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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불행은 항상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이다.

볼리비아에 온지는 꽤 된셈이다.
우유니 투어를 하면서 칠레 국경을 넘었다.
고산증세로 내내 골골대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니 해발 4000미터다.
포토시 수크레를 거쳐서 공부도 하고 밤새 광란의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집에 두고온 아내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 아닐수 없지만 ...난 '나쁜 남편'이다.

도저히 알아 먹을수 없었던 스페인어를 조금이나마 보강하기 위해 볼리비아 수도 수크레에서 스페인어 학원을 수강했다. 단 일주일간이지만 나 나름대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는 외국친구들에게 자랑질을 하도 해대서 5명이 넘게 같은 학원을 등록했다. (사실 .....나의 스페인어는 아직도 숫자를 헷갈려하는 수준이지만 스페인어로 커피를 시키는 내 모습에 반했다) 수크레는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도시처럼 보였다. 나에게 스페인어를 가르키는 선생님은 볼리비아 최고의 교육도시임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도시는 아담하지만 깨끗한 편이었으며 사람들은 웃지 않았지만 친절하기 그지 없었다.

여행자는 쉽게 마법에 걸린다.

그 마법은 다름아닌 자기가 머문 도시를 너무도 쉽게 사랑해 버리는 것이다.
수크레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일주일을 조금 넘게 지냈지만 어느 도시보다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수크레에서는 그리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다. 주말에 주변 산에 트렉킹을 다녀온 것 정도다. 그 트렉킹은 내게 말도 못하게 힘이 들었는데 다음날 로컬 시장에 가는것을 포기할 정도로 몸살로 고생을 했다. 오전에는 학교에 가서 스페인어를 배웠고 오후에는 시내 카페를 전전하며 커피를 마시거나 친구들과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여행이야기를 하면서 느긋한 하루를 보냈다. 아차....밤에는 '조이라이드'라는 펍이 있는데 그곳에서 수크레에 머물고 있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을 만날수 있었다.
말그대로 광란의 밤이었다. 조금 싱거운 포토시 맥주를 밤새 들이키면 화장실에 100번쯤은 들락거려야 했고 어찌어찌 다음날 일찍 일어나 밀린 숙제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수크레를 떠났다. -아디오스 수크레-

옆자리에는 닐이라는 영국 친구가 앉았다.

닐하고는 이상하게 계속 만나게 된다. 칠레에서 ....볼리비아 포토시에서 ...그리고 수크레에서....
닐은 꽤 준비성 있게 여행을 하는데 버스안에서도 내내 가이드북을 꼼꼼히 빨간펜으로 체크까지 해가며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13시간이 걸린 버스는 드디어 라파즈에 입성했다. 볼리비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와일드 로버'라는 아일랜드 인이 운영하는 호스텔이다. 호스텔 닷컴이라는 커뮤니티에서도 깨끗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고 여러모로 평판이 좋은 곳이었다.
말그대로 였다. 좋았다. 이곳은 볼리비아속의 유럽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만큼 유럽인으로 시끌벅적한 곳이다. 아시아인이 단 한명도 머물지 않는 것을 빼면 ....
다행히 아직까지는 어떤 '인종차별'도 격고 있지는 않다. 다만 볼리비아인이 외국인을 쳐다볼때처럼 이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을 제외하면.....
어제는 그냥 여기저기 시내를 구경하고 라파즈에서 가장 높은 동네에 버스를 타고가서 라파즈를 한참 구경했다. 거기서 무당이 직접 굿을 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내게 조그만 식초 뚜껑같은것에다가 술같은 것을 따라줬는데 그거 마시고 목이 확 타올라 죽을 뻔 했다. 모르긴 모르지만 알콜 120프로 짜리 공업용 알콜 같은 맛이었다.
다시 시내로 내려와 가족들에게 엽서를 보내고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있어 오래된 우표를 어디서 살수 있느냐고 물으니 뜻밖에도 우체국 안에 그러한 곳이 있노라고 알려줘 가봤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돈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에이티엠으로 가서 카드를 집어 넣는데 .....스페인어밖에 안되는 것이다.
아니 버튼을 잘못 눌렀나 보다 분명 영어라는 버튼을 눌렀는데 ...
그리고 내 카드는 에이티엠이 먹어버렸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났는데 ...
그냥 이유없이 기계는 꿀꺽하고 카드를 먹어버렸고 다시는 내 카드를 볼수 없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자세히 쓰고 싶지는 않다.....
난 볼리비아와 사랑하고 있는 사이니까....

오늘 오후 12시에 담당자와 다시 만나서 그림을 몇장쯤 그려야 할거다. 수크레에서 외국 친구들이 부러워 했던 기본 회화 스페인어는 아예 쓸모도 없었다. 볼리비아에는 영어 할줄아는 사람이 씨가 말랐나 보다. 어제 오후에 호스텔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초상집이다.

나와 함께 이곳에 온 닐은 카메라와 아이팟이 든 가방을 통째로 잊어버려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고 다른 2명의 여자 여행자들은 버스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것이다.
아......불행은 연속 3단 콤보로 온다고 했던가....
이글은 은행에 카드가 있는가 없는가 확인하러 가기전에 쓰는 글이다.....
지금까지는 볼리비아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주말에 트렉킹을 하고 있는 중에 만난 시골 아이들.......
비포장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소리를 지르며 언덕을 내려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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