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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개 간지 로맨스 '크리스마스 이브' 보내기-


Day 6 2009 12 24일 날씨 비

West bury-------delolane-----mole creek-----gowriepark

밤에 빗소리를 들으며 어설프게 깨어났다. 꽤 낭만적인 밤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설잠을 자다가 깨어났다. 아침에는 빗방울의 냉기가 꽤 텐트를 춥게 만들고 있었다. 살짝 텐트를 열어서 보니 잔뜩 찌뿌린 하늘이 보였다.

서둘러 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8시가 되어가고 있었으니 오늘도 늦었다. 나는 서둘러 텐트를 정리하고 그동안에 우리 양순이는 카페에서 아침으로 베이컨에그 버거를 주문했다.

긴하루가 될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어제 목표로한 델로레인에서 16키로나 뒤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확인한결과 꽤 높은 산도 넘어야 했고 거리상으로도 100키로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먹는 베이컨 에그버거는 꽤 근사한 명품맛이었다. 거기에다가 난 진한 더블 에스프레소까지 니코틴이 빠진 내몸에 카페인을 가득 채워 넣었다.

어제 제대로 구경도 하지못한 웨스트 뷰어리를 구경했다. 꽤나 근사한 교회가 있다.

교회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자는 사인을 보냈다.

사진 찍자

교회도 안다니면서 사진은 무슨

오이 이건 교회가 아니라 나에겐 문화재 일뿐이라구

섹시하게 찍어달라구

교회에서 섹시하게 찍힌 사진을 찍고서 근처 아이지에이에들러 물을 채웠다.

델로레인으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지만 금세 그치겠지 하는 안이함으로 덥지 않음을 감사하며 패달을 밟으며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델로레인까지는 오르막길도 그다지 없어서 어제 이만큼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델로레인은 꽤나 관광도시였다.

시내에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마을의 시장을 보고있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잠시 빗방울을 피하고 점심을 사려고 울월쓰에 들렀다.

오예 쿠키가 세일을 한다구요!!

그거 누구자전거에다 실을건데 ? 하나만 사라구

당연히 우리 서방님 자전거지요!

난 쿠키 안먹을 거라구!

상관없어요

그렇게 쿠키 두상자를 사서 자전거에 실고 있는데 빗방울이 심상치 않게 떨어지고 있었다.

양순아 아무래도 비가 거세질 것 같아 우비가 필요해

울월쓰에서 물어보고 오세요!

들어가서 점원에게 물으니 따로 팔고 있는 우비가 없었다. 다행히 캠핑용품점을 물어서 그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기로 했다.

불과 몇십미터를 왔을뿐이지만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빗방울은 거세지고 있었다.

근처 조그만 가게에서 우비를 찾았는데 싸구려 일회용 판쵸뿐이었다.

어쨌든 상체만 비를 안맞으면 감기는 쉽사리 찾아오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4개를 구입했다. 웃옷에 비옷을 걸치고 헬맷을 뒤집어쓴 양순이의 모습이 우습다.

양순 괜찮아 갈수 있을거 같아 비가 많이 오는데

끄떡없다구

오 호주 군인이라 이거지?

헤헤헤

근처에 있는 인포센터에 들러서 지도를 챙겼다.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해 유용한 지도들이었다. 왜 진작에 이런 지도를 입수하지 못했던가 하고 자책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이라도 이걸 입수하게 된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생각했다.

빗방울은 여전히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목표로 한 고우리 파크까지는 거의 80키로 정도가 온전히 남아있었다.

우선 목표인 몰크릭 까지는 30키로 정도 였지만 이것도 확신하고 장담할수 없었다.

최소한 3시간을 밟아야 될 거리였다. 하지만 내리막에서도 비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더더욱 걸릴 것이고 이대로 체온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고 그다음 일정도 엄청난 차질이 올것이기 때문이다. 한시간여를 미끌어지지 않게 조심히 달리다. 뒤쳐져서 달려오는 양순이가 걱정되서 자전거를 세우니 흠뻑젖어 있는 모습이 마냥 애처러워보였다.

마치 비에 홀딱맞아 파르르  떨고 있는 참새마냥

괜찮아?

으더더더더 괜찮아

이미 입술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체온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서둘러 몰크릭까지 가서 그곳에서 머물지 어떨지 생각해 봐야했다.

오늘 일정을 마치는 것보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는 것이 현명했기 때문이다.

몰크릭까지 가는 중간에 허니 농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입술이 파랗게 될정도로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지만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가게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맛있어요?

응 엄청 맛있어

하나둘 셋 넷 다섯 그러니까 다 아저씨 애들인가요?

음 안에 뒤쳐진 애들이 없다면

와우 대가족이네요

아이스크림 맛있어요?

꼬마들에게 물으니 일제히 꼬개를 끄덕인다.

무슨 아이스크림 먹을래 양순아?

이렇게 추운데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워워워 저꼬맹이들 보라구 얼마나 맛있어 보이니?

