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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자! 떠나자...고래 구경하러!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난 왜 80년대 대학을 다닌것도 아닌데 ..송창식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걸까?
순전히 우리 누나들때문이다. 6남매의 막내로서 ..최루탄 냄새가 나지도 않는 80년대에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1학년때는 김홍신의 '인간시장'을 읽다 국어선생님한테 들켜서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뒤통수를 쳐갈겨 맞은적도 있다.
나이차가 10살이상 차이나는 큰누나와 형때문이었는데 ...이사를 다닐때마다 책이며 노래 테이프들을 시골집으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동화책이라고는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 밖에 몰랐다. 생각해 보니 이 책들도 동화책은 아니다. 책이 얇아서 동화책 같을뿐이지....어쨌든 이 두 책은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준것임에는 틀림없지만...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호주에 살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나의 열망
그것은 바로 고래를 보는 것이었다.
어릴때 우리집은 티비가 잘 노오지 않는 난청 지역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EBS만은 기가 막히게 잘나왔는데 ..그 덕에 '신밧드의 모험'만은 빼놓지 않고 볼수 있었다.
그때 보았던 고래 섬을 머리위에 지고 있는 고래.....
난 그 고래가 보고 싶었다.
사실 호주에 살면서 고래보려고 별 수작을 벌여봤지만 ...허사...시즌이 따로 있는 것이었다.
남극해에서 인도양으로 고래를 이동하는 시즌....
몇번의 실패후에 깨달았다...세상에는 공짜는 없는법....
돈을 들여서 고래 투어에 가기로 작정했다.
다행히 처갓집에서 고래를 보는곳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기에....
처음 고래를 보던날...
사실 고래를 본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미국인 친구들이랑 쉬는 날이면 사람들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명사십리'도 울고갈만한 해수욕장이 하나있었다. 그곳은 정말이지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을 자랑하던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그날도 쉬는 날을 맞춰서 미국인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하러 갔다.
하긴 ...수영을 하기엔 아직 봄이 찾아 오기엔 조금 이른 9월이었던 것이다.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있기에 한국과 계절이 정 반대다.)도착하니 역시나...그날도 허당(?)이었다. 가는 동안 차안에서 비키니를 입고 쭉쭉빵빵한 누나들이 선탠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는 서양인이나 한국인이나 전혀 다를게 없었다는걸 확인하면서 우리의 의리는 조금씩 커가고(?)있었는데 ...
그날은 아담은 힘이 펄펄 남아도는지 갑자기 앞에 보이는 산을 탄다고 난리 였다.
신발도 안신고 산을 올라가더니....끝내 올라갔다.
뒤늦게 나와 리브도 함께 올라가다가 ...포기 했다. 가시풀이 사방천지였던 것이다.
아담은 우리 보란듯이 그곳에서 '야호'를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물론 내려와서 보니 그의 발은 사람의 발이 아니었다. 곰한테 대 여섯번은 할퀸듯 비가 질질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바다가 차지만 수영을 하는데 ....
뒤늦게 우리만의 해수욕장에 손님(?)으로 잠시 서핑을 하던 서퍼들이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물고기 한마리가 ...점프를......허거덕...물고기가 아니라 ..고래닷!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이런 .....내가 내가.....고래하고 함께 ..수영을 했어...ㅋㅋㅋ 비록 몇백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아담과 리브도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했다.
그 일은 그날 호스텔(여행자 숙소)에서 머무는 한달 내내 새로오는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댔다.
고...고....고래닷.....!
호주 서남부 어거스타에 도착해 고래투어 사무실에 전화를 거니...바로 항구에 가서 배를 타라고 한다. 그래서 그 복잡한 시내길을 벗어나 한참을 헤매다 배를 놓쳐버려 고래를 보지 못했다고 하면.......뻥이고 길은 시내를 가로 질로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배가 출발하기 바로 10분전에 도착할수 있었다. 도착해서 바다 앞에 서니 파도는 꽤 크게 넘실대고 있었다...
우리는 한겨울에(호주는 남반구여서 한국과는 정반대의 날씨이다) 남극해를 향해 항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점퍼를 꺼내고 털모자를 쓰고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털모자와 털장갑을 낀 조카들은 연신 장갑낀 손으로 팡팡거리며 신선함(?)을 만끽중이었다.
큰배가 정박되어 있는 곳까지 작은 배로 이동을 해야해서 우리도 줄을 섰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쌀쌀한 아침이었는데 해변 저편에서 갑자기 광채가 나더니 비키니를 입은 아가씨가 금발을 휘날리며가 아니라 해녀복을 입은 할머니들이 처진 배를 추스리며 수영모를 쓴채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파도는 족히 2미터는 되어보였고 ...게다가 날씨는 영상 4~5도 정도 인데.....
모두들 그저 웃을 뿐이다. 옆에 있는 일본인들은 역시 연방 '스고이'를 날리고 있었다.
기가막히게도 그 할머니들은 지역주민이신데 연일 비가 오나 눈이오나(?) 아침마다 그렇게 몇시간이고 바다수영을 즐기신다는 것이다. 그것도 평균연령이 모두 70이 넘으셨다는데 ...고래를 보러 왔는데 ..고래를 보기도 전에 엄청난걸 본 느낌이다.
