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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결혼까지 한 내가 외국인들에게 '게이'로 오해받은 사건들!

"아따 그놈 남자답구로...."
어릴때 자주 듣던말이다.
"오빠한테는 남자 냄새(?)가 너무 많이 나요!"
예비역이라는 명찰을 달고 대학 다닐때 많이 듣던 말이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이런 나에게 우리 와이프가
"서방님 게이야?" 라고 물은 사건들이 있었으니....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 말리다가 게이 소리를 듣다.

와이프랑 다시 만나게 된 계기는 '동화속의 나라, 뉴질랜드' 여행이었다.
정말 동화같은 만남처럼 6년동안 이메일만 주고받던 우리가, 호주 퍼스에서 작별을 하고 6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것이다.
오클랜드에 도착하는 와이프가 아닌 친구 트래시를 만나기 위해 8시간 운전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그때의 반가움이란 .....
'천하의 고아인줄 알고 방랑하고 방황했는데 ....바로 옆집 아저씨가 친 삼촌이었다는 사실' 을 알게 된것처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가슴 설레이는 반가운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나의 애마 90년식 도요타 코로나를 타고서 뉴질랜드 북섬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여행자 숙소 도미토리에 묵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짐들을 다 보게 되었는데 ....
"이야! 이게 뭐야? 헤어드라이어야? "
"응! 샤워하고 머리 말리려구?"
"너........게이야?"
"허거덕"

무슨 청천 날벼락이란 말인가 ? 이제 니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무튼 호주에서는 여자들만 쓰는게 헤어드라이어고 남자가 쓰면 게이란다.....
처음엔 트래시만 그런줄 알고 무시했는데 트래시에게 사연을 들은  장모님도 처형 처제도 트래시 친구들에게마저 동정과 비난을 동시에 받아야만 했다.
"나 스트레이트(게이가 아닌사람)라구...아주 아주 스트레이트...."
다리 정도는 꼬아줘야지 세련되어 보이지 ....
나 대학 다닐때 인터넷에 난리가 난적이 있다. 사연인 즉슨
"지하철 쩍벌남"
다들 기억하시리라 ...얼마 되지 않은 일들이고 현재도 진행형 일테니까...
하지만 남자들은 안다. 다리를 오므리고 앉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그래도 어쩌랴 8명이 앉는 지하철 좌석에 9명이 앉아서 가는 한국의 '지옥철' 이 아니던가.
그래 쩍벌남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아니 옆사람을 배려해주기 위해선
'다리를 꼬고 앉으면 벌어지지 않겠지'
30분정도 지나면 엉덩이에 쥐가 나기 시작하겠지만...
어쨌든 트래시랑 레스토랑에 가서 다리를 고고하게 학의 다리처럼 메뉴판을 왼손에 오른손으로는 메뉴를 더듬어 가며 ....
그.런.데....
"너 게이야?"
"뭔 소리야 여자친구 있는 게이봤냐?"
"그렇게 다리 꼬고 앉으면 게인데...."
"야! 그럼 한국에 있는 남자는 다 게이겠다?"

그뒤로 유심히 보게됐다. 다른 남자들이 어찌 앉는지...
아니나 다를까 다리를 완전히 꼬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아니 아예 없는 것이다.
오른쪽 발목을 왼쪽 무릎에 엊는게 보통(?)남자들의 앉는 방법이었다. ...참 별의 별게 어렵다.
'이씨....여친한테 게이소리 안들어 봤음 말을 마"
유리잔 들어 올릴 때 새끼 손가락 들어 올리는 남자.

"자 자...건배"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실때 어색해진 자리에서 화기애애 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주문' 이다.
그런데 난 우락부락한 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주잔은 내 다섯 손가락으로 받치자니 자리도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새끼 손가락은 '열외' 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버릇이 물컵을 쥘때도 따라 붙었나 보다.
어느날 물을 마시고 있는 나를 보며 트래시가 웃는다. 왼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비웃음 120%짜리로 ...
"너 게이야?"
"왜? 이제 물만 마셔도 게이냐?"
"아니 니 새끼 손가락?"

그랬다. 새끼손가락이 컵에서 이탈해 혼자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이 버릇이라는게 무서운 것이어서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예전에 배낭 여행할때 외국 친구들도 내게 자주 알려주곤 했었는데 ....
트래시가 이런 재미있는 사실을 혼자 알고 있을리 없다.
이미 친구 엄마 가족들에게 모두 알려졌다.
어느날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내게 지금의 장모님이...
"괜찮아 영국 사람들도 커피 마실때 새끼 손가락 들고 마셔"
"ㅎㅎㅎ 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요"
"근데 호주에서는 게이소리를 듣지..."
"ㅠㅠ"


위 세가지 이야기들중 새끼 손가락 들어 올리기는 아직도 못고치고 있다.
와이프도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머리가 짧아져서 이제는 헤어드라이어를 쓸 필요는 없어졌고 다리는 아예 안꼰다.
내가 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결혼까지 했고 게이가 아닌데 게이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호주에도 결혼까지 한 게이가 많다(?)고 한다. 한국처럼 이곳도 알게 모르게 편견이 있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워홀로 있을때 '커밍아웃' 안한 게이 친구들도 만난적이 있다.
번외편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서부 딸기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때였다.
쉬는 시간마다 함께 농장에 간 형과 함께 2인용 소파에 앉아서 오손도손 감자 벗겨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평소 친하게 지낸 호주 친구가
"니네 게이냐고 저 고등학생 여자애가 물어보는데?"
"뭐? 왜?"
"니네둘이 쉬는 시간만 되면 둘이 함께 앉아서 그런가 봐"
"ㅎㅎㅎ"

내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그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아이 라이크 에브리씽"
그 순간 그 고등학생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어쩔줄 몰라하고 옆에서 보고 있던 유럽친구들도 일본친구들도 배꼽을 잡고 웃은 사건이 있었다.

어쨌든 외국에서 게이가 아닌데 게이로 오해 받는일이 없도록 적어본 포스팅 이었습니다.
한국의
성적 소수자도 한국에서 존중받는 그날을 위해 손가락 추천 잊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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