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카바의 여행기

한 여름에 '군고구마' 구워먹은 사연!


난 사실 이제 서른을 막지났다...사진보고 '설마' 해도 어쩔수 없다.
취업도 비교적 또래들과 비슷한 시기에 했었고 ...결혼도 남들이 부르는 '결혼 적령기' 에 했다.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조금 유치한 구석이 있어서 특히 조카들에게 나의 어린시절을 자주 이야기해 주곤한다.
별 다를것도 없는 시시 콜콜한 한 겨울에 먹을게 없던 그 시절..고구마를 사과처럼 깍아먹었다는 이야기며...겨울에 텃밭에서 간식으로 당근을 뽑아 먹은 이야기....이런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가끔하면...대학선배들은...."너 도대체 몇년생인데 ..우린 삼촌이랑 똑같은 경험을 하면서 자란거야" 라고 두눈 휘둥그레져 되묻곤 했다.
어쨌든 조카들의 반응은...'왜...과자 먹으면 되지?'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형도 누나도 ..하지만 그의 자식들인 조카들은 시골에서 있었던 일은 마냥 달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나 보다...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어릴때 방학때마다 우리동네 운산댁 할머니네집에 놀러오던 서울의 손자 손녀들은 벼를 '쌀나무' 라 불렀으니까....
그런 조카들에게도 '시골의 본능' 은 살아 있었는지...
호주 서부 조그만 동네인 먼지멉에 갔을때 집안에 있는 난로를 보더니..큰누나를 보며 ...
"엄마 고구마 구워먹자" 라고 말하는걸 보니....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우리집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집이었는데 저녁을 지으며 엄니가 '잃어버린 30년'을 흥얼대면서 고구마와 감자를 굽던 생각이 났다.

왠 고구마 타령이냐고? 이 삼복 더위에! ㅋㅋㅋ 여기 호주는 남반구라서 한국과는 정반대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사는 다윈은 일년내내 여름 뿐이지만...촌 구석이라고 계절도 몇개 없는 건가?ㅋㅋㅋ


처갓집에 도착하니 집안이 썰렁했다.
그도 그럴것이 장모님은 한달째 호주 중남부를 여행하고 계시는 중이셨고 장인어르신도 일주일전에 비행기를 타고 합류하셨기 때문이다.
처갓집에 들른것은 장모님이 잡아주시는 씨암닭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주의 전형적인 시골 농장을 조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욕심이었다.
"서방님 난로에 불 지펴야 되는데 ..."
"응? 나 서울사람이잖아 이런거 잘 못하는데 .."
"ㅋㅋㅋ 바비큐처럼 이것도 남자가 하는 일이야 호주에선"

먼저 불을 지필때 가장중요한 '양손 걷어올리기' 를 하고서 장인어르신께서 패놓으신 장작 몇개를 들고 들어왔다.
"서방님 불을 장작에다 어떻게 붙이려고?"
"라이타로 붙을 때까지...."
"ㅋㅋㅋ 세탁실 난로 뒤에 잔 가지하고 등유 있어.."

그럼 그렇지...내 허벅지 만한 나무에 라이타로 불을 바로 붙일리 없지 ..암 없고 말고  ...
난 상식조차 없는걸까...아니면 겨우 20년도 채 되지 않는 옛 기억이 아예 지우개로 싹 지워져 버린것일까? 하긴 어릴때부터 키를 머리에 지고 소금 얻으러 다니는 단골이었던 내가 불장난은 본능적으로 피해야할 덕목이 아니었을까?
아 ...이글을 쓰면서 당숙모한테 빤쓰 한장 걸치고 소금얻으러 갔던 눈이 소복히 쌓였던 어느 겨울이 생각나다.
지금의 내 팔뚝만한 길이의 나무 주걱으로 내 볼기짝을 어찌나 그리도 매섭게 내리치셨는지....
"이래야..담에 지도를 안그리는 뱁이여"
눈물 찔끔이 아닌 동네 떠내려가도록 울기 시작했다.
동네 어르신들도 내 볼기짝을 지나가며 두들기시고 ...앞 집에 살던 동갑내기 윤미가 나를 처량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날이 갑자기 왜 생각이 나는 걸까...이곳 호주 다윈은 연일 34도가 넘나드는데 ..처량맞게시리....

