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 (호주)

난 지금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와이프의 일 때문에 시드니에서 잠시 살아보자 좋은 기회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곳에 잠시 터를 잡았다.  물론 나도 일을 해야 하기에 잠시 집을 비우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이넷 뒷바라지를 하는 중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할 새도 없이 도시 봉쇄라는 어이없는 상황에 부딪혔다. 아이들만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어른인 우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는 모르니까! 코로나로 인한 도시 봉쇄와 동시에 모든 생활이 대폭 축소되었다. 생활 반경 5km 이내에서 하루 한 시간만 운동이 허용되는 상황 게다가 아이넷의 홈스쿨링 이보다 최악일 수 있을까? 와이프도 재택근무 게다가 뒷마당 없는 아파트... 이 아파트를 선택한 것 중에 하나인 수영장도 사용할 수가 없다. 젠장 파국이다.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났다. 점차 확진자가 줄어갔고 도시 봉쇄도 100일을 넘기고서 끝이 났다. 아직도 몇 가지 룰이 있지만 밖에 자유롭게 나간다는 것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살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 안 가는 것들이 도처에 산적해 있다. 도시 봉쇄 정도야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뭐 자국민 해외여행 금지 그것도 그렇다고 치자 땅덩이 넓은 나라니까 지구인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근데 한 가지는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안 되는 게 있다. 호주는 연방정부다. 대부분 알다시피 미국이 그런 나라다. 호주는 그에 반하면 아담한 수준이지만 어쨌든 연방정부다. NSW, VIC, QLD, WA, TAS, SA, NT 그리고 수도 캔버라 몇 개 되지도 않는 주다. 그래서 더 문제다. 시드니와 빅토리아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주 경계를 막아버린 것이다. 태즈메이니아는 섬이다. 비행기 배만 안 뜨면 봉쇄 끝 서호주는 멀다 아주 멀다. 남쪽에서 그곳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딱하나다. 말 그대로 경찰 두 명이면 봉쇄는 완벽하다.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화물들은? 동부에서 출발하기 전에 PCR 검사를 한다. 5000키로 떨어진 퍼스까지 도착하는데 5일 이상이 걸린다. 확진이든 뭐든 이미 결과가 나와 있다. 말 그대로 그곳은 아직도 청정구역이다. 확진자는 0명이다. 그리고 시드니 멜버른이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들인데 백신 접종률을 올려서 위드 코로나로 전향했다. 원래 지향하던 제로 코로나는 물 건너갔으니까. 근데 문제는 다른 주 들이다. 두 주만 빼고 모두 아직 제로 코로나는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시드니와 멜버른은 이제 외국인 여행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서호주 남호주 태즈메이니아 등은 아직도 주경계도 풀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퍼스로 이동을 하려고 몇 번 문의를 했는데 바로 반송이 되었다. 난 심지어 그곳에 주소도 있고 면허증도 서호주꺼고  차도 공항에 주차되어있는데 갈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QLD, TAS, SA는 접종률을 올려서 크리스마스 전에는 주경계를 연다고 한다. 근데 WA는 내년 6월까지 안열 수도 있다고 생떼를 부린다. ㅋㅋㅋ 웃음밖에 나질 않는다. 물론 안 가면 그만인데 난 거기 주민이라고...... 한국인의 특기는 '국난 극복'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을 모은다. 금 모으기도 그렇고 마스크 쓰기 운동도 그랬고 안에서도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부분 그렇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호주의 현 상황 그러니까 주 경계를 막아버리는 행동 이건 나중에라도 많은 점을 시사할 거다. 호주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계기가 바로 갈리폴리에서 영국군과 함께라는 생각으로 갔다가 결국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생각을 고쳐먹은 것에서부터 시작한 거 아닌가. 그렇게 쪼개지는 거다. 호주가 그렇다. 이 바이러스가 뭐라고 원래 주민도 못오게 하는 것인지 게다가 그냥가는 것도 아닌다. 가기전에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격리도 2주동안 해야한다. 우리가족이 가게 되면 주에서 지정하는 호텔에 격리 해야하고 자가부담이다. 그것까지 하겠다는 데도 오지말라는 거다. 그러니 황당할수밖에   시드니 지역은 1차 접종 95프로가 되어간다. 2차도 85프로가 넘어간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도 주경계가 막혀서 와이프는 집에 가지 못했고 아마 올해도 그럴듯하다. 이런 게 같은 나라라니... 한국인이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바이러스가 없었을때처럼 돌아가겠지만 지금의 섭섭함 혹은 분노 꽤 오래 기억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