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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식빵 먹는 양 본적 있는 사람 거수!

참 멀기도 하다. 퍼스시내에서 처가까지는 4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삼촌 얼마나 더 가야 ?"
"오이! 조카들 출발한지 30분 밖에 안지났는데 ...."
출발하기전에 미터기를 0으로 맞춰 놓은 트래시는.....
"우와 서방님 뒤에 다 자는거야?"
"ㅋㅋㅋ응!"
"이제 50키로 조금 넘게 왔는데 .....이.럴.수.가!"

맨날 봐도 차에타기만 하면 자는 조카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쯧쯧쯧....다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인데 ...눈뜨고 보면 얼마나 좋을꼬....하는 안타까움 마저 밀려온다. "다 ....지들 복이지..뭐!"
처가집에는 지금 아무도 안 계셨다.
장모님은 애들레이드에 한달째 둘째딸 세라와 여행중이시고 장인어른도 일주일전에 합류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조그만 마을에 들러서 간단하게 우유하고 몇 가지 과자들을 사서 도착했다.

아차..전편의 이야기를 읽으시면 내용을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수 있겠네요!
[엉뚱이 조카들의 조기 유학기] - 학창시절 12년간 개근상 받은 내가 조카들 학교 결석 시킨 이유!
[청카바의 여행기] - 외국사람들은 정말 중고 물품을 좋아할까?


신선한 호주 공기가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농장!
아침에 일어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농장을 보니 ....마음도..안구도 정화되는 느낌이다.
호주 서부의 겨울은 우기다....비가 많이 와서 보이는 곳마다 물이 넘치고 들판은 파랗게 변해서 오히려 풍성해진 느낌이다.
반대로 여름은 건기여서 잔디도 메말라 있고 나뭇잎들도 노랗게 물들어서 오히려 생기가 없어 보이는 편이다. 산불도 많이 나고 말이다.
촉촉히 젖어있는 잔디를 보니 산책이 하고 싶어졌다.
이미 조카들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지 맘대로들 사진에 담고 있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서 농장을 한바퀴 돌면서 산책을 하기로했다.
운이 좋으면 캥거루도 볼수 있을테고 에뮤도 있을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옷은 최대한 대충 입었다.
잔디들이 다 젖어 있어서 금방 버릴 각오를 하면서......
"서방님 이거 가져가야지!"
"아하......ㅋㅋㅋ"
"삼촌 빵을 왜 가져가?"
"양 주려고 ...!"
"뭐....양이 빵을 먹어?"
"ㅋㅋㅋ 보면 알아!
신선한 충격들....
조카들에게는 수평선이 보이는 농장크기가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삼촌 이게 다 숙모네 농장이야?"
"응 저거 나무 잘린데 까지는 ..."
"후아.....진짜..크네 "
"밑에 검은 콩보이지...그거 주워다 심게 ...몇개 주워"
"ㅋㅋㅋ 이거 양 똥이잖아..."
"ㅋㅋㅋ 어떻게 알았어.."
"한국에서 염소똥 본적 있다구"

그나마 조카들의 외갓집 할머니댁은 모두 시골이었다. 게다가 모두 농사를 짓기까지 하니....전에 서울에서 전학온 여학생처럼 콩잎을 보고 깻잎 맛있겠다를 연발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멀리 양들이 모여있는게 보였다.
트래시가 식빵 봉지를 흔들어 대자 양 몇마리가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갑자기 눈빛이 변해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그냥 막 덤벼들기까지한다....
식빵 안주면 뒷발질 할것같은 눈빛으로....
"우와.....완전 잘먹어...."
"ㅋㅋㅋ 진짜 신기하다."

나도 처음 봤을때 양이 식빵을 이렇게 잘 먹을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못먹을게 머야....그치...베지테리안(채식주의자)니까...빵먹는게 오히려 당연한건데...사자나 호랑이가 빵먹으면 조금 이상한거고 ......ㅋㅋㅋ
장인어르신의 농장에는 댐(Dam)이라고 불리는 저수지가 4개가 있는데 한곳은 꽤 커서 보트도 한대 있을 정도였다. 언제나 물이 있는곳에는 동물들이 많은 법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봤잖은가....
사자도 목마르면 물마시러 오고 그 안에는 악어가 있고 ..저 귀퉁이에서 사슴이 목을 축이는 그런광경...
"저 발자국 보이니?"
"응...되게 많은데...'
"사자야.....사자가 있어...이곳엔.."
"삼촌....나 바보 아니거든...양똥이 저렇게 많은데...."
"ㅋㅋㅋ 아냐...콩이라니까....몇개 주워서 심어봐..."

