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카바의 여행기

외국인들 염장 터지는 독일인들의 일 처리 방식!

프랑크프루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첫 장에 나오는 공항이다. 
사실 프랑크프루트는 그다지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난 이곳을 그냥 지나치려 했다. 
뮌휀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하자 마자 공항으로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잠을 자고 이스탄불행에 몸을 실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서도 프랑크프루트는 가본 곳이 아닌 그냥 들른 곳이었다 
그.런.데 ....이스탄불을 떠나 남아공을 들르려 하니 프랑크푸르트를 다시 가야만 했다. 

그래 이런것도 인연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3시간 경유다. 공항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 되는 시간이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가 3시간 가량 연착이 되었다. 한글 타자 연습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떼웠다. 그러다 '빌어먹을 이스탄불' 이라는 글도 하나 썼고 ...일기도 조금 썼다. 


비행기를 탈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목적지가 마냥 프랑크프루트라고 생각했는데 기장은 안내방송에서"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비행 하시구요! 오늘 프랑크프루트로 가는 LH1232은 눈보라가 휘몰아 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지 못하고 가까운 콜린으로 가서 내려 줄테니 알아서 프랑크 프루트로 갈수 있도록 하시고....날씨가 추우니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운 유럽을 여유롭게 즐기시길...." 그때까지만 해도 난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
'왜 밥 안줘! ' 이러고 있었다. 
가져온 헤럴드지를 다 보고 쇼핑 가이드 목록까지 샅샅이 훑어보고 나니 스튜어디스 누나(?) 들이 밥을 나눠준다. 

"저기 누나 있잖아요! 나 남아공 가는데 비행기 어떻게 되는 거죠?"
"청카바 입은 어려보이는 친구 내 말 잘 들어요! 오늘 프랑크 프르투에 있는 비행기 전체가 취소 됐어요!"
그래도 난 실망하지 않았다. 눈보라가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
옆에 앉은 베네수웰라 아가씨, 스카프는 빨간색 루이비똥에 청바지는 켈빈클라인을 입고서 다리를 달달 떨면서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다. 남미를 여행한 덕에 짧은 스페인어로 '괜찮아'하고 물으니 '안 괜찮다' 라는 대답이 들려와 조금 당황하며 밥을 먹었다. 끝내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비행기는 터뷸런스가 아주 심해 겁이 나기도 할만 했다. 

콜린 공항은 비상이다 조그만 공항에 외국인들이 단체로 여권을 들이 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을 출국한지 2주도 되지 않아 다시 입국 도장을 받았다. 
누구도 우리를 안내해 주지 않아서 1층으로 갔다가 다시 2층으로 갔다가 우왕좌왕 하면서 겨우 프랑크프루트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옆에는 이스탄불에서 함께 비행기를 탄 이태리 아가씨가 앉았다. 

"공항에서 우리 호텔이랑 밥 다 주는거지?"
"아마도...기장이 그러던데 ..."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트래시 ..나 호텔에서 자면서 근사한 부페 먹을것 같어 ...ㅋㅋ 부럽지 메롱?"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난 독일이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사람들은 서로 자기 비행기표를 달라고 아우성 댔고 몇명 되지 않는 항공사 직원들은 오늘 비행기는 모두 캔슬 되었으니 내일 아침에 알아 보라며 서둘러 공항을 빠져 나갔다. 
공항 밖에는 도로위에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가져온 담요를 덥고 바닥에 아무렇게 누웠다. 어떤 사람은 텅빈 항공사 검색대로 가서 인터넷을 시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들이 총을 들고 공항에 나타났다. 한때 트롤리에 놓여진 가방이 폭탄으로 오인되어 폴리스 라인이 그어지기도 했다. 공항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모든것이 정렬되었던 독일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왠지 통쾌하기까지 했다. 