암튼 등유를 넣고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참나무는 그윽한 향을 금새 온집안에 배달을 했다.
준비해온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서 간식거리를 찾아 주방을 뒤지고 있었는데 ...
'역시 집을 오래 비우셔서 먹을게 없구나....'
그때 내눈에 들어온건.....다름아닌 마.시.멜.로
캠핑가서 버너나 화덕에 구어먹던 마시멜로 구이를 해먹기로 했다.
나무젓가락에 끼워서 먹는 까맣게 태워진 마시멜로를 보니.....
"삼촌 안먹고 뭐해?"
"이런 ...어른한테 먼저 권하지 않고! 떽"

그리고 불이 조금 안정적으로 타는듯하자..잽싸게 호일에다 감자와 고구마를 싸서 화덕에 넣었다.
30분이 지나고 꺼내서 먹으니 .....
"삼촌 이맛이야..이맛..."

"니들이 군고구마 맛을 알아?ㅋㅋㅋ"
"조금만 더 익었으면 기가 막혔을텐데 .."
1차도 성공스러운 맛이었지만....조카들의 충고에 힘입어...35분간 넣어놓기로 했다.
꺼내서 먹은 감자는 수분을 쫘악 빨아들여서 바삭바삭한것이 ..입에서 그냥 살살 녹는다.
고구마는 어떻고..영어로 '스윗트 포태이토' 라는 것이 수긍이 간다.
고구마를 먹으면서 갑자기 옛날일이 생각이 났다.
이밭 저밭 훑으며 큰 고구마를 찾아내서 구워 먹다 산을 홀랑 태울 뻔한 어린시절....
고구마 내가 안 구워먹었다고 하면 할수록 지게 짝대기로 내 궁딩짝을 후려패던 엄니는 인정사정 없이 매몰차게 이승엽 선수가 도쿄돔에서 홈런 쏴올리던 폼으로 지게짝대기를 내리치셨다.
"야 이누마...니 입에 묻은 검댕이나 지우고 공갈을 쳐라!"
"허거덕...이런 ..실수가"

조카들도 이제 그런 추억으로 고구마를 이야기 할수 있을까?
아.마.도.....
어쨌든 고구마 하나에 감자 하나에 처갓집에서의 밤은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질수 있었다.
자 따끈따끈한 군고구마가 왔습니다요....한참 한국은 여름휴가인데 ..웬고구마냐구요..여기 남반구인 호주는 한겨울이랍니다. 물론 제가 사는 다윈은 일년내내 여름이지만요...ㅋㅋㅋ 저 호주 서남부의 처갓집으로 휴가다녀왔다고 자랑질중이에요..ㅋㅋ
사진에는 불이 안나왔네요..열못나오게...선팅이 되어있어서....어쨌든...좀 우끼네요..그냥 찬 난로에 손대고 있는거 같아서 ..ㅋㅋㅋ
고구마가 안이 분홍색이드라구요..맛은요? 표정보고도 모르시겠어요...?ㅋㅋㅋㅋ
노릇노릇...ㅋㅋㅋ

자 마시멜로 타임이 돌아왔습니다. 불만보면 이제 마시멜로부터 끼고 보는 조카들....ㅋㅋㅋ

내용이 재미있으셨나요..아님 갑자기 마시멜로가 먹고싶어졌다거나...그럼 손가락 추천 을 ..
청카바의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구독 하시면 매일 새로운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구독 방법은 우측상단 혹은 하단의 뷰구독 + 버튼 을 눌러주세요!

여름휴가 여행기를 더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랫글을 보시면 '엄마미소'지으실수 있으실 거예요!

[엉뚱이 조카들의 조기 유학기] - 학창시절 12년간 개근상 받은 내가 조카들 학교 결석 시킨 이유!
[청카바의 여행기] - 외국사람들은 정말 중고 물품을 좋아할까?
[청카바의 여행기] - 식빵 먹는 양 본적 있는 사람 거수!
[청카바의 여행기] - 고소공포증을 엿 먹으며 둘러댄 사연!
[청카바의 여행기] - 호주에서 '마음의 문을 여는법'을 터득한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