끝내 속지 않는다.....'어린것들이 동심이라곤 눈꼽 만치도 없다니....'
수지에 있는 가재를 잡을까하다 너무 추워서 포기했다. 여름같으면 ..백만불짜리 별들을 보여주며 생색을 내겠지만 겨울이라 별들이 뒷구름에 죄다 숨어버려서.....아쉽지만.....
'그것도 지들 복이지 뭐'

그 넓디 넓은 농장을 한바퀴 순회하고 도망가는 토끼를 찍으려 연방 셔터를 눌러댔지만...

"우와 삼촌 난 토끼들이 저렇게 빨리 달리는거 처음 알았어..."

"그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도 안 읽었냐?"
"진짜...빠르다.."

염소와 양이 다른점...

한국에도 염소는 심심찮게 볼수 있다...
하지만 양을 보기란 별로 쉬운일이 아니다. 전에 식구들과 함께...강원도 어디께를 놀러 갔는데 ..양한테 먹이주는 그런 체험...양한테 여물 좀 주려고 길이 2키로 이상 서있었던 기억에 ....이렇게 쉽게 양이랑 노는게 ..참 호사처럼 느껴진다.
처갓집 농장 한 가운데에는 양 털 깍는 창고가 있다.
닫혀진지 꽤 된듯 적막함이 맴돌지만....숨겨진 열쇠를 찾아 문을 여니..장인어르신의 깔끔한 성격처럼 창고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뒤늦게 양털을 두어마리 깍으셨는지...바닥에 깍인 양털이 놓여 있어 조카들은 신기한 맘에 만져본다.
"삼촌 이거 진짜야?"
"야 ...여기있는게 진짜지...가짜겠니....ㅋㅋㅋ"
"완전 가짜 같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느낌..."

나도 처음에 양털을 만져보고 ...'인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기름이 끈적거리는 것이...마치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한 3일 머리 안 감은 머리털 만지는 느낌.....ㅋㅋㅋ
언제와도 신기한 느낌이다....양털을 깍는다는 창고도 양털을 깍는 바리깡도....
"자! 봤으니까...이제 나가자...담에 양고기 먹을때 더 맛있게 먹을수 있겠지...!"
"ㅋㅋㅋㅋ 삼촌 저렇게 귀여운데..."
"소는 안 귀엽냐....!"

밖에는 비가 들이치고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의 서호주의 하늘은 잔뜩 먹구름을 머금고 가랑비를 흩날리고 있었다.
농장을 한바퀴 돌았을 뿐인데 벌써 점심이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는 맨지멉(처갓집)의 자랑인 나무들을 보러갈 예정이었다.
트레시는 벌써 겁을 주기 시작했다. 60미터짜리 나무 올라가는게 무슨 대수라고!
대한민국 군필자인 나에게...


양한테 식빵주러 가봅니다....일단....날씨가 사진을 좀 아는지...화사하게 햇살을 빼꼼히 내줬네요...짜식.,.
조카들은 사진 찍으랴 빵주랴....정신없습니다만...양들은 삭빵앞에서 아주 정신줄을 놔버리더군요...ㅋㅋㅋ
작업복 모냥새가 조금 그렇습니다만....ㅋㅋㅋ 순수한 양들이라고 하잖아요!....냄새가 어찌나는지.. 비맞고 머리 몇달 안감은 그 냄새....ㅋㅋㅋ 옷 버릴 각오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S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네요!
양털 처음 본거처럼 촌스럽게 구는 조카들...ㅋㅋㅋ 기념으로 조금 뜯어감....트래시왈
"최하위 양털인데...ㅋㅋㅋ"


명색이 겨울인데도 노란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네요...귀여운 포즈를 요구하니....밥먹고 소화안되는 포즈가 나오네요....ㅋㅋㅋ

60미터 짜리 나무 올라가는 이야기를 보시려면 손가락 추천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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