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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비행기 기내식보다 감동스러운 아르헨티나 장거리 버스식(食)


아르헨티나는 커다란 나라다. 웬만한 도시간의 이동은 10시간이 훌쩍 넘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푸에르토 이과수(이과수 폭포)까지는 18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남미다. 인도만큼의 연착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믿다가는 본인만 스트레스로 무좀에 걸릴수도 있고 울화통이 터질수도 있다. 그냥 느긋하게 버스 안놓히는데 집중을 하다보면 그냥 그 버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에는 수많은 버스회사가 존재해서 터미널에서도 버스표를 사려면 그 회사 창구에 가서 버스표를 구입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한꺼번에 알아보고 싶으면 여행사를 가도 되긴 하지만 직접 표를 구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에 버스의 질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버스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안전하다. 에어콘이 안되거나 탈탈거리는 버스로 20시간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발에 무좀이 걸릴것 같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터미널에서 나타나야할 버스는 1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같은 버스를 타는 아르헨티나 친구도 내게 표를 보여주며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알아들었을리가 없다. 그냥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런것 같았다.
말이 안되는 여행은 내게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게 해줘서 가끔 혼자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장거리 버스는 모두 2층버스다. 버스 크기도 어마어마 해서 전혀 버스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짐을 실을때도 각자의 가방에 비행기처럼 티켓을 붙여서 잃어버릴 염려 또한 전혀 없다.
탑승수속을 하고서 내 자리를 찾아 갔다. 자리는 우리나라 고속버스의 2배쯤 되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를 탈때마다 생각한건데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 평균 신장이 얼마인줄이나 알고 버스를 설계한 걸까? 라는 의문이 항상 든다. 내가 다리만 안 짧았어도 그런 불만글을 고속버스 회사에다 도배를 했을거다. 내 다리 짧은거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거다.난 생각보다 집요한 구석이 있다. 어쨌든 버스는 넓직한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껌좀 씹어야 앉을수 있다는 맨 뒷자리다.


아르헨티나 버스에는 까마와 세미까마가 있다.
그냥 등급차이다. 사실 까마(최고등급)은 아직 타보지 못했다. 가격차이도 그리 많이 나지 않아 한번 타보려 했는데 버스가 없어서 불발 되는 바람에 ....
어쨌든 세미까마가 내게 이 정도의 감동을 줬으니 까마는 오죽할까!
좌석은 120도 눕혀진다. 까마는 180도가 눕혀진다니 완전 침대버스다.
오후에 출발하는 버스였기에 지나가는 풍경을 조금 보다 보니 금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허리케인 때문인지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다. 하루밤을 꼬박 세워야 내가 원하는 푸에르토 이과수(이과수 폭포) 에 도착하는 것이다.
갑자기 도시락을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한다. 버스에는 기본적으로 차장과 운전사가 함께 동석한다. 키가 190은 족히 되는듯한 건장한 차장은 나를 보더니 씩 웃으며 도식락을 하나 건넨다.
도시락에는 몇개의 빵과 치즈가 들어있다. 도시락을 나눠준다는 말을 들어는 봤어도 직접보니 신기 하다. 그리고 차장은 다시 와서 따뜻한 밥을 가져다 준다. 기내식처럼 은박지에 싸있는 도시락이다.
열어보니 카레밥이다. 안에는 고기 만두처럼 생긴 (엠빠나다스)도 하나 들어 있다.
참 성의가 있다. 키가 190이 넘는 친구가 천정에 머리가 닿아 구부정 하며 나눠주는 모습에도 웃음이 났지만 흔들리는 버스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신속하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웃음이 났다.
그 정도만 되었어도 충분히 감동스러웠는데 은박 도시락을 나눠주는걸 끝마치자 음료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겨드랑이 사이에 낀 컵들에서 하나 꺼내 들으면 1,5리터 패티로 나눠주는 것이다.
우습긴 우스운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감동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캐나다에서 그리고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수도없이 장거리 버스를 타 봤지만 이처럼 감동스러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몇번 더 장거리 버스를 타보고서 이정도 서비스는 그냥 그저 그런 것임을 알았다.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레시스텐시아 라는 곳까지 11시간 버스를 타고 오는데 그 버스에서는 타자마자 캔디를 하나씩 갔다주고 밥 다먹고 나서도 캔디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버스는 비가 온 도로 사정때문인지 도착시간이 한참 지났다.

아침 8시에 도착했어야 했지만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늦어서 그런것인지 탄 회사 버스의 전용 터미널에서 아침까지 먹었다.
아침은 터미널에서 내려 간단히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셨는데 인상깊게도 서빙하는 주방장들이 죄다 나비 넥타이에 5성급 호텔에서나 볼수 있는 복장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만 대부분 카페에서도 그렇게들 많이 차려 입고 일을 한다.

20시간 장거리 버스에 255페소 70000원 가량 줬으니 싼가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싼 가격도 아니다. 물가가 동남아 만큼은 쌀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전혀 그정도로 싼곳이 아니었다.
브라질과 칠레는 아르헨티나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함께 레시스 텐시아에서 살타까지 버스를 탄 독일친구들이 우루과이 버스는 더욱더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보여준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감동스러운 버스 서비스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직 북부로 올라 가려면 한참 멀었기에 이런 장거리 버스 탈일이 많이 있을거다.
점점 감동은 줄겠지만 어쨌든 이제 비행기타고 자리에 앉자마자 사탕 안 나눠주면 화를 낼거 같다.


1)푸에르토 이과수를 가면서 들른 버스회사 전용 터미널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다른 사진보다 웨이터 아저씨들이 잘나온 사진을 올렸네요...
2)항상 먹기전에 사진찍어야지 하면서도 잘안되죠! ㅋㅋㅋ
3) 치즈가 듬쁙 얹어진 고기에 밑에는 볶음밥같은게 있죠....군침도나요?...느끼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만...ㅋㅋ
4)버스에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디 이름모를 터미널에서 본 빵을 팔고 있는 소년의 모습입니다. 소년이 씩씩하게 빵을 팔아대서 한시름 놓였습니다.
5)감동스러운 이과수 폭포의 악마의 목구멍입니다. ...정말 크더군요..빨려들어갈듯한 폭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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