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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카바의 여행기

외국사람들은 정말 중고 물품을 좋아할까?

배낭여행의 자유로움...
패키지 여행의 편안함...
이도 저도 아닌 바리바리 '가족 여행' 을 결정하기는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냥 남들이 보면 이제 조금 바뻐보이는 정도의 일을 하면서 ...

"오우...진짜...바빠 죽겠네..."라는 핑계로 '휴가 계획'을 세웠다...
"마눌님? 나 휴가 갈거야 ...십일정도...ㅋㅋㅋ 부럽지?"
"그래? 난 3주 휴가 갈건데 ..."
"허거덕"

자영업을 하는 나도 3주 휴가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데...심지어 .... '군인' 인 트래시에게 그런일이 가능하다니....
어쨌든 그렇게 집에 있는 조카들...누나 그리고 고양이 나비까지 ...처가가 있는 서호주 퍼스로 향했다.
우리보다 이틀 먼저 퍼스로간 와이프와 고양이 '나비'는 ...

"서방님 날씨...너무...좋아..맨날 비와...ㅋㅋㅋ "
"그래? 음청 춥겠네?"
"응...잠바 입었어.."


일년 내내 잠바 입을 일이 없는 호주 다윈에서 잠바를 입을수 있는 날씨로 여행가는것 자체가 설레는 일이 되어 버릴줄이야....

촌놈 마켓에 가다....

내고향 함평은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내 놓으라해도 손색이 없는 촌중에 촌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섯 손가락중 결혼반지 끼는 4번째 손가락 두번째 마디쯤 되는 촌....

어릴때 읍내 5일장의 위력이란 대단해서 2일 7일이 들어가는 날은 버스에서 편히 가는 것은 포기해야할 정도였다.
동네 할머니들도 그냥 돋자리를 버스 바닥에다 깔기도 하고 ....
"오메 ...거기는 내가 삼십년전에 버스회사 생길때부터 예약해 논 자링께 ..비키그라..." 라며 타시는 웃기기로 소문난 영광떡(댁) 할머니가 타시면 버스는 한바탕 웃음으로 왁자지껄 해지곤 했다. 그런데 ...이 장이라는 것이 중학교를 입학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엔...면다위의 장들은 거의 없어져 버리기 까지 했다. 아무리 시간이 빨리 지나서 그런다 치더가도 너무 한 것이 아닐수 없었는데 ...그때 당시 한참 유행이던 ㅇㅇ 마트 등등  우후죽순으로 읍내에도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안타깝게도 읍내장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유난하게 장터는 재미있는 일이 저절로 생기는 곳이었다.
시끄러운 아주머니의 웃음소리 ....여기저기에서 울어대는 고양이 개소리...그리고 생선비린내....
호주 퍼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웬 시장터냐고?

"서방님 마켓 갈래?"라는 와이프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시장이란....

벼룩시장을 가려면 진짜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한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시장이란 새벽형 인간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왜냐? 괜찮은 물건은 진짜 부지런한 새들이 낚아채 가버리기 때문이다.

시차적응중이라는 핑계로 .....늦잠 좀 자보려고 했건만.....새벽 6시 20분에 엉덩이를 하도 꼬집어 대는 와이프때문에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호주 다윈과 퍼스는 1시간 반 시간차가 난다.)

조카들을 깨우러 가니 이미 ..마켓 탐방 준비 끝....게으른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것이다...

멋쩍은 얼굴로...

"에....긍께..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마켓에 가서...에 또..."
"서방님 얼렁 타...시간 없다니까..."
"ㅋㅋㅋ 얼렁 가자구"
"서방님 완전 관광객인데 ..카메라에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단거야?"
"ㅋㅋㅋ 이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관광한다고 하는거지 ..ㅋㅋㅋ"

커다란 쇼핑 센터의 주차장을 일요일 아침 6시 반부터 9시까지 마켓으로 활용하는 곳이었다. 누구나 와서 장사를 할수있지만...인원제한은 있다. 자리세는 주차장 하나당 10불.....
6시 반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사람이 북적대고 있었다.

입장료는 사람 머리당 1불씩 지불하고 신발끈 묶고서  신나는 쇼핑 요이똥!

'히야...요즘 세상에도 테잎 듣는 사람이 있는지 ..테잎도 있네 ..'

테레비전부터....신던 신발까지 정말 없는게 없다....단지 ...새 것만 없을뿐...새것같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가서 보니 트래시 큰언니 론다는 벌써 보따리가 가득이다.
'역시 아이들이 4명나 되는 주부라...솜씨가 아주 프로야....!' 서양사람들은 대부분 깍는거 잘 못하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니 ..나보다도 잘한다....개당 3불이라고 써있는 아이들 옷을 서너개 집더니....2불? 이런다...ㅎㅎㅎ
뒷짐지고...한참 돌아다녔다. 딱히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는게 아니라 ...사봐야 다윈까지 들고가야할 짐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촌스러운 헤드폰과....청카바...
헤드폰 새거는 10불에 사고 ..청자켓은 ...4불....ㅋㅋㅋㅋ 뭐 구차하게 깍고 뭐고 할게 없었다....상태들이 왓따였기에...
날씨도 춥기에 헤드폰을 귀에다 쓰고 머리를 흔들어 대는 모습을 보고 트래시도 론다도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뭔 음악 들어?"
"아니 ....내 심장소리 듣는데 ....ㅋㅋㅋㅋ"

엠피쓰리가 있을턱이 있나 그냥 옷 안쪽에서 이어폰 꽂는 부분을 꺼내면서.....'역시 상처난 내 영혼을 치료하는 방법은 이방법이 가장 좋다니까....ㅋㅋㅋ '

내가 퍼스에서 '상도' 찍은 사연!


