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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가끔 호주인들이 재미있다고 느껴질때!

나의 개그 수준은 아주 고급 (?)어서 왠만하면 잘 웃지 않는다. 이 부분은 아내인 트래시도 인정한 부분이다 "서방님의 개그는 당최 너무 고급이라 나에겐 웃기지도 않아"우리는 거의 매일 서로 자기 전에 호주 유머집을 번갈아 가며 읽어주는데 가끔은 아예 이해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안 웃기는 척을 한다.이건 문화 차이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농담은 시시콜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 몇가지 생겼다. 
특히 담당의사는 굉장히 쿨한 사람이었다. 
퍼스로 오면서 아내는 여러 의사를 놓고 고민을 했는데 그중에 가장 학계에서 가장 명망있고 유명한 의사를 골랐다고 하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병원과 집 가운데 있는 의사를 골랐다. 사설 병원의 의사여서 꽤 비싸보였다.(여기서 가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내는 군인 보험 적용자로 모두 공짜다) 여행을 마치고 호주에 돌아온 나랑 첫 대면 하던날 의사는 부부젤라처럼 생긴 관을 아내의 배에다 대고 귀를 기울렸다 
"난 옛날 방식이 좋아!"
두번째 만났을때는 아내가 35주차 되던 주였는데 아이가 꽤 컸다. 3.4키로였다.  
담당의사는 우릴 번갈아 보며 씩하고 웃더니
"스몰 베이비 이스 스몰 프라브럼, 빅 베이비 이스 빅 프라브럼" 이라는 명대사를 읊어버리고 말았다. 그전에는 아내에게 "확실히 새우보다는 훨씬 큰 녀석이 들어 있어"라는 명언을 했다고 한다.

아이를 힘겹게 낳고 식구들과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다.
다윈에 있을때 아내 트래시는 군대에서 서포터로 일하던 중년의 '메를린'과 꽤 친하게 지냈다.
그녀는 감정이 굉장히 풍부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데 ....
정년퇴직을 하고 퍼스에 여행중이란다. 그날은 남자친구와 함께 동행을 했다.
"남자 친구 처음 보지? 서로에게 홀딱 반했지 알고 지냈지는 20년이나 되었는데 말이지"(hooked up이란 말을 했는데 이말은 젊은이들이 주로 쓴다. 한국말로 하면 작업했다. 꼬셨다 정도 될까?)
아내는 이 말을 듣고 자지러 질뻔 했다. "말하는거봐 아직도 십대인줄 아나 봐"라며...그들은 둘다 정년퇴직을 한 나이다.
아이를 보고 메를린은 경이롭게 쳐다보며 아내에게 한마디 한다.
"장하다 정말 힘들었지? 상상이나 할수 있어? 이걸 다시 집어 넣는 다는거 말이야?"
병실에 있던 사람들 다들 배꼽 잡고 쓰러질뻔 했다.

아들 녀석은 아내의 집에서 5번째의 손주다. 큰언니 론다가 4명의 아이를 가지고 있으니까 론다에게는 첫번째 조카가 되는 셈이다.
그녀는 정말 기분이 좋았는지 출산하던날
"이건 니가 입어야할 옷이고 저건 아이 목욕 장난감이고 또 저건 니 서방님 파자마란다"
하여간 못말린다. 뭐가 그녀를 이렇게 신나게 만든 것일까?
"론다 뭐가 그렇게 신나요? 첫번째 조카라서?"
"ㅋㅋㅋ 청카바 넌 알지 못해! 트래시 아이 날때 힘들어 보였다고 했지? 난 그 짓을 3번이나 했다구 케이트,벨라,그리고 쌍둥이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고통' 10개월 동안 격은 '산전수전' 그런거 하나도 없이 내게 아이가 생긴거나 마찬가지인 기분이 든다구"

난 그말을 듣고 한참 웃었다. 뭐라고 할까! 개인적인 호주인에게 '조카'란 의미가 이렇게 특별한 것이었나 하고 말이다. 가끔 트래시가 조카들에게 하는것을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만.....아무튼 재미있는 식구들이다.

 역시 재미있는 식구중에서 막내 '테미'를 빼놓을수 없다. 전에 퍼스에서 함께 살았는데 그녀 때문에 당황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때 난 막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터라 영업을 할 '찌라시'를 만들려고 프린터에다 종이를 넣으려고 하는데 복사하는 부분에 뭔가가 보인다. 열어보니 '여자 팬티' 가 들어 있는게 아닌가? 젠장 게다가 종이 나오는 부분에는 그 팬티가 까맣게 복사까지?
다른 사람이 봤다면 집안에 유일한 남자인 날 딱 의심하기 좋은 시츄에이션이 아닌가?
그 팬티를 집어들어 테미의 작업실에 던져 넣었다. 
막내 처제의 취미는 옷 만들기다. 그때의 테마는 팬티였던 모양이다. 
아내 트래시의 병문안을 왔다. 처제는 그날도 핸드백에서 자기가 만든 반바지와 몇가지 물품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데 머리에 둘른 헤어밴드를 보여주며 "이거 하늘 거리는게 참 이쁘지? 여자 망사 팬티가 컨셉이야!" 참 그러고 보니 그렇게도 생겼다 참 별난 녀석임에 틀림없다. 

드디어 집에 아들을 데리고 왔다. 아니 처형 집이다. 아이도 낳고 했는데 집이 없는 셈이다. (사실 에들레이드로 이사갈 예정이어서 그곳에 집을 빌려놨다.) 난 어쩌다 보니 가족도 없이 이역만리에서 혼자 살면서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아내마저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참 슬픈 일이겠다 싶어서 처가가 있는 퍼스에서 산후조리겸 몇달 머물기로 했다.
아들을 데리고 집에 오니 4명이나 되는 조카들이 난리 법석이다.
서로 만져보겠다며 머리카락에다 손을 집어넣고 "부드럽다" 며 난리를 치는 녀석들 ...막내 조카인 쌍둥이 제임스가 한마디 한다. "저거 저거 진짜야...진짜" 같은 쌍둥이 루비(여아)보다 훨씬 말이 느린데 진지하게 말한다.
"그래 진짜야...."
나도 트래시도 진짜 엄마 아빠가 되어버렸다.

나오자 마자 이거 저거 많이도 팔뚝에다가 꽂아놨네요..그 작은 팔에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사가지고온 동물 모양옷을 입고 ...ㅋㅋㅋ 처음으로 여행한 보람이?
트래시의 직장 동료였던 메를린...."이 아이 귀엽지 근데 ...다시 집어넣는게 상상이나 되니?"
드디어 ...선명한 사진 한장이 올라가는 군요...황달기가 조금 있어서 이제서야 병원에서 일주일이 되어서야 나섰습니다.
이제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거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전 글들을 읽으시고 친히 답글 까지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리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옵서서.. 넙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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