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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짧은 생각

여행이 설령 현실에서의 '도피'였을지라도....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내가 왜 여행에 그렇게 목 말라 했었을까? 하고 ....
대학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실때면 어김없이 ....그들이 내게 묻는것은...이번 기사시험을 볼거냐? 아니면 어디 회사에 이력서를 넣을 거냐가 아니라
"이번 여름 방학때는 어디 가냐?" 였다....
나의 여행들은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한 여행이기도 했고 ...현실의 도피이기도 했다.
나의 여행은  외줄타기처럼 조금 아슬아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집에서의 지원 사격이 전혀 안되는 상황에 여행의 구상 조차 하지 않았고 게다가 게으른 천성은 오히려 그런 걱정 조차 하지 않게 만들었다.
어쨌든 내가 했던 여행들은 뭔가를 얻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젊은 날의 초상이기도 했고 답답하고 재미없는 현실에서의 도피이기도 했다.
난 지금도 그 여행들이 현실에 대한 도피였을지언정 상관하지 않는다. 재미있었으니까....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이국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 아니던가 .......난 이 글귀를 읽으면서 ..
'난 고향(?) 한국에서 무엇을 갈망하고 있었는가?'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꿈을 꾸고 싶었다.
나의 어릴적 꿈은 쭈욱.......'대통령' 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장래희망은 '대통령' 이었다.
글쎄......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때 ...내가 대통령 따위(?)는 되고 싶지도 않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꿈'이라 불릴만한 직업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동안 적어왔던 '대통령' 을 적은것 뿐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엄마도 더이상 내게 꿈따위는 묻지 않았으며 ....나도 자연스레....'나는 커서...@@가 될거야'라는 철없는 소리(?)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난 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인도 여행중 히말라야 기슭 어디쯤에서 만난 누더기 옷을 걸치고 ...눈이 사팔뜨기인 노인네지만, 눈빛만은 너무도 강렬하고 삶을 통달한 듯한 깊이가 있는 눈동자를 가진 노인네에게 삶의 목적이 될만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명언을 한 마디쯤 들었다고 하면 순전한 뻥이다.
수십번의 설사가 나고 .........단돈 10원한장의 가치에 놀라 사기의 ㅅ도 모를것 같은 순박한 인도 어린이들에게 사기를 당해 '아는 삼촌' 네 가게에 가서 골동품들을 사고 나서야......'이런 빌어먹을 ....어린이에게 사기당하는 .세상' 이라고 허접스러운 골동품을 손에쥐고서 일갈을 하곤 했다.
그런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꿈' 이라고 불릴만한 것을 찾지 못해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어떡해든 인천공항의 매캐한 버스 매연 냄새를 맡기전까지.....꿈을 찾아야 하는데 ...'
어쨌든 나에게 여행이란......그 꿈을 찾으러 가는 길목일것만 같은 어렴풋한 확신이 있어서.....여행을 떠났다.
그냥 ...재미있으라고....
전에 서울에서 배낭여행 할때 메던 배낭을 메고서 서울을 헤맨적이 있었다.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살곳이 없어서 학교주변에 고시원을 알아보려고 배낭을 메고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배낭을 메고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왠지 배낭여행하는거 하고 완전히 똑같잖아......'
그런데 희한하게도 배낭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맞아 한국말로 생각을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내가 외국인이라고 생각을 해보자구'
그렇게 영어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에 영어간판이 많아서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기는 수월했다. 어느순간 머리는 영어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인척 사방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이었을까......조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왕하는거 조금 더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점찍어뒀던 고시원 가는길을 돌아서 가기로 했다. 아마 골목으로 가도 길은 나오겠지만......어쩌면 운이 좋게도 길을 잃을지도 모를일이고 ..
그렇게 골목을 영어로 생각하며 배낭을 메고 헤매니...마치 배낭여행을 하는 기분이 되어 버렸다. 길가다 외국인을 만나면 길을 물어보려는 상상까지 했다....
내 마음을 우울하게 했던 고시원 생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각도 나질 않았고.....
그렇게 골목을 골목을 헤매다.....평소 잘알고 있는 대로변으로 돌아왔다....
한글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내 머리도 영어모드가 아닌 한글 모드로 돌아왔다.
잠시간의 일탈이었지만 ....고향(?) 한국 에서 하는 혼자만의 배낭여행 놀이도 재미있었다...


전에 호주 여행을 하면서 이외수 작가에 관한 글을 읽은적이 있었다.
"내 눈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당신들이 더 이상하게 보여?"
누군가 이외수씨에게 이상하다고 하자......
난 그 글귀를 읽고 어린나이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나도 내 친구들 처럼 우리 형처럼 우리 아버지 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해보니 ....'너무 재미없어' 이건 뭐 입맛에 안맞는 음식을 먹는 것 따위하고는 비교도 안될만큼....마치 단감인줄 알고 한 입 양껏 베어물었는데 ..땡감이었을때의 그 기분의 100배쯤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다시 여행을 떠났다. .....
역시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입국장에 들어서기까지 ..꿈이란 놈이 생각나길 바랬지만.......여전히 ...내 머리와 가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여행을 떠나려고 언제나 머리속에서 구상을 하고 있다.

그것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든 꿈을 찾으러 가는 길이든 재미를 찾는 길이든 ....설령 현실로의 도피든...돌아오면 재 충전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잠시간의 '도피'로 돌아온 고향이 조금은 이국적으로 다가와 가슴이 설레게 되는 것이다.

여행이란...참 이상하다.....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설마......이게 ...내 '꿈'은 아니겠지......오늘도 책상앞에 새겨진 ...초심은 잃어도 동심은 잃지말자! 라는 말을 되새기며..

낮에타는 비행기는 참 설레게 한다....지나가며 보는 성냥갑만한 아파트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로들을 보며.....새로운 곳에서의  낭만을 꿈꾼다.
밤에 타는 비행기는 스스로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다. 특히 많은 꿈을 꾸게 된다....잠을 자니까......ㅋㅋㅋ

배낭을 싸는 일은 참 즐거우면서도 ....귀찮은 일이다. 저렇게 널부려 뜨려놓고 결국은 하루전에 막 쑤셔넣게 된다. 진짜 도망가는 사람처럼...ㅋㅋㅋ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그건 스피노자가 이미 했으니까......난 ..........손가락 추천 을 누르겠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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