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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지친 '영혼'을 치료하는 낚시법!

어렸을때 동물의 세계를 보다 보면 가끔 바다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엄청난 '대어'를 보고 감탄을 하곤했다. '우와 저 입술 봐 저거 사람도 한입에 꿀꺽 하게 생겼는데...'
저거 낚시로 잡히기는 하는걸까?
엄청 무거울텐데 낚시줄이 끊어지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하면서 ...
오늘 누가 어디에서 몇 센티짜리 물고기를 잡았다는 뉴스가....

호주 다윈이라는 곳은 호주에서도 꽤 시골로 불리는 곳이다.
노던테리토리라는 주의 주도이긴 하지만 여전히 '시골'이라는 이미지와 '오지'라는 인상이 강한 곳이다. 하긴 호주 시드니보다 인도네시아가 가까운 곳이니까!
나 또한 군인인 와이프가 다윈으로 발령 받았을 때
"나 거기 가면 뭐 먹고 살아야 되는데?" 였다.
그리고 도착해서는 이런 조그마한 동네에서 살면서 뭐하고 놀지?하고 주말만 되면 와이프랑 고민을 했다.
"서방님 이번주에 뭐할까?"
"글쎄......."

그러다 보게 된 뉴스
다윈 항구에서 어린이 몸통 만한 물고기를 잡고서 힘들게 들어 올리는 사진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우와...저걸 낚시로 잡은거야?"
"우리도 물고기 잡으러 가자!

그렇게 해서 낚시대를 장만 하고서
우리도
'고기를 잡으로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로 강으로 갈까나?'하고 고민을 시작했다.
낚시가 유일한 낙이었던 나의 중학시절....
나의 시골집은 저수지가 100미터 거리 바다는 2키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어릴때 모두 도시로 친구들이 이사를 가버리는 통에 '외톨이'였던 나는 겨울에는 연을 날리고 여름에는 낚시를 일삼는 평화로운 청소년 시절을 철저한 '왕따'로 보냈다.
그날도 여전히 아침에 낚시대를 던져놓고서 학교 파하면 집에 와서 잡힌 고기가 있는지 낚시대를 확인하러 저수지로 나가는데 ...서울에서 오신 큰아버지는
"낚시는 게으른 놈이나 하는 것이여! 물고기를 그물로 잡어야제 언제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다냐!"
"긍께 기다리는거 아니고 잡을라고 지렁이 껴놓고 물고기 꼬시고 있는건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붕어 잡어오라는 큰아버지 ...
그렇게 잡아온 피라미들을 고추가루 팍팍 풀어 한 접시 하시면서
"아따 눈먼 붕어들이 니 손에 잡혀불었구마잉...."
ㅋㅋㅋ 난 지금도 민물 매운탕을 먹지 않는다. 눈먼 물고기들이니까...
드디어 낚시시작....

다윈 항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따사로운(?)햇볕에 몸을 맡기고 낚시대를 던져놓고 옆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낚시를 온것인지 수다를 떨러 온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수다에 열심이었다. 우리도 빈 자리를 발견하고 사온 오징어를 바늘에 꿰어 바다를 향해 휘리릭....
준비해온 라디오도 켜고 준비해 간 의자에 앉아서 망망대해를 보고 있노라니...나도 모르게 나른해져 왔다.
"서방님 과일 먹을까?"
"ㅋㅋㅋ 또 먹어?"
"고기도 안 잡히는데..뭐"

저기 분명히 뛰어다니는 고기가 눈에 보이는데도 입질은 안하니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도 매 한가지 애궂은 미끼만 날아가고 다시 미끼를 끼워 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기를 잡느니..차라리 돈주고 산 미끼로 매운탕을 해먹겠다. ...
그렇게 첫번째 낚시는 허탕이었다.
그래도 넓은 망망대해를 보고 있노라니 가지고 있던 근심도 바닷물에 희석되는듯 기분 전환은 확실히 했다.
그후로 조카들이 우리집에 영어공부를 하러 와서 몇번 더 낚시를 갔다.
낚시라고는 티비에서만 보던 그들이 ....
"이 오징어 넣으면 테레비에서 보던 내 몸통 만한 물고기가 잡힌다고?"
"ㅎㅎㅎ 갸가 너를 잡겠다"

그렇게 다시 한가로운 시간이 돌아 왔다.
옆에서는 가끔 팔뚝만한 숭어가 잡혀 올라오면 주위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며 한숨을 지었다.
"우씨...내꺼는 왜 안무는 거야?"
오늘도 낚시줄만 드리운 채 한시간....
그리고 드디어
"ㅎㅎㅎ 서방님 나 고기 잡았어 ...."
막 올라온 병어처럼 생긴 열대어는 팔딱팔딱 시멘트 바닥위를 튀어다녔다.
"우와 ......트래시 대단한데..."
"삼촌도 빨리 한마리 잡아봐..."
"글쎄....안잡히네.."
하지만 고기는 크기 미달로 다시 바다로 ....
나에게 낚시는 고기를 잡으러 가는게 아니라 '영혼을 치료하는 시간'

몇번의 낚시질로 깨달았다.
고기를 잡아서 뭐할거냐!
끽해봐야 매운탕 아니냐...그래 큰 놈 잡아서 사진 찍어 방송국에 사진을 보내면 선물을 받을수도 있겠지...하지만 그런것 보다 낚시를 하러 가서 트래시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싸 가지고 간 점심을 먹노라면 세상 부러울것 없는 '강태공'이 되는 것이다.
"난 큰 고기를 잡고 싶지도 않아 다만 우리 와이프와 함께 이런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구...."
그리고 나의 과거도 가끔 돌아보곤 한다.
'그때는 뭐가 그리 바빠서 하루 종일 하늘 한번 올려다 볼 여유가 없었을까?'하고
가끔 아직도 고기를 잡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낚시를 가곤 한다.
사실은 망망대해와,수평선,뭉게구름 두둥실 떠가는 하늘을 보러 ...

아마 다윈 항구에 오는 사람들도 낚시로 고기를 잡는 것보다 나와 같은 이유로 오는게 아닐까?

그럴때면 우리 아부지께서는 한마디 하셨습니다.
"쉬엄 쉬엄 해"
오늘하루 힘드셨다면 가까운 창문열고 하늘 한번 올려다 보세요! 기분이 업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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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조만간에 배를 타고 정말 큰 물고기를 잡으러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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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생전 처음 낚시를 해본다는 서희양과 유나양!
우리 큰누나는 저기 옆에 엎어져서 혼자 무얼 그리 끌어 올리시는지..대어라도 잡었슈?
다윈에서 낚시질을 할때는 밀집모자는 필수....피부미남을 유지(?)하려면...ㅎㅎㅎ
트레시가 잡은 병어 비스무리한 물고기....참 눈이 똥그랗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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