그렇게 배에 승선을 하니 배는 생각보다 움직임이 심했다. 배의 한쪽편에 구비되어 있는 멀미봉투는 이미 손님들이 챙기기 시작했고......나도 생각보다 멀미가 오기 시작했느지 머리 두통이 오기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을 쐬러 배 뒷편에서 선장이란 사람과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거기에서 그 대단한 할머니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며칠전에  남아공에서 있었던 고래가 요트를 덮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난 오늘 고래가 내가 탄 이배를 점프해서 덮쳐주기를 간절히 바라기 까지 했는데 .....선장은 당황한 웃음을 지으며...
"며칠전에 내가 찍은 고래 사진이야 이거 보면서 기대하라구" 선장의 블랙베리 사진에는 고래사진이 배 옆에서 당당하게 찍혀 있었다.....와.......진짜...고래가...핸드폰에..오늘 내가 이걸 보게 된단 말이지....
그렇게 배는 출발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고래가 여기저기에서 점프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는 아니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출렁이기 시작했다. 육지가 멀어질수록 배는 요동을 쳤다. 승객들을 모두 바다로 날려 보낼 심산인지 선장은 집채만한 파도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육지가 흐릿하게 보여질 만큼 나아갔다.
그리고....드디어...누군가의 '고래닷..." 이라는 비명으로 고래투어는 시작되었다.
넘실거리는 파도틈에서 검은색의 고래를 찾기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검은색의 파도 ...밑이 빤히 보이는 바다 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랑비가 부슬거리는 바다의 색깔은 정말 검은색에 가까운 파란색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은날이면 점프를 하는 고래도 볼수가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고래는 커다란 살찐 등허리를 잠시 내비춰 주더니 바다속으로 금새 사라졌다.
"삼촌 봤어? 봤어?"
연신 물어대는 조카들에게 입을 쩍벌린채 감탄만 하다 대답도 채 못해주고 ...
"앞으로 가자...앞으로 가면 더 잘보일거야!"
파도는 점점 거칠어져 배는 힘차게 점프했다가 하강하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선미에는 파도까지 들이치고 있었지만 고래를 더욱더 가까이 보고싶은 열망을 잠재울순 없었다.
어느샌가 내 멀미도 싹 가시고 없어졌다.
연신 카메라 셧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고래는 수줍음이 많은 모양인지 좀체로 꼬리를 보여주지 않았고 고작해야 등허리를 보는것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배 바로 옆에서 3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고래가..."푸우~~~~~~~~~~~"하고 숨을 내 뱉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들고 있던 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릴 정도 였으니까....
그 크기는 더 대단했다. ...바다 수면위에 나와있는 터라 통째로 거의 볼수가 있었는데 ....절로 '우와'라는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외국인이고 ...뭐 자실것도 없이 맨날보는 선장도 경이로운 표정으로 키를 돌려 고래를 따라갔다.
그 고래는 3마리가 무리지어서 다니고 있었는데 ...배를 따라 오기도 하고 배가 고래들을 따라가기도 해서 짐짓 1시간여가량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난 연신 고래를 찍어대느라 바빴다. 집채만한 파도는 넘실대지 ..가랑비는 와대지...고래는 숨쉬러 잠깐 나왔다가 순식간에 들어가지 ...언제 꼬리를 보여줄지는 정말 알수 없었다....
애간장이 타다가 연사자동으로 고래가 나올것 같은 곳에 연방 셧터를 눌러댔다.
조카에겐 동영상을 당부해 놓고 말이다.
점점 비도 거세졌고 파도도 거세지고 있었다. 투어소개에서는 3시간여를 한다더니 2시간이 조금 넘자 항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리와 함께 놀아주던 고래들도 먼바다로 돌아갔고 나도 선실로 돌아왔다. 선실에 조카들과 돌아오니 몇몇은 이미 의자에 널부러져 메쓱거리는 속을 달래고 있었다. 우리 외에도 워킹홀리데이로 온 한국 친구들 셋을 만났는데 그들도 2명이 속이 안좋은지 연신 눈을 감고 먼산을 응시하고 있어....
"사과 먹어요..그럼 조금 나을지도..." 하고 달래 주었으나...영....얼굴이 창백한것이 ..고래 구경이나 제대로 했는지 ...안타까울뿐...배에서 내려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열정이 가득한 한국의 청년들과 아가씨였다. 언제나 그런 워홀러 들을 보면 연방 미소가 지어진다.
어쨌든 그렇게 고대했던 고래 구경을 실컷하게 되었다.
그 커다란 체구에 놀랐고 ...거친 숨소리에 ...그리고 ...진짜...자동차 크기만한 부채모양의 꼬리 크기에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다.
아침 10시에 투어가 시작되서 오후가 되기전에 하선을 했는데 ..뭔가 가득한 느낌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그렇게 가벼울수가 없었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한 느낌처럼 말이다.
비록 하선하면서 밀려온 파도에 내가 여행오면서 산 나이키 신발이 홀딱 젖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0대 할머니들에게는 원피스도 비키니처럼 보이는 신비함이 ...어쨌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감탄사만 연발하고....참...멋져보이시드라구요...수영도 겁나 잘하시드라구요!

제가 배 맨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난간에 다리를 x자로 꼬고 버틴다음에 허리를 획하니 돌려 찍은 사진이네요...무서원서 앞까지 못오고 멀찍이 고래구경을 하고 있는 조카와 누나 !
드디어 고래가 숨을 쉬며 수면위로 박차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소리가 엄청나드라구요! '푸우~~~~~'하고
몇마리씩 무리를 지어다니는 고래들이 한꺼번에 나와주셨네요..어익후...감솨....
플랑크톤이 많은지...등허리에 ..살집이 좋으네요....ㅋㅋㅋ
워낙에 크니 등허리가 보이기 시작해 꼬리가 보이는 데도..몇초가 걸리는 듯 했습니다. ...

참 고래 꼬리사진보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잘 보여주지도 않을뿐더러...저 사진 찍으려고 ..몇백장의 사진을 찍었나 봅니다. 암튼...꼬리로 철퍼덕 하고 수면을 내리치기 직전.......ㅋㅋㅋ 아주 인상적인 여행이었습니다.

내용이 재미있으셨다면 ....손가락 추천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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