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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이 조카들의 조기 유학기

영어를 못해서 친구가 없다는 조카!

"삼촌 삼촌은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됐어?"
"공부했지 임마"
"그러니까 어떻게?"
"열.심.히~~"

이제 11살이된 조카가 호주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서 물은 말이다.
블로그에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검색어를 보면 "영어공부의 왕도" 가 생각보다 많다.
분명 자기가 검색을 하면서도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을거다.
다들 빙빙 돌려서 말하지만 영어공부의 왕도는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밖에 없다는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
혹시 진짜 영어공부의 왕도를 찾으러 오셨던 분들 '뒤로가기'버튼 누르셔도 무방하겠다.
혹시 몰라 이곳에 조카들이 공부한 방법을 소개해 본다.

영어 '스피킹'에 자신감을 갖는 노하우
한국사람들의 영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자신감 결여' 다.
내 성격 참 뻔뻔하기로 치자면 천하장사급인데 처음 외국인 만났을때 왜 그리 식은땀이 나던지......
게다가 한국말을 할때는 기차 화통 삶아먹었냐 라는 소리를 하루에 3번씩은 듣던 내가 외국인 앞에서는 꼬맹이 조카 옹알이 하는것 마냥 웅얼댈때는 나도 당황했다.
머 어쩔수 있나! 자신이 없는데 .....
중국 계림의 양수오를 여행 할때였다. 중국은 정말 영어가 안 통하는 동네인데 양수오라는 동네는 외국인들이 워낙에 많아 왠만한 상인들도 기본 회화는 물론이고 호객행위까지 영어로 유창하게 되는 동네였다.
그날 오후 해가 어슴프레 질무렵 산책겸 자전거를 끌고 근처의 이강에서 오랜만의 게으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
지나가는 친구 한명을 붙잡아 물어봤다.
"뭘 그리 열심히 읽는거야? 그것도 이렇게 시끄럽게 단체로?"
"아하....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가이드 준비중인 사람들이야...가이드 내용도 외우고 영어공부도 하고 "

그렇게 한참을 어디서 왔는지 영어공부는 서로가 어떻게 하는지도 물어보고 ....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는 배고플때 밥사먹고 여행자 숙소 찾기만해도 충분한거 아닌가? 할때였다.
그 광경을 보고 가만있을수는 없었다. 나도 따라해봤다.
참 쉽지 않다. 겨우 10분 밖에 안했는데 입은 바싹 바싹 마르고 목은 어찌나 또 칼칼한지...
"오늘저녁 삼겹살로 목에 때를 좀 뱃기고 소주로 기름칠을....ㅋㅋㅋ"
하지만 그렇게 30분씩 몇달을 해보니 영어 발음 교정에도 굉장한 도움이 되고 짧은 영어 문장은 자동으로 외워지는 덤까지...
이 방법을 조카들에게도 알려주고 연습을 시켰다. 처음에는 잘 안하고 점점 소리가 작아지고 ....그래도 처음 완전 영어에 무지했을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삼촌 진짜 이거 읽기만 해도 영어를 잘할수 있어?"
"그....럼...한달이면 된다니까!"

그렇게 나의 구라에 속은 불쌍한 조카들은 거의 4개월간 읽기 연습을 했다.

눈물나는 조카의 작문실력!

조카의 학교에서 오픈스쿨을 했을때 난 기쁜 마음으로 방문했다.
호주의 초등학교 시스템은 어떤지도 궁금했고 교과서도 없이 공부한다는 조카들의 교실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니 이미 부모님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교실을 구경하고 자기들이 미술시간에 그림도 자랑을 하기도 하고
"서희 교실 구경시켜줘"
"ㅋㅋㅋ 저기 내가 그린 그림!"
"책상은 어떤거야?"
"여기 내가 쓴 공책!"

