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카바의 여행기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 가는길 (2편)

[청카바의 여행기] -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잉카인의 피와땀 '마추픽추' 1편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택시를 타고 로컬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인산인해다.

아니 사실 염소가 반이었다는 말이 맞을것 같다.
쿠스코에서 새끼 염소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반은 되었는지 염소 새끼들이 보자기에 싸여서 여기저기에서 목메어 엄마염소를 찾고 있었다.
로컬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모든 시선이 내게 쏠일 정도로 외국인이 없었다.
"설마 ...나 혼자?" 라는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에이....씨...그냥 관광스럽게 기차타고 갈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조금 밀려오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마실 물을 사고 있는데 ...외국인이 한명 지나간다...
서로 ......눈을 마주쳤고......뜨거운 동지애를 느꼈다.
"혹시...."
"혹시....마추픽추?"
"빙고~~~~~"

그렇게 프랑스인 지첼과 만났다. 비록 버스는 달랐지만 어쨌든 첫번째 목적지에 새벽 3시쯤에 도착하기에 동행이 절실했다.
얼마나 뜬금없는가 ....새벽3시에 돼지고 개고 마구 돌아다니는 페루 어딘가의 시골에서 오들오들 떨며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
버스는 만원이었다. 염소반 사람반으로 ...
오랜만에 시골 고향집에 간것 같은 기분으로 버스에 올라타 잠을 청했다.
역시 버스에서 잠을 자는것은 꿀맛이다.
엠피쓰리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아임 어 루저' 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버스는 산타 테레사에 도착을 했다가 막 출발하려는 찰나였다.
"젠장 ..나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버스기사는 한참 속도를 내는 중이었고 옆에 앉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대서 겨우 내릴수 있었다.
이런 멍청함이란 내릴 곳이 종착역도 아닌데 ..그렇게 꿀맛을 느끼며 잠을 자버리다니...
한참 걸어서 돌아오니 지첼이 한참 웃고 있다.
"ㅋㅋㅋㅋ 난 너 그냥 종착역까지 가는줄 알았어....."
"이씨...웃지마..식겁했으니까!"

사실 지첼은 처음부터 술냄새가 풍겼다...눈이 반은 감겼고 ...눈동자는 98프로가 흐리멍텅해져 있었다....
이런 친구에게 처음부터 비웃음을 사다니...글로벌 호구가 되려나....
버스(현대 스타렉스)는 거의 1시간을 넘게 기다려 사람이 다 차자 출발했다.
창문하나는 깨져서 비닐로 막아놨고 조수석 창문은 아예 없었다.
새벽바람은 싱그러웠다. 길이 아주 스펙타클하다기에 겁도 없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30분여를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가 운전사 아저씨게 격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빵구가 났다.
다들 대수롭지 않은듯 앉아 있어서 나도 대수롭지 않게 나가서 기지개를 켰다. 이제 해가 뜨려는지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지젤은 사진을 찍어댄다.
"니가 일본인이냐...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대게 ..."
뻘쭘한지 얼른 카메라를 집어 넣는다....'넌 죽었어 ..호구로 만들어 버릴거야 ..'
어째 우리 관계는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30분쯤 그러고 있으니 서비스 차가 왔다. 빵꾸난 타이어를 가지고 가더니...
"스페어가 없는데 ...." 라는 황당한 대답이 들려온다.
운전사는 씩씩대며 어디론가 다시 다급하게 전화를 한다. 다행히도 그 첩첩 산중에서도 전화는 터졌다. 곧이어 다른 스타렉스가 도착했다.
다들 가방을 들고 내렸다. 당연하게 ....
그런데 ..운전사는 뒤에온 스타렉스에서 바퀴하나를 빼서 빵구난 차에 갈아 끼우는 것이 아닌가....
난 그 광경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다.
"왜....왜? 왜? 차를 갈아타면 될것을 ...."
원래 타던 차니까....그 차로 간다는 명쾌한 대답이 들려왔다.....
다시 가방을 차에 싣고서 차는 원래 가던대로 운행을 시작했다.
산타 마리아로 가는 길은 정말이지 내 간이 떨어질뻔 한게 아니라 심장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분명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길은 볼리비아 어딘가에 있다고 했는데 ....
왼쪽으로는 깍아지르는 절벽이 ...오른쪽에는 산위에서 조그만 미동만 있어도 곧 미끌어져 내릴것 같은 집채만한 바위들이 ..
게다라...비...포....장.....
천정에 붙은 손잡이를 꽈악 잡았다....그 와중에도 어딘가에서 걸려들어오는 전화를 받는 운전사 아저씨....
'젠장할 ....운전에 ..집중하라구...젠장할...운전사 양반'
그렇게 아름다운 계곡이 무서워 본적은 처음이다.
아름다운 폭포도 몇개나 지났다. 분명히 아름다웠지만 내 손은 손잡이를 놓을수 없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손잡이를 잡은 손이 얼얼할 정도다....
봉고차를 갈아타고서 다시 그 위험한 도로를 1시간 여를 타고 수력발전소가 있는 곳까지 갔다.
그곳에서 부터는 이동수단이 없어서 걸어야만 했다.
도착하니 몇명의 스페인 친구들과 미국인 커플이 기차를 보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어라? 기차가 있어?"
"어? 정말이네 ..."

