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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해발 4000미터에서 축구를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 백두산이 3000미터가 안된다.
아내랑 신혼여행을 간 제주도 한라산은 2000미터가 안되고...
한국인에게 있어 고산지대라고 하는 것은 중학교때 배운 강원도 지역의 고랭지 농업이 이루어지는 곳 정도다.
몇년전에 여행했던 파키스탄에서 빙하갔다가 언덕 올라오면서 폐가 터질듯한 경험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는 나이도 20대 초반이었고 그나마 '담배 끊어야지' 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kkh(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지나면서 5000미터 가까이까지 가본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도 그냥 그곳을 지나갔을 뿐 고산증세로 인해 별로 고생한 기억은 없는데 .....

안데스 산맥이 높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람을 이렇게 녹초로 만들어 버릴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그냥 머리속을 낚시바늘로 그냥 긁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아니 고등학교 못된 친구들이 단체로 손톱으로 칠판을 긁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리에 힘은 빠지고 괄약근은 조절이 안되며 머리속은 난리가 났다.
칠레 북부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볼리비아 우유니로 넘어가는 곳은 화산활동이 지금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신비한 광경도 이놈의 두통과 산소부족으로 당최 즐길수가 없었다.
첫날 난 정말 여행자 보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여행하면서 보험이란 그냥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로 생각했던게 사실이지만 이번 여행처럼 여행자 보험을 절감한 적은 없었다.
나이가 먹고 결혼을 해서 그런것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아내인 트래시가 보고싶어 눈물이 똑 하고 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런 고산증세로 해발 5000미터에 있는 동물 막사같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조금 적응이 되었을까? 하고 생각했다가 그날 아침 토악질을 하고 말았다. 제대로 먹은것도 없어서 노란 위액만이 건조한 사막을 적셔놓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음날은 해발 4000미터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함께 투어에 참가하던 서양인 친구들도 거의 정신줄을 놓은지 오래되어서 고산증세에 좋다는 코카잎만을 질겅질겅 씹어대고 있었다.
그렇게 볼리비아 우유니에 3일째 되는 날 도착했다.
소금사막은 말그대로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모래 사막만 봐도 거의 정신줄을 놓은 정도였는데 ....이렇게 소금으로 된 사막이라니 ....그것도 거의 끝이 없는 광경이다.
볼리비아는 굉장히 척박한 땅이었다. 칠레에서 우유니까지 오는 이틀내내 포장도로라곤 단 한군데도 없었으며 사람이 사는 것같은 흔적조차도 발견하기 힘든 곳이었다.

버스에서 잠을 자면서도 산소가 부족해 숨을 들이키다가 ...헉헉 대는 곳이었다
사막한가운데에 섬처럼 돌산이 하나 있는데 입장료 얼마를 내고 올라가기로 했다. 바다도 아닌 것이 마치 눈이 쌓인 바다한가운데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내려오니 로컬 운전기사들과 축구가 한참이었다.
미친척하고 잠바를 벗어제끼고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저질체력으로 유명한 내가 말이다.


바람빠진 공으로 다들 정말 신나게들 놀았습니다.
키가 190이 넘는 미국친구가 옆에 있으니 저 정말 난쟁이 똥자루 만하군요...ㅋㅋㅋ
10분정도 저렇게 축구를 하니 정말 폐가 터질듯 하더군요...사진은 고산증세로 고생하던 이탈리아 친구인 '시몬나'양의 작품입니다. 지금은 해발 4000미터 안짝의 도시에서 커피한잔 마시면서 와이파이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카페 한켠에는 삼성 벽걸이 티비가 걸려있고 웨이터들은 5성급 호텔에서야 볼수 있다는 나비넥타이를 걸치고 서빙을 하며 '이즌쉬 러블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옆에서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이해하고 싶어 환장하겠습니다.
이곳은 꽤 유명한 카페인듯 유명인들의 사인도 제법있는데 자세히 보기가 귀찮습니다. 어제 트렉킹을 갔다가 에너지를 120프로 소진하고 왔기 때문입니다.
사진도 많고 쓸글도 많지만 여행에 조금더 집중을 하기위해 글을 적지 않는다고 하면 핑계일듯 하나 ....학창시절부터 공부 못한 핑계를 이런식으로 해왔기에....ㅋㅋㅋㅋ
한국은 추석이더군요...이제는 이런 명절따위는 저와 전혀 관계없는 것이 되어버렸네요.....아...친구들과 화투치며 꿀밤때리기 하던 고등학교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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