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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아디오스...부에노스 아이레스...

난 대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태생이 촌이라서 그런것 보다는 왠지 너무 빠른 도시사람들의 템포에 기가 죽어 버린다.
전에 나가사키 일본 촌에 살다가 도쿄에 상경했다가 신주쿠에서 커다란 배낭을 맨채 뒷사람들에 밀려 개찰구에서 떡하고 막혀버려 뒷사람들의 원성을 샀던 당황스러운 기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된 영문인지 난 성격이 급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사람들의 '만만디'(천천히) 가 몸에 베어버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마찬가지 였다.

휘황찬란한 건물에 매혹이 되어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보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채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였다.
첫날은 그렇게 낯선도시에 어리버리 대고 둘째날은 서류처리들을 마무리 했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몇가지 서류도 준비해야했고 황열병 주사도 맞아야 했다. 아르헨티나의 서비스는 이상하게 감동을 준다...돈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게 전혀 없는 황열병 예방주사가 외국인에게조차 공짜인 나라라니 .....한국에서도 3만원인데.....
어쨌든 주사 맞는 곳에서 ...친절까지 하니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다.

비가 많이 왔다.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다가 허리케인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우리나라 일기예보와 별다를 바 없이 파도치는 바다를 연신 보여주고 있었기에 쉽게 알아차릴수 있었다. 비가 하도 퍼부어 대서 볼리비아 대사관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방 나에게 말을 건다.
"스페인어 못하는데요!"
라고 말하니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마치..혼자 말하고 듣는사람이 없어 머쓱해 하는듯이...
이상하게 난 어느나라를 여행하든 그나라 말중에 ...'말을 못하는데요!"를 맨 먼저 터득한다.
자랑스러운것도 아닌데 ...어쨌든 당황스러운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다.

볼리비아 대사관도 다른 공공 건물들 처럼 거대한 건물이었다.

그곳은 시장통 한가운데 있는 건물이었고....1층은 역도 있었기에 .정말 아수라장 이었다.
이런 곳일수록 소지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여행자는 자연스레 소매치기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여행자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연방 하늘을 두리번 대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띤다.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두리번 거리지 않으려고 해도 꼭 건물 2~3 층을 향해 두리번 거리게 된다.
대사관의 1층엔 커다란 정육점이 들어서 있었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 설마 대사관에서 돈이 없어서 세를 내준건 아니겠지? 하며...
볼리비아 대사관 직원들은 전혀 고압적이지도 않고 쌀쌀맞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간적이어서 내가 해오지 못한 복사를 이것저것 챙겨주기까지 했다.
알고 있는 스페인어 '그라시아스.."를 연방 내뱉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여권을 맡기고 나오니 ....더욱더 아수라장이었다. 바닥은 비가 흥건히 고여 질펀했고 조그만 아이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녀 사방으로 튀는 흙탕물을 피해야 했다.

돌아오는 길은 A라인 지하철을 타야했다.

그 지하철은 아르헨티나에서 100년이 넘은 지하철이었다.
내장의 디자인은 모두 나무로 되어있었다.
과거 아르헨티나의 영화를 보는 듯 기차는 삐걱 거리며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더더욱 신기한점은 지금의 한국 전차와 비교해 전혀 다를게 없는 점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문이 수동 개폐식이라는 점이었다. 내릴때가 되면 알아서 문열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전철이 멈추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사람도 보인다.
전등도 광고도 수동식 문도 모두 운치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수동이다.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동 개폐식이었다.
세상에나...전기를 아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자동은 어마어마하게 비싼것인지도 모르겠다...어쨌든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반자동'을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참 이상한 도시다.

첫날 내게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선사하더니 어느순간 생전 듣도보도 못한 것들로 나를 놀래키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난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에 대해 알고 있었던게 거의 없었다.
마라도나...메시...그리고 .....월드컵때 4대1로 진것 정도....
사실 이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이과수폭포로 유명한 이과수다.
어제 버스로 20시간 걸려서 오늘 오후에 도착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냄새가 가시기 전에 글을 적고 싶어 부랴 부랴 글을 적어본다.
부에노스 시내 풍경들과 사람들 그리고 유명 관광지들에 적고 싶은 이야기가 한움큼이다.
그런데 ...여행하는 동안 시간은 여행에 집중하기에 별로 글을 쓸시간이 없다. 아니 일기로 주로 적고 컴퓨터로는 이렇게 생각나는데로 적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개를 적개될지 ..아니면 몇개를 적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손가락 눌러지는거 보고 결정을 해야겠다.
아르헨티나는 생각보다 무선인터넷이 기가막히게 잘 되어 있다. 오히려 호주보다 선진국처럼 느껴진다. 인터넷에 있어서 만큼은 최소한 아직도 제대로 루트를 정하지 못했다. 그냥 무작정 서북부로 올라가다 브라질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정도다. 어차피 내일 내가 어디에 가게 될지도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행이 재미있는것 아니겠는가!
상)지하철 A라인 내부 모습입니다. 문도 의자도 모두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100년전에 저런 지하철이라면 과거의 영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하) 극장을 개조한 서점에 갔다가 먼저 나와 기다리는 모습을 함께간 친구가 하품하는 제 모습을 기가막히게 잡아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