바닥에 놓여진 배낭에 기대어 눈을 잠시 붙이고 일어나 보니 이탈리아 친구들이 창구에 줄을 서있다. "오늘 밥 준대?" 내 관심사는 밥과 호텔이었다. 
드디어 창구에 열댓명의 직원들이 들어왔다. 난 이태리 친구들 덕에 맨 앞자리를 차지 할수 있었는데 독일 항공사 직원들은 
"자 줄을 서세요 ..그리고 번호표대로 줄을 서 주시기 바랍니다. "
난리가 났다. '장난하냐? 난 어제 오후부터 비행기표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다!' 라고 뻥을 치는 사람부터 어제 뽑은 번호표를 들고 '나부터 해달라' 라고 하는 사람들....
끝내 독일 직원은 경찰을 불렀다. 무장 경찰들도 항의 하는 몇 백명 앞에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줄을 세웠다. 항의도 미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했지만 나서서 줄 서기를 강요한 사람들도 미국 사람들이었다. 하여간 나서는거 하나는 무진장 좋아하는 미국인이다. 

나와 이태리 친구들은 한 발자국도 안 움직였다. 
뒤로 가서 줄을 섰다가는 오늘 중으로 표도 못구할 터였으니까!
결국 직원들은 줄 서길 기다렸다. 그것도 1시간 동안이나!
차라리 그 시간에 발권을 했으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 절반은 표를 받았을 텐데 ...결국 마이크를 잡았던 직원은 몇 백명의 사람들을 구석에 몰아넣고 어설프게 줄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뒤에서 어떤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아유 해피?' 순간 정적이 흘렀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일이나 하라구 금발머리'라고 마이크를 잡은 독일 여자를 향해 비아냥 거렸다.  
난 결국 줄을 서기로 했다. 물론 맨 앞에 .....

"요하네스버그 가는 건데 케이프타운 직행으로 주시구요 아 물론 창가 ...비지니스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면 고맙게 받을 테고 ..물론 오늘 점심 티켓도 나오겠죠?"
직원은 황당한 눈으로 본다. 사실 나도 조금은 화가나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은 며칠 되지도 않는 데다가 좋아하지도 않는 독일에서 공항 맨 바닥에서 하룻밤을 보낸것 자체가 짜증나는 상황이니까! 
직원은 미안하다고 하며 비지니스 업그레이드는 힘들지만 원하는 좌석은 구할수 있을 것 같고 케이프타운 직행으로 바꿔 준단다. 점심 티켓으로 10유로를 준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독일인들에게 서비스란 담배 피울때 라이터 빌리려고 하면 그거 빌려주는 것 정도가 대단한 서비스다. 

도대체 ...이탈리아에서나 있을 일이 독일에서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불만을 말하니 옆에 있던 이태리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이글을 쓰는 지금 나는 요하네스버그에 있어야 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복판에서 글을 쓰고 있다.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들판은 온통 하얀눈으로 덮였고 시내는 눈이 녹아 여기저기 더러워져 있다. 독일에서 이 난리를 볼수 있었던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독일인의 기가 막힌 일 처리 방식을 하마터면 놓칠뻔 했던 것이다. 
줄을 똑바로 서기 전에는 절대 발권을 해주지 않겠다고 가슴에 장총을 맨 경찰을 부른 독일인들.....
프랑스 사람도 이태리 사람도 미국 사람도 한국 사람도 모두 ..이렇게 외쳤다. 
'염병할 독일인들'

자리 펴고 누웠습니다. 아내에게는 호텔에다가 따뜻한 부페라고 뻥을 쳤는데 ...
이태리 친구들이 사진을 찍자 갑자기 '어 나도 사진' 생각이 날 정도로 비몽사몽...
새벽 1시경인데 마냥 창구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아침에 반전이 일어났죠 ...번호표 받고 다시 줄서라고.....ㅋㅋㅋ
저렇게 자면 입 돌아 간다고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내용이 쓸만했다 싶어 손가락 추천 해주시면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됩니다. 
청카바의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구독을 하시면 더욱 더 쉽게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구독 방법은 우측 상단 혹은 하단의 뷰구독 +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