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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이 조카들의 조기 유학기

아이들의 놀라운 호주 현지적응력!


내가 살고 있는 호주 다윈이라는 동네는 인구 10만의 아담한 소도시다. 물론 노던 테리토리에서의 주도이기는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면 말그대로 코딱지 만한 동네다.
더구나 다윈시내도 아닌 파머스톤이라 불리는 다윈에서 20키로 떨어진 인구 3만인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다.
유학원을 통해서 비자를 발급받은 조카들에게 유학원 직원은 이렇게 물었다 한다.
아니 왜 ? 좋은 다른 도시들 다 놔두고 그 덥고 후덥지근하다는 코딱지 만한 동네 다윈인가 하고 ....흐억!
뭐 나도 좋은 도시 놔두고 이곳에 사는 이유는 100가지 쯤은 있지만 군인인 트래시가 전근을 이곳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내 일이야 언제든 광고로 다시 시작할수 있는 프리랜서적인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내가 이곳에 도착해서 한동안 두통과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동네 집들은 모두가 타일로 깔려있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온도에 카펫으로 집을 깔았다가는 쪄죽라고 작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국에서 다윈 공항에 막  도착한 조카들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말은
"우~~~~~~~아....더워....!였다.
그날은 32도로 연중에 유래없이 시원한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집에서 에어콘 없이도 잘 적응하는 꼬맹이들이 신기할뿐이었다. 정작 나와 트래시는 에어콘 없으면 겔겔댔지만 말이다. 하루에 물 2리터는 그냥 마신다. 안마시면 귀신처럼 두통이 찾아온다.

2년전에 내가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막 퇴사하고 일본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다. 휴가 및 공부라는 핑계로
어쨌든 그때가 여름방학이어서 큰누나는 Y양과 S양을 데리고 왔었다.
그것도 단기간도 아닌 장장 10일동안 내 코딱지 만한 방에 눌러 살았던 것이다.
그때도 한창 여름이어서 조카들과 수영장 물놀이를 가곤 했는데 일본말 한마디도 못하던 아이들이 일본아이들하고 어찌나 스스럼 없이 어울리던지 깜짝 놀랬던 적이 있었다.

그런 조카들이었지만 한국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호주 초등학교에가서 과연 적응을 잘할수 있을까는 우리의 최대의 걱정거리이자 관심사였다.
물론 호주에서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걱정이지만 이역만리 타국에 S양만 딸랑 보내논 형과 형수님도 마찬가지 였을것이다. 겉으로는 티안낼려고 한건지 관심이 없는건지 모를 무관심으로 일관했지만 --;
어쨌든 입학을 하고 (한국보다 빠른 1월 말에 이곳은 개학을 했다.) 며칠 꾸준히 학교생활에 대해서 물었다.
들려오는 대답은 "그냥 그래"였다. 처음에는 이말이 '뭐 나쁘다고 하는것 보다야 낫지'싶었는데 며칠 지나고서는 흥미를 못느끼나 혹시 왕따? 그런 걱정이 시작되었다.
다윈이 외진 탓에 반에 아시아 인도 없었을 뿐더러 영어가 서툰친구들은 조카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학을 한지 일주일 쯤이 지났을때 일이 빨리 끝나서 학교 파하는 2시반에 학교 정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이곳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부모가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게 굉장히 일반적이다.  
여기저기 참새새끼마냥 재잘거리는 꼬맹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모자를 꾹 눌러쓴 Y양이 나온다 그녀 옆에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 아이가 긴장한듯이 내앞에멈춰섰다.
"Y양 우리 집에 초대해도 될까요?"
"응? 니엄마한테 물어봤니?"
"엄마한테 물어보기 전에 물어보려구요"
"집이 어딘데 ?'
우리집 바로 옆옆집에 살고 있었다. S양도 초대해도 된다고 했더니 씨익하고 웃으며 토요일 6시쯤 자기네 집으로 오면 될거라는 말을 하고 퀵보드를 타고 휙 지나갔다.
"올~~~~~드디어 Y양 친구 만든거야?"
" 응 울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야~~!"
어쨌든 좋은 징조다. S양에게도 반에 친한 친구가 있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다행이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 하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니 어린아이들의 적응력이란 어른의 잣대로는 감히 감당을 못할만큼 뛰어난 것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큰누나의 영어가 느는 것보다 조카들의 것은 단 몇일이었지만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현저했다. 물론 큰누나도 트래시와 함께 헬쓰장에도 다니고 도서관도 다니고 해서 열심히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결과는 두고봐야...자기는 아줌마라는 특수한 연결고리를 믿는데나 뭐래나...
어쨌든 꼬맹이들의 적응력은 놀라울뿐이었고 묵은 체증이 확하고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다윈 Lee point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조개껍데기를 줍는 조카들....

구정(차이니스 뉴이어)에다가 발렌타인도 겹쳐서 트래시와 함께 리포인트에서 한 불꽃놀이

학교 앞에서 조카들과 누나와 함께 사진한장 찰칵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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