도 아내의 가족들 자라온 배경이 궁금했을터이고 ....

별장에서는 2박3일을 보냈다. 새벽에 아버지와 낚시를 가고 ..오후엔 수영장에서 식구들과 수영을 하고 ..저녁에 다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조카들의 재롱을 구경하고 ...아버지와 나꼼수를 들으면서 대한민국 앞날을 토론하기도 하면서......

처갓집 농장엘 갔다. 엄니는 내내 불편하신 모양이다.
"오메 ..사돈네 집에서 이렇고 오래 있어도 되겄냐?"
내내 이렇게 물으시곤 했다.
"먼 걱정을 고로고 사서 허시오...자주 오는 것도 아닌디 ...."

우리 동네보다 큰 농장에 아부지는 놀라신 눈치다. 장인어른과 내내 함께 트랙터를 타고 돌아다니시기도 하고 양을 직접 만져보기도 하신다. 가끔은 며느리가 모는 트럭을 타고 함께 가재를 잡으러 가시기도 하고 ...

프리맨틀 맥주공장에서 사진한장을 찍었다. 바닷가로 소풍을 왔다가 ..

드디어 아들의 1살 생일...첫돌을 기념하여 킹스파크에서 조촐한 파티를 했다.
친척들과 식구들이 모여서 .....

다행히도 장인 어른과 장모님은 말도 잘 통하시지 않는 사돈을 참 살갑게 대해 주셨다.
아부지는 내내 맥주를 드시며 장인 어른과 원샷을 하셨고 ..엄니는 ...여전히 ...
"오메 빵만 먹고 어쭈고 산다요?" 같은 의식주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셨지만 ....


우리 엄니는 처제들도 맘에 드신 모양이다.
"사진 한장 박아봐라야.." ㅋㅋㅋㅋ

3주동안 처가식구들의 환대로 아부지 엄니는 매우 만족하시며 여행을 마치셨다.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사진에 있는 엄니 아부지를 자세히 보니...
'오메 ..은제 이러고 엄니 아부지가 주름이 많아 저불었당가?'하고 자책을 해본다.
멀리 사는 막둥이 보겠다고 ....와서 진수성찬은 커녕 맨날 고기만 드시게 한게 아닌가 해서 조금은 죄스럽기도 하고 ...암튼 벌써 엄니가 아부지가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