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카바의 짧은 생각

자면서 나를 웃게 만든 월드컵 16강 진출소식...


새벽 3시에 열리는 월드컵을 보는것은 저질체력의 소유자인 내게는 요원한 일이었다.
멜번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새벽 축구 봐야되나 말아야 하나 ....내일 또 일가야 하는데 ..."
"음...나도 아침에 일이 있어서....난 잘라고...내가 응원하믄 지더라고"
"핑계가 좋다....친구들하고 응원하고....오후에 일 나갈라고 내일 오전에 전화하지 마라"
"ㅋㅋㅋ 새벽에 문자 넣어줘"

그렇게 난 잠이 들었다.
한참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데 '띠링 띠링..."
"으....서방님..지금 시간이..."
문자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확인했다.
'half time 1-1 lee jung soo'
'흐음.....이정수 이번에 또 일냈네...'
어쨌든 전반전은 그렇게 일대일로 끝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또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다시 문자가 울렸다. '띠링띠링...'
'2-1 park joo young'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흘러나왔다.
"서방님 누구한테 이시간에....."
"흐음.....멜번에 사는 친구...축구본데.."
"이겼어.? 흠냐"
"응 16강 갈라나봐....흠냐"
"좋겠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다. 잠을 자면서도 얼마전에 본 '한국 축구 16강 예언' 이 퍼뜩 스쳤다...
'소름끼치도록 기가 막히구로....'
그리고 얼마뒤 다시 '띠링띠링'
'we are going to the next round'
ㅋㅋㅋ 드디어 한국이 원정 16강에 진출하는구나 ....
'역시 내가 응원을 안하니까...그런거야'
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인터넷을 확인했다....
'엥 무승부라고?'
김남일 선수의 실책이 이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심지어 김남일 선수의 부인까지 욕을 먹고 있다는 얼굴 찌뿌려야 하는 상황...
난 어제 축구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오늘 재방송 중계를 찾아 봐야지 이러고 있다.
누군가가 이런말을 했지...
'축구는 더이상 스포츠가 아닌 종교다'
종교의 기본 사상은 바로 '사랑' 이 아니던가...
어쨌든 어제 경기가 마음에 안들었던 사람들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16강 진출한게 신나지 않은가?
이제 우리 지나간 예선은 잊자...프랑스도 더블백 매고 귀국행 비행기를 탔고 ....오늘 몇개 나라들도 같은 신세일거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그들보다 월드컵을 더 즐길 여유가 주어졌다.....
왜 남을 비난 하는가? 김남일 선수의 단 한번의 실수가...그를 역적으로 만들수는 없다.
왜 그는 우리를 2002년도에 최고로 행복하게 만들어 줬었고 ...어젯밤에도 분명 씨익...웃게 해주었으니까...
실수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앞으로 남은 16강 8강에서도 나를 씨익 웃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ps...내가 응원하면 지므로 ...응원은 안할 예정이다. ....ㅋㅋㅋ

월드컵 16강 진출 ..기념빵 ...손가락 추천...
[청카바의 짧은 생각] - 외국에서 월드컵을 혼자보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