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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외국인 아내가 보낸 '빵' 터지는 엽서!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분명 쉬운일이 아니다.
재미있을것 같다라는 추측으로 저의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문화의 차이와 개인의 성향차이까지...더구나 난 청정 환경농업군에서 태어나 자라서 근 20년간 그곳에서 자랐고 아내는 인구 3만정도 되는 조그만 호주 서남부에서 자랐다. 둘다 농업을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니 공감대가 형성되겠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골사람들이 보수적이라는 점에서는 잘 한번 생각해보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테다. 나도 가끔은 보수적이고 아내도 가끔은 보수적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라온 자존심과 고집이 있는 것이다.


내가 영어를 배워 이곳에서 살고 있으니 아내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조금 편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한국에서 살았다면 그녀가 한국말을 배웠을까?
내가 작년에 여행을 갔을때 아내는 내게 '깜짝 선물'을 준비했던 모양이다.
"서방님 여행 마치고 올때면 난 아주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할지도 몰라!"
"그래? 어떻게? 내가 아직 안 본 한국 드라마 혼자 보면 안돼!!"
"아냐 아냐 ..나 한국어 코스 찾아서 등록했거든!"
"그래? 기대 많이 해야겠는걸!"

그리고 여행중 몇주가 지나 아내에게 한국어 수업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서방님 글쎄 그사람들은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데 별로 관심이 없나봐 오히려 서방님 신상조사만 하다 왔다니까!"
"그래?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뭘 그리고? 많이 배웠어? 어때 수업 분위기는 좋아?"
"아니 나 이제 안가려고!"
"왜? 맘에 안들어?"

사연인 즉슨 첫수업에 선생님이 너무 많은 질문을 몰아대서 하는 통에 창피만 당했다는 것이다. 아내는 분명 초급자 코스를 등록했다는데 말이다.
난 조금 걱정이 되었다. 말로는 "원래 한국사람들은 다른 한국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나에 대해 물어본 것일테고(나이 직업 이름 등등...)선생님이 첫날이었으니 너의 레벨을 체크하려고 또 친근하게 하려고 그런걸거야" 라고 위로해 줬으나 내심은 한국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한국 신혼여행가서 김포공항에서 산 한글공부 책 그리고 조카들이 보던 동화책 몇권 그리고 2년전 생일 선물로 준 한국어 사전 누나들이 보내준 외국인이 배우기 쉬운 한글책 등등....
아내는 한가한 일이 생기면 그 책들을 펼쳐서 보곤 했다.
한국사람들 처럼 미친듯이 언어를 공부하지 않아서 내 눈에 조금 답답하게도 보였지만 뭐라고 할건 못된다. 자고로 '대기만성 형' 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아내가 실제로 구사하는 한국어보다 남편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높게 산다.

아들이 태어났다. 한달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특별 케어' 라고 불리는 방에서 며칠 보내게 되었다.
다들 아이들이 비슷하게들 생겨서 구분도 못할정도였다.
그런데 아들이 울때마다 난 이녀석의 유전자에 분명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처가식구와 아내에게 말해주자 박장대소를 했다.
"글쎄 다른 아이들은 다들 '웨에~웨에~ '하고 우는데 이녀석은 '응애 응애'한다니까요!"
처가식구들은 처음에 이말을 안믿다가 내가 말해주니 그런것도 같다며 여전히 웃으며 동감한다.

난 사실 아들이 한국말을 못하면 어떡하지? 혹시 배우기 싫어하면? 엄마가 한국말을 못하니까?
걱정이었던게 사실이다. 에들레이드로 이사가기 전에 난 잠시 멜번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고 아내는 처갓집에서 머물다가 에들레이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달이 채 되지 않아서 다시 떨어지게 된것이다. (주변 유부남들과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혼감'이라고 한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된것이다.
발렌타인이 다가왔다. 물론 우리집에서 중요한것은 고양이 '나비'의 생일이지만 발렌타인도 중요하다.(외국에서는 남녀 서로가 사랑을 확인한다라는 의미다. 장미,초콜릿,로맨틱 디너 필수!!!) 그러지 못해서 선물을 보냈다. 아내도 내게 사랑이 듬뿍담긴 엽서를 친구 집으로 소포를 보내왔다. 아들 사진과 함께.....아내의 편지를 받고 난 '빵'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동안 염려했던 걱정들도 한 순간에 떨쳐버릴수 있었다.
편지 가득 하트를 잔뜩 담아놨는데 봉투가 찢어져 도착해서 지금도 여기저기 하트들이 널부러져 돌아다니고 있다. 아마 자기가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인가보다. 정성스럽게 엽서까지 만들어서 보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애인 없는 친구가 보고 부러워서 (?)한마디 한다. "한글 잘 그린다!" ㅋㅋㅋ


이거 통역기 써서 쓴 걸까? 럽유는 내가 전에 써서 저렇게 알려줬는데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고 나비는 쓸줄 알고 아가 귀엽다는 아마도 통역기를 쓴걸까? 아차 아가도 쓸줄 아니까 귀엽다는 아마도 컴퓨터로 찾아 보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엇카'는 무슨뜻인지 모르겠다. 난 우리 트라시를 너무 사랑한다. ㅋㅋㅋ 트라시래......이 블로그 보면 자기 이름도 못쓴다고 자괴감에 빠지는 건 아닐까? 지금부터 트래시를 트라시라고 부르는게 나을까? ㅋㅋㅋㅋ

아들 태어난지 한달 된 기념사진을 아내가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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