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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호주의 농부와 한국의 농부가 만났을때....

"저기 있잖아요...제가 ..댁의 따님과...결혼을 ..."
"뭐 언제?"
"아니 먼저 허락을.....?"
"니들이 좋으면 하는거지 뭘"
"아니 그건 그런데 ..트래시가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ㅋㅋㅋ 자네가 속은거야!"
"흐이익.."

참 뻘쭘한 것이었다. 장인어른이 될분한테 '당신의 딸을 저에게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트래시는 내게 항상 말했다.
"나랑 결혼할려면 아빠한테 먼저 물어봐"
"아니 원래 호주는 그런가? 한국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물어봤다. 결과는 얼굴빨개지고 무안한 상황이 연출이 되었지만...
장인어르신의 주된 관심사는 '농업'이었다.
장인어르신에게 우리 아부지가 농부라는 것은 참으로 기쁜 모양이었다.
"히야...그럼 니네 시골집에도 가는거야? 언제 갈건데? 농장도 볼수 있어?"
질문이 끊이지 않으셨다.
논이 얼마나 있는지 ...뭘 키우는지 집에 소가 있는데 몇마리인지? 지금 한국에서 양은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장인어르신은 굉장히 다정다감하시면서도 장난끼 300프로 정도 되시는 분이시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처갓집 농장에서 장작패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트랙터로 모래를 한차 퍼오시더니 잔디위에다 내려놓으셨다.
"뭐하시려구요?"
"응 손주손녀들 모래장난 하라구..."

그렇게 모래사장을 만들어 주시고 파라솔까지 가운데 박아주시는 장인어르신의 다정다감에 솔직히 조금 반했다.
주로 저녁이 되면 저녁을 먹고서 장인어르신은 와인을 한잔 하시면서 나에게 한국의 농장에 대해서 물으신다.
"에이 한국 농장들은 여기에 비하면 정말 조그만해요! 업종도 대부분 쌀농사가 많구요"
그렇게 장인어르신과의 한국여행은 나의 결혼이라는 이벤트로 극적(?)으로 성사가 되었다.
고향 함평으로 이동하는 내내 밖의 겨울의 황량한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신다.
"여기 보이는 농장들이 다 쌀농사라고 ?"
"네 농사짓는 사람들의 주 업종이죠!"
"저기 파란지붕 창고는?"
"네? 아 저기는 소 막사예요"
"몇마리나 있는거야?"
"저 정도면 50마리쯤은"
"에게...겨우?"
"ㅎㅎㅎ 근데 그거 아시나요 호주 소 한마리에 70만원정도 하지요? 한국은 큰놈은 500만원도 넘어요"
"흐이익..."

그렇게 시골집에 도착했을때 우리 장인어르신은 외양간 먼저 들르셨다.
"오 이렇게 묶어놨는데도 잘크네...이게 그러니까 한마리에 500만원짜리들....?"
"넵..."

장인어르신은 손수 가져오신 호주의 '농민잡지'를 우리아버지에게 건내시기도 했다.
"청사위 이거 이거 소가격이랑 알려드리고.."
"ㅋㅋㅋ 네.."

서울 호텔에 계실때도 다들 꿈나라를 헤매는 아침에도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셨는지..돌아오셔서는 내게 이것저것 물으신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응 커다란 마트(이마트 같은곳을 다녀오신듯)에 가서 소고기가격이랑 좀 보고왔지"
"ㅋㅋㅋ 한국에서 호주산 소고기는 유명하죠"
"응 봤어 비싸드라고"
"호주에 비교하면요"

우리가 결혼식을 하던 그날도 아침일찍 '비무장 지대' 에 투어를 다녀오셨다.
"안개가 너무 많이 껴서 보지도 못했어 ....다음에 또 가야될라나봐..."
"ㅋㅋㅋ 다음 언제?"

한국여행중에서 장인어르신은 눈이 인상깊으셨나보다.
"눈 본적 있으세요?"
"응 스위스 여행가서..한번"
"ㅎㅎㅎ 그럼 눈 내리는거는요?"

눈 내리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하셨다는 장인어르신을 위해서 인지 삼월이 다 가는데 한국에는 눈이 오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눈오는거봐....차 안미끌어지나?"
"ㅋㅋㅋ 금방 녹는데요 뭐"

근처 휴게소에 내리자 마자 장인어르신께 눈을 뭉쳐서 던졌다.
"아이쿠..."
보고있던 가족들도 웃고 난리가 났다.
얼마전에 장인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더니 '농업박람회' 에 가신다고 들떠계셨다.
"거기서 뭐 보시게요?"
"양털도 전시하고 여러가지"

 장인어르신의 '양털깍기' 는 꽤 유명하시다.
장인어르신의 제자가 세계양털깍기 대회에 나가서 챔피언을 하기도 해서 신문에 나오신적도 있으시고 ...
농업에 관한거라면 언제나 열정적이시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족들에게 복권을 나눠 주셨는데 정작 본인이 당첨이 되셨다. 거금 1000만원 나중에 뭐하셨냐고 물어보니 목장 풀 잘자라도록 약을 사셨단다.식구들은 그런 장인어르신에게
"그런 돈은 여행하거나 그러는 데에 써야지..."
"ㅋㅋㅋ 니네 엄마 반지도 사줬잖아"

이번 여행을 하시면서 또 어떤 신기한것을 보고 오시려는지 사뭇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다음달에 조카 생일때 만나면 꼭 물어봐야지....



아부지에게 호주 농민신문에서 소 가격을 알려주시고 있는 장인어르신...장인어르신의 한국 방문 목적은 우리의 결혼식이 아닌 한국 양값이 얼마인가였다...ㅋㅋㅋ
눈을 신기해하는 와이프 트래시에게 눈사람을 만들어 줬다..ㅋㅋㅋ 좋단다...
뒷짐지고 논길을 산책하시는 장인어르신의 모습에서 시골 동네 어르신의 포스가 느껴진다...ㅋㅋ
외양간에 들러서 신기해 하며....장인어르신....뭐 이게 500만원도 넘는다고? 라며 깜놀하신다.
장인어르신은 뭐든 먼저 해보고 말씀하신다...함평 해보의 용천사에서 허리운동중이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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