기차에는 현지인들이 타려고 서로 아우성 거리고 있었다.
직원인듯한 사람에게 물으니 .....
"현지인만 됩니다" 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어쨌든 날씨도 좋았고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걷는것도 나쁘지 않았기에 나와 지젤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기차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바나나 나무들이 조그만 바나나를 달고 있었다. 내내 안데스 산맥의 건조함만 보아오다가 열대 밀림을 보니 기분까지 좋아진다. 모기들도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지 여기저기 물어 뜯어댔다.
가는길에 사진도 찍고 철길에 앉아 바나나도 까먹으며 지젤과 조금씩 친해졌다.
"일본하고 한국하고는 같은말을 하나?"
"이런 멍청한 ....그럼 프랑스는 독일 속국이냐?"

안색이 변한다.....난 상관치 않았다. 왜? 니 질문이나 내질문이나....
뾰로롱한 표정을 지은 지젤을 보고 뒤에서 따라오던 미국인 커플이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차린 지젤.....
"한국은 개를 먹잖아.....어떻게.."
"어떻게 ....? 니들이 달팽이 먹는 것처럼....삶아 먹는다...."

옆에서 듣고 있던 라이언과 말리가 박장대소를 한다.
"아니 ..그게 아니고....불라불라.."
아니긴...뭐가 아냐...
가는 길에 지젤과 난 티격태격 했지만 재미있었다. 풍경은 새로웠고 ...우리는 전혀 새로운 곳에서 친구를 만났고 ...재미있는 미국의 형편없는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하여...프랑스인의 오만함에 대하여 ...한국인의 야만스러운 식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 도보거리가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는 4시간째 기차길을 따라 걷다가 퍼지기 일보직전에서야 겨우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인 아구아 깔리엔떼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함께 같은 호스텔에 묵게 되었다.
"함께 가면 싸게 머물수 있다니까!"
라는 지젤의 단호한 주장으로 ...프랑스인의 오만함이란...그래도 우리는 정말 싸게 호텔을 잡았다...다음날 빈대에 물려 포스팅을 하는 지금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후레시 안터지게 찍었더니 ...이노무....수...전...증....
다들 태연합니다. 지젤한테 사진찍는거 뭐라고 하자 삐져서 차에 들어간 틈에 얼른 블질을 위해서? ㅋㅋㅋ
저런 상황에 전 카메라를 들었습니다...ㅋㅋㅋ
오직 지역민을 위한...지역민에 위해 ....그런 기차를 부러운듯 ...쳐다보는 우리..그링고스(외국인)
열대 밀림도 신나고 ...기차길을 따라 걷는 것도 신나고 ..이래저래 마추픽추 가는길 초반에는 신났었습니다.
지젤이 ..."지가 더 사진 많이 찍으면서" 라고 ...투덜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
그런데....?"................"지젤은 말이 없습니다.....!

3편을 보시려면 로그인도 필요없는 손가락 추천 을 누르시면 됩니다.
청카바의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구독을 하시면 더욱 더 쉽게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구독 방법은 우측 상단 혹은 하단의 뷰구독 +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