꿀꺽 나 초콜릿

오예 오예

날씨는 추웠지만 우리 입맛까지 뺏어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빗방울은 아직도 거셋다.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충전을 하고 몰크릭을 향해  패달을 밟았다.

가야할 거리는 아직 10키로정도가 남아있었고 막이제 12시가 지나려 하고 있었다.

몰크릭으로 갈수록 빗방울은 조금 얇아지다가 거세지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몰크릭까지 도착하니 비가 거의 멈추고 있었다.

도착한 시간이 2시가 약간 안된 시간이었다.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었다. 이대로 머물기에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터이고 지금 출발하면 도착시간은 꽤 늦어질 것이기때문이었다.

근처 아이지에이에서 치킨을 한마리 사서 뜯었다.

높은 산을 올라갈 것이었기에 영양을 보충해야 하므로

몰크릭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면서 곧 높은 산을 상상했는데 비는 그치는 파란하늘에 날씨는 청명했고 심지어 가는 길은 너무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골길이었다.

야 날씨 좋아졌다. 비옷 벗어버리자구

야호 이제 펄럭 거리는 소리 그만 들어도 되는거야?

그래도 비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찢어버리지는 말자구?

물론이지 난 구두쇠니까

그 아름다운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그동안의 피로를 말끄미 잊어 버리고 싶었지만 정면의 높디높은 산은 점점더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드디어 내리막이 끝이나고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보통 산으로 입성을 하게되면 나도모르게 점점 오르막으로 가는 법인데 이곳은 산임을 보여주듯이 오르막이 가파르다.

아예 처음부터 내려서 한숨먼저 쉬고서 자전거를 끌고가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왜이렇게 경사가 심한거야?

이제야 이해가 간다구 사람들이 왜그렇게 다들 경이로운 눈빛으로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줬는지 말이야

오마이갓 오늘 이곳을 넘긴 넘을수 있을까

안되는게 어디있니 이 오르막 담엔 시원한 내리막이 있을거라구

그랬다. 우리는 한걸음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간을 충분히 줬다. 스스로에게 그만큼 자전거도 내몸도 쉬운코스는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선형으로 끊임없이 오르막이 형성되고 있었다. 가끔 지나치는 차들도 엔진브레이크를 심하게 걸고 내려오는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인점은 비가 온뒤라서 그리 덥지 않았고 산 길에 들어섬으로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한시간이 넘게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정말 산을 등정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가파른 언덕이었다.

그리고 11분만의 내리막으로 1시간이 넘는 오르막을 보상받았다. 언제나 이렇다. 11분의 기분은 최고이지만

비도 그치고 하늘은 물감으로 칠한것만큼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거의 5시가 다 되어서야 고우리파크로 가는 삼거리에 들어섰다.

잠시 삼거리에 앉아서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었다.

드디어 이곳까지 왔네 !

이곳까지 올거라고 기대했니?

아침에는 정말 기대도 못했다구 이정도까지 오게 될줄은 오후에 날씨가 좋아져서 천만 다행이지만

오이 자전거 하이커들 니들 지나가는거 보고 얼른 나왔다구 어디서부터 오는거야 ?

호바트에서 오는거구요 목적지도 호바트요

오 대단해 그나저나 자전거 여행자는 굉장히 오랜만이라구

메리크리스마스 하고 수고들 하라구 오늘밤은 고우리 파크에서 머물건가?

아마도요

음 거의 다왔구만

그리고 다시 출발했다. 고우리 파크에는 말그대로 파크하나뿐이었다.

캐라반 파크가 있었지만 아침에 젖은 옷도 말려야했고 처리해야할 세탁물도 있었고 무엇보다 감기에 들지 않으려며 뜨거운 샤워는 필수였다.

캐라반 파크에 들러 우선 분위기를 한번 살피기로 했다.

캐라반 파크라기 보다는 등산객을 위한 그런 장소로 보였다.

어때 여기서 잘까? 아니면 공짜로 공원에서 잘까?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음 그렇군

그렇게 해서 백패커에서 하루머물게 됐다.

바람에 싱싱불어대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생각해보니 난 어쩌면 트래시에게 못된짓을 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비를 쫄닥맞아가며 자전거를 타고 지금은 우풍으로 벽이 흔들리는 백패커에서 따뜻한 밤을 보낸다며 좋아하고 있는 우리 양순이

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엔 더 좋은곳에서 자자

수영장 있는 그런호텔 개인 온천이 있는 그런곳에서

음 생각해보고 메리크리스마스

사랑해요 서방님

음 나도

 

웨스트뷰리에서 트레시와 다정하게 다니지도 않는 교회앞에서 사진한장을....

타즈매니아 델로레인의 활기찬 시장풍경 비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한 시점
판초를 뒤집어쓴 양순이 사진만 봐도 추워보인다.
비 맞고 아주 신난 듯한 내모습
중간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아이스크림 먹는 대가족 호주는 제 2의 베이비 붐중이다.

 비가 올라치면 옷 젖는게 가장 걱정이 되었다. 말릴 시간이 없으니까!
아예가방을 방수카바로 덮고 침낭은 비니루로 임시방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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