공책을 펼쳐보고 난 눈물을 흘릴뻔했다.
작문주제는 '친구'였던 듯 하다.
'난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친구가 많이 없다'
그 글귀를 보고 옆에 있던 트래시는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배꼽을 잡는다....
"서방님 ...난 영어 잘해도 친구가 없는데 ....'
"ㅋㅋㅋ 그건 너나 나나"

올해 13살이 된 유나의 작문실력은 온지 2달만에 어느정도 표현하고 적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는데 ...
어쨌든 둘다 작문 실력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선생님도 서희양의 작문실력은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고 아직 문법적으로도 많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자 오늘 학교에가서 삼촌 감동먹었어...그리고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흐익....또 해? 뭘?"
"머리속에서 영어문장이 안그려지면 말도 안나오고 글도 안 써지는 거야!"
"삼촌 그럼 또 문법 공부해?"
"아니 일기쓰기"

그렇게 해서 공책을 한권씩 사주고 일기를 매일 적게 했다.
둘다 여자 조카들이라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안본다는 전제하에 매일매일 쓰는 양만 체크를 했다.
내용이 어떻든 문법이 틀렸든 말든 쓰는것 자체가 중요했다. 심지어 틀린걸 보고도 고쳐주지도 않았다. 어쨌든 영어로 문장을 쓴다는 것.최소한 쓰는 내용은 말로 할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니까 말이다.
나같은 경우는 쓰는걸 좋아한 편이고...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영어 작문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이 방법은 영어를 공부하는데 가장 복합적이면서 체계적인 공부방법이라는 것을 요즘 실감한다.
그렇게 조카들은 막무가내로 아무 틀도 없이 적기 시작한 일기를 4개월이 넘게 적고 있다.
처음에는 반장 적기도 힘들어하고 빼먹고 그러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삼촌의 '딱밤세례'에 요즘 가끔 검사를 하면 한장을 훌쩍 넘긴다
"이거 적는데 얼마걸려?"
"삼십분....아니 덜 걸리기도 하고!"

처음 에는 잠자기 전에 일기를 쓰다가 자꾸 빼먹는 거다. 졸리고 피곤하고 하기싫고 ....하여간 오만가지 핑계를 대며 그래도 딱밤세례가 어지간히 무서웠는지 날짜는 적고 몇줄을 적기도 했다.
"일기는 아무때나 쓰는거야 ....쓰고 싶을때..."
"그럼 아침에 일어나서 쓰면 쓸게 아무것도 없는데 ...."
"그냥 그날 아침 니 느낌을 쓰는 거지 ...똥을 눴는데 기분이 상쾌해졌다든지....ㅋㅋ"
'ㅋㅋㅋ 윽 드러 삼춘..."

그리고 일학기가 훌쩍이 지나가고 성적표를 가져왔다.
선생님왈....'서희와 유나의 영어 작문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이제는 문법도 헷갈려하지 않고 주제를 잘 선택하고 양도 많고 질도 좋다 특히 스펠링은 반에서도 굉장히 잘하는 편이다.'
지금 그들의 일기를 안 읽는척 하면서 가끔 읽곤하는데 정말 좋아졌다. 표현력도 ...가끔 혼내킨 다음날 일기를 가져오라고 해서 읽는다. ....내 욕했을까봐....ㅋㅋ

한국어 스트레스를 받는 트래시
조카들이 오면서 집에 한국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4명이 되어버렸다.
유일한 호주인인 트래시도 한국말 열심히 배워야지라는 각오로 조금 들떠 있었다.
"서방님 ..나 이제 한국말 열심히 말해서 조카들 영어 느는 것보다 내 한국어가 더 빨리 늘거야!"
"ㅋㅋㅋ 그러시던지!"

그랬던 트래시가 어느날 ....
"서방님 뭐래? 유나가 뭐래? 서희는 ?"
자꾸 궁금해 하다가 그냥 귀찮으면 얼버무리곤 했는데 ....
"서방님 맨날 한국말만 하고....." 토라져 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집에 한국사람이 4명이나 되니 영어를 말할 기회가 점점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아마도 트래시의 스트레스도 만만찮을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영어를 못할때 외국인 사이에서 얼마나 소외받고 우울했던가! 백번 이해할수 있었다.
"음음...다 모였나?"
"응 삼촌 ...쇼핑갈려고?"
"아니~여기는 호주니까 이제부터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해 ...그래서 오늘부터 집에서는 영어로 말해야돼 그래야지 숙모도 알아먹고 그러지 내가 맨날 통역해줄수는 없잖아!
"영어를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해?"
"그러니까 공부해야지...."
"ㅋㅋㅋ 그럼 난 하루종일 말도 못하겠네..."

