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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어쩌다 오게된 남미와의 첫 만남!

아침마다 싱그러운 햇살이 키스를 퍼붓는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시드니에서 13시간만에 태평양을 건넜다. 아니 비행기 노선도를 보니까 오히려 남극해로 가까이 지나간듯하다. 콴타스를 탔는데 서비스가 좋아져서 깜짝 놀랐다. 전에는 스낵 몇 봉지 던져주고 말더니 이번엔 기내식에 아이스크림과 스낵까지  먹느라 바빠 잠도 못자고 영화만 줄창 4편을 봤다. 여전히 노다메 칸타빌레는 유쾌했고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던 슈렉 포에버 에프터까지 .......못본 영화를 밀린 숙제처럼 한꺼번에 죄다 보느라 잠을 한숨도 못잤다.

도착해 시계를 보니 3시 50분 아무 생각없이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니 부스스한 목소리로...

"으....몇신데 ..지금 전화야 ..여기 새벽세시야..."
안부를 전하지도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성급하게 인터넷 전화를 끊었다.
잠시 이것저것 정보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 스페인어 교재를 받을 때까지는 있을까도 싶기도 하고 ..
스페인어를  단 한마디도 못한채로 온 여행이기에 ....조금 배우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오히려 후덜덜이다. 일주일에 미화 150불정도라고 한다. 하루 4시간
트래시가 도라(어린이 프로그램 ) 보라고 할때 볼걸...최소한 아미고 디에고....등등..간단 회화는 배웠을텐데하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항상 이런식이다. 저질러놓고 수습못하고 멋쩍게 웃다 보면 후회란 놈이 나를 잡아먹을듯이 덥치곤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항은 마치 동네 시골 버스 터미널에 온듯한 기분이 들정도로 작은 공항이었다. 심지어 천정에는 거미줄이 엉켜서 마치 무슨 식물이 자라고 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언제나 떨리는 입국심사대에는 1시간도 넘게 기다려서 내차례가 되었는데 ...무슨영문인지 내 여권을 가져가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그동안 출입국한 나라들 스탬프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마치 구경하는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내 여권 사진은 이상하리 만치 이상한 사진이다. 내가 봐도 내가 아닌것 같다. 양복에 어울리지 않게 넥타이는 어시장에 한참 나와 있었던 갈치마냥 축 늘어져 있었고 머리는 어설프게 길어서 2대8 가르마까지....영락없이 차장급 인사다. 
입국심사대 직원도 미심쩍은지 자꾸 확인하고 모자를 몇번이나 벗어보라고 한다. 멋쩍게 웃으며 ....여권에 나와있는 어설픈 웃음을 따라해 주니 그제서야 도장에 인주를 묻힌다. 
스탬프 찍는 시간도 어찌나 걸리는지...내 앞에 몇명 서있지도 않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를 알겠다. 
 
공항에서 내리자 마자 밖에 나와 버스 표를 샀다. 버스표를 지불하고 나니 이제 돈은 반 토막이다.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시내까지는 30분 걸린단다(실제로는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남미 사람들 특성인지 아닌지 모르나 길을 어디에서 물어도 무조건 10분거리다. 20분전에도 10분전이었는데 ....이곳의 운전은 인도 만큼 카오스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길에 있는 라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지 끼어들기와 신호 위반은 그냥 가벼운 인사 마냥 흔한 모양이다. 오면서 공항 리무진은 몇번이고 사거리 중간에서 빨간불에 걸렸다.  


남미는 조금 값싼 물가라는 생각으로 지갑도 마음도 가볍게 왔는데 ...그렇지 많은 않은듯하다.특히 이곳 아르헨티나는 절대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긴 환전을 100페소밖에 안하고 와서 한다는 불만이.....
이놈의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소리도 안날 준비성....
어쨌든 가이드 북도 없이 오게 되었고 스페인어 교재도 한국에서 택배로 못 받아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해결할지는 지금 당장 시내에 나가서 돌아보면서 해결해야 할일이다.
우선 커피를 한잔 마시고 생각해 봐야겠다.
비행기를 오래 타서인지 ..머리가 텅하고 비어있는 듯해 ...카페인으로 신진대사에 에너지를 조금 불어 넣으러 시내 카페에 들렀다.

오자마자..트래시에게 이메일을 한통 보내고서 시내 한바퀴를 돌아보고 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남마의 유럽이라 불릴 만큼 건축물이 웅장한 곳이다.
공항에서 오는 내내 10층쯤 되는 한국의 70년대 아파트가 생각나서 조금 우울한듯 했으나 시내의 웅장한 건물들에는 역시나 하는 감탄사가 나올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 당국이나 정부에서는 건물 유지보수에 대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애시당초에 책정을 하지 않는것인지...그 멋드러진 기둥들에 죄다 그라피티로 낙서가 엉망진창이었다.

잠깐 내다본 시내 사람들은 남자들이 한결 같이 모직 코트에 모직 머플러로 멋을 냈고 여자들도 달라붙는 청바지에 가죽 부츠를 신어 겨울패션을 자랑했다. 날씨는 남반구의 봄날씨인 13~4도로 따스한 편인데 ....

기대처럼 햇살은 싱그럽게 부서지지 않고 공항에서 부터 내내 양털구름으로 햇볕 한줌이 제대로 들지 않아 사진을 찍어도 우중충한 것들뿐이다.웅장한 건물들은 그에 맞춰 웅장한 입구들을 자랑하는데 오늘만 몇십개의 문들만 찍었다. 
DSLR을 어깨에 메고 남미사랑이라는 호텔에 돌아오니 사람들이 깜짝놀란다. 
소매치기 100명쯤에게 표적이 되었을거라는 .....칼을들고 어깨끈을 잘라간다고 하니 꼭 붙잡고 다녀야 할 모양이다. 남미에서는 가장 치안이 좋은 도시라는데 .....

아직은 비행기 여독이 안풀렸는지 정신이 조금 몽롱하다. 

여행의 첫날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돌아다녀도 기억나는게 없다. 아마도 긴장감보다 설레임이 많아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기억들을 죄다 땅바닥에 흘리고 다니는 모양이다. 
저녁은 조그만 골목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비프 스테이크와 고구마 튀김을 먹었다. 한국의 고구마처럼 당도는 높지 않아 그냥 감자에 설탕이 조금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고 웰던으로 익혀달라고 했던 스테이크는 위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으나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주인장은 아시안이 먹는 모습이 신기한지 내내 내게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더욱더 열심히 나이프와 포크를 놀려가며 접시를 싹싹 비웠다. 

이제 남미 여행의 시작이다. 아직까지는 남미사람들의 특유의 열정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좌판을 깔고 나름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읽을수 있다. 

뭔가 이도시는 인도의 어디와 비슷하면서 호주의 어딘가와도 비슷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난 크게 기대하는것은 없다. 다만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어딘가 돌아다니고 싶을뿐이다. 바람처럼.......싱그러운 아침햇살처럼......잔잔한 파도에 부서지는 햇살처럼...어디든 멀리 .....구석구석!

어찌된 영문인지 사진이 올라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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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이에 글이 안올라가져서....
1.plaza de mayo에서 본 시내 풍경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에서 가장 커다란 건축물이 모여있는 곳이라네요! 웅장한 반면에 관리소홀로 조금은 빈틈 투성이로 보입니다. 
2. plaza de mayo 광장에 비둘기들...여기도 닭둘기 더군요...한꺼번에 날아갈땐 천둥소리가 나더군요!
3. 좌판을 벌인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와는 안 어울리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묘한 조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