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엉뚱이 조카들의 조기 유학기

호주 프라이머리 스쿨 입학하던날!


교복도 준비하고 도시락 가방도 챙기고 필기구도 챙기고 교과서는 (응?)없어서 못챙기고 가장 중요한 전자사전 챙기고 아침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1월 말 다윈의 날씨는 후덥지근함의 극치를 달리는 지라 아침부터 땀방울이 이마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과연 잘할수 있을까'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두 조카는 자꾸만 뒤처지는것만 같다. 누구보다도 긴장을 하고 있을터  두둥~

순식간에  정문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학부모와 학생들이 뒤엉켜 학교 행정실 정문은 어느때보다 붐비고 있었다.
나도 오늘 일을 오후로 밀어놓았고 트래시도 상관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학교에 왔다.
비록 한국처럼 입학식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어찌하였든 이날은 조카들이 긴장을 너무 심하게 해서 배에 가스가 차 방구라도 크게 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엥 ~
입구 옆에 붙은 클래스 명단을 확인하니 Y양은 6year S양은 4year 학교 등록은 잘되어 있었다.
행정실에 들어가 클래스를 묻자니 사람이 너무 많아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트래시의 말에의하면 여기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담임이 데리러 온단다. 여하튼 호주인의 느린 행정시스템이란....을 질책하자니 내 약혼녀가 호주인이다.
밖에서 한 20분간 다른 초등학생들을 구경하며 우리끼리 수다를 떨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는 당부를 준다.
군인 동네라서 여기저기 전학생이 많은 모양이다. 보기에는 새로운 입학생보다 전학생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와서 조카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역시 그 말도 못알아 먹어서 내가 다시 통역을 해줘야만 했다.
간단히 물어보는 거였는데도 Y양도 긴장을 했는지 대답을 잘 하지 못한다.
교장 선생님은 그들에게 이름을 재차 확인한다. Y양은 천천히 말해주지만 역시 너무 어렵다며 두손을 흔들더니 스펠링을 묻고 오늘 하루 연습하겠단다. S양의 이름은 아예 알아먹지도 못하고 듣자마자 나를 봐 내가 스펠링을 말해주고 말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들에게는 영어 이름이 없었다. 내가 첫 배낭여행을 시작한지는 어언 10년이 넘었다.
그때 당시 어학연수를 왔거나 장기간 여행을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 이름들이 있었다. 한국사람에게 가장 선호되는 '브라이언'

난 지금까지 내 이름을 영어이름으로 바꿔봐야지 하는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다.
우리 아버지가 주신 이름이 있는데 내가 왜 브라이언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캐나다에서 일할때 나와 친하지 않은 친구들은 나를 wonton으로 불렀다. 중국 음식의 원통스프의 스펠이었다.
지금은 내 명함에도 Wonsun Baek 의 풀네임이 들어가 있다. 내 고객들은 내게 이름을 10번쯤 묻는다.
견적을 의뢰했다가 아시안임을 알고 전화를 끊는 고객도 있지만 사소한 불편함때문에 30년간 불리운 내 이름을 버리고 브라이언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것은 조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이름이 수정이라해도 크리스탈이 안되는 것처럼....이름은 이름일뿐

먼저 Y양의 교실로 향했고 교실에서 자리에 착석하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S양은 교실안까지 따라 들어갔다. 어찌나 마음에 안놓이던지 그녀의 영어는 아직도 기초적인 인사말 뿐이었다. 
나와 트래시가 교실안에서 잠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 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S양은 이름이 불리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옆에 서있는  나를  돌아본다. 
무언의 손짓으로 대답을 하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웃는다. 어쨌든 그들의 학교 생활은 시작되었다. 
자꾸 우리를 쳐다보길래 그냥 교실을 나왔다. 
어차피 우리가 해줄수 있는것은 이것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는 지들이 한국말을 가르치면서 친구를 사귀든 지들이 영어를 배우든 둘중에 하나는 되겠지 하는 안이한 희망을 하면서...

학교 정문에서 트래시는 출근을 하고 나도 출근 준비를 했다. 

조카들은 2시반이 되어야 학교가 파하고 큰누나가 학교앞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일을 하면서도 내내 조카들 잘하고 있을까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봤어야지 무슨 충고라도 해줄텐데 기껏 태솔 강의 밖에 들어본적이 없어서 그냥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 이말밖에 못해줬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조카들은 주차장에 나와 내게 인사를 한다. 
"학교 어땠어?"
"그냥"
그래 그냥이면 첫날 치고 성공한거지 자세한건 씻고서 천천히 물어볼 요량이었다. 
오늘부터 다시 영어 가르치는 것에 변화를 줘야 했다. 
읽고 쓰는것 중심으로 수업을 바꿨다. 어차피 말은 친구들과 더 많이 할것이기에 
생각보다 학교는 재밌었던 모양이다. 그들 스스로도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 지금까지 워밍업이었으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호주 생활이다
조카들에게 다시한번 말을 해줬다. 두달만 더 영어공부 열심히 하자고 그러면 교실 친구들이랑 똑같이 놀수 있다고 
활짝웃으며 YES I can do it이라 말하는 조카들에게서 대견함을 느낀다.   


내용이 유익하셨다면 손가락을 !
연재되는 내용을 보시려면 구독을 눌러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