처음 며칠은 정말이지 집이 적막해서 절에 온줄 알았다.
평소 말이 많던 조카들은 단어로만 말 하는거에 한계를 느꼈는지...말.이.없.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던 어느날 ...간단하게나마 영어 문장으로  대화를 하기시작했다.
나도 항상 영어를 말했고 ...걱정했던 만큼 한국말은 별로 쓰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거의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지 않는다.
다만 트래시는요즘도 ...
"서방님 엽세여 엽세여....방구 ..방구...실례합니다" 이러고 혼자 한국말을 집에서 써먹고 있다.
ㅋㅋㅋㅋ 트래시는 이상한것만 배운다. 지가 필요한것만 나한테 물어보고 써먹는다.
전에 나한테 익스큐즈미가 뭐야 하고 묻더니....ㅋㅋㅋㅋ
어쨌든 처음에 그들이 한 영어는 사실 트래시가 못알아먹는 콩글리시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트래시하고 나보다도 많은 대화를 하는 그들이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가는 11살 13살 여자 조카들은 뭐가 그리 우낀지 하루종일 둘이 까르르 댄다....그것도 영.어.로....

진짜 영어공부를 잘하는 '왕도'
아직도 조카들은 내게 묻는다.
"삼촌 영어 진짜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말해줬잖아 열.심.히"

영어 공부를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냥 간단한 회화책 달달 외우면 된다. 그럼 영어 초급은 뗄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중고등학교때 영어를 잘했든 못했든간에 생각보다 많은 단어들과 문법을 알고 있기에 ....한 한달 간단한 문장 달달 외우면 외국인과도 간단한 대화는 되기 마련이다.
근데 ...진짜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어느정도 영어회화 초급을 뗐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해야될 공부 ....
그것은 바로 '문화 공부'다.
그 문화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아니 거의 모든 것을 반영한다.
한국에서는 콜라라고 하는 것은 펩시도 코카콜라도 다 콜라다. 심지어 어른들에게는 탄산음료 모두가 콜라가 된다.
근데 영어에서는 어떨까? 유학다녀온 재수없는(?) 친구들이 그러잖아 커피숍가서 ...'코크 플리즈"
코카콜라는 코크고 펩시는 펩시 퐌타는 퐌타인 것이다.
처음에는 ....'우끼고 있네 ...다 마시는 거니까...드링크라고 하면 되지' 하지만 그게 문화다. 아무것도 아닌것이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재미있는 미국드라마에서도 문화를 배울수 있고 만화영화에서도 문화를 배울수 있다.
처음에는 차이가 주는 거부반응이 일어나지만  조금 적응이 되면 역시 ....다른 문화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리라... 
그래서 인지 몰라도 요즘 조카들은 공부하러 도서관 가는 것 보다 맥도날드 가는걸 그렇게 좋아하나 보다.

담임선생님과 수업 진행중인...이유나양(6학년)"유나양 공부 너무 열심히 하면 바보되는거 명심하라구!" ㅋㅋㅋ
처음으로 학교를 찾아간 작은엄마 트래시....아직도 트래시는 스몰 맘이라고 하면 ...마구 웃는다....ㅋㅋㅋ 한참 자랑질이신 백서희양의 미술작품
나를 슬프게한 "친구"라는 작품을 찾고 있는 백서희양....호주 초등학교는 교과서가 없다...그래서 저렇게 그냥 그날 그날 주제에 맞춰서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인다...내눈에는...ㅋㅋㅋ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3D로 감상한후 ...나혼자 3D안경쓰고 촐싹대며 영화관을 돌아다녔더니...
"삼촌 집에 갈때도 쓸거야? ..벗어 ..쪽팔려...."
"ㅋㅋㅋㅋㅋ왜? 멋있는데 ...사실 너도 쓰고 싶은거 아냐?"
"네버....전혀....ㅋㅋㅋ"
초심은 잃어도 동심은 잃지 말라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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