작년에 퍼스에서 살때 ..주변에 사는 한국분이 집에 쓸데 없는 물건이 너무 많아 처치가 곤란하다는 말을 하길래...
"그래요? 그럼 벼룩시장에다 내다 팔지요?"
"에이 이런걸 사겠니?"
"에유...안 가봤으면 말도마...깨진 쪼빡도 팔드라니까요!"

그렇게 내가 물건을 팔고 수입은 반반씩 을 하기로 했다.
물건을 준 사람도 반신 반의였다...'설마'
물건을 파는 것은 일찍 일어나는 새보다 더 빨리 일어나야 했다.
게다가 좋은 자리를 차지 하려면.....줄도 잘서야 했고..

장인어른한테 빌린 트럭에다 짐을 싣고서 새벽 5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도 커트라인 걸릴까 말까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입장.....좋은 자리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둘러봤으나...
'어디가 좋은 자리인지도 모르겠다....ㅋㅋㅋ'
그냥 차 주차하고 그 앞에다가 물건을 깔았다....
깨진 쪼빡부터.....제대로된 히터까지.......
낚시의자에 앉아서....신문을 보고 있는데 ...귀찮게 자꾸...가격을 물어본다.
그래서...그냥 종이위에다 가격을 적어놓고 ...신문을 보기 시작했는데 ...
그때부터 신기하게 깍으려는 사람도 없이 ..그냥 사가는게 아닌가!
신기한일이었다.
물건은 순식간에 바닥이 나버려서 ...장이 파하자마자 제일 먼저 차를 가지고 나왔다.
주머니에는 400불..사십만원 가량되는 거금이....
돈을 보여주자..물건 주인은...

"물건 다 팔아버렸냐?"

"ㅋㅋㅋ 다 팔려버리던데요"
"쪼빡 깨진것도?"
"ㅋㅋㅋ 히터 산 사람한테 거저 줘버렸어요!"

내가 가본 마켓중 엄지 손가락 두번째 마디 정도 되는 '따봉' 콸리티의 마켓


아홉시가 넘어서는 다른 마켓을 가기로 했다..유아용품과 어린이 용품을 파는 시장...
호주사람들의 중고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가히 입이 쩍 하고 벌어진다.
입던 빤스를 중고용품에 파는 사람이 황당하다고 생각하지만....그걸 사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니...참 할말 없게도 만든다. . 내가 작업복으로 입는 옷도...세컨핸드(중고품)가 많다...
어차피 오래 못입는 옷이기에....
작업 공구 같은 경우는 중고로 사면 거의 반값도 안되는 수준의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오늘 오전에 간 유야용품은 말그대로 대박 시장이었다.
다른시장에 비해 입장료가 3불로 비싼 편이었지만.....시장 안의 물건은 ...그야말로...초 대박이었다. 가격은 거의 3불정도에 ....거의 새 물건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
꼬맹이 아이들 물건이기에 ....안 입은것도 많고 ....선물받았던 것들이 포장도 안뜯긴채 나온것도 더러 보이고...말이다.
론다와 트래시는 또 물건을 마구 집어들기 시작했다......
10분도 채 안돼 내 양손 가득이 되어 버렸다....

"이거 언제 누구 입히기나 하겠냐...?"

"서방님....이제 ...우리 청카바 주니어 만들어야지...."
"ㅋㅋㅋ 부끄럽게....ㅋㅋ"

큰누나도 놀란 모양이다....막둥아 ..이거 ...고작 10불이래....이 가방 봐..가죽에다가..상태도..딥따 좋은데 ....'누나 그거 아까...나한테는 5불이라던데 ....'ㅋㅋㅋㅋ

다윈으로 올라갈때가 걱정이다. 그 물건들 들어갈 가방자리가 있을까?
트래시보다 2주 먼저 올라가는 내 가방에 짐들을 실을것이 뻔하다...
난 왜 이렇게 속이 좁은 걸까? 남편이 되어서리...
'거봐....내가 많이 사지 마라니까...무겁다고'ㅋㅋㅋㅋ
어쨌든 도착한 첫날부터 쇼핑으로 몸을 풀었으니...남은 여행은 어떻게 채운다?
퍼스에서 4시간 정도 되는 처가집 농장가는 길에 간간히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겨울은 이곳의 우기여서 사방이 녹색이다..눈이 아주 편안해 진다.
사방에서 캥거루가 튀어나올것만같은 도로를 끝도 없이 달려간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 사진 올리는거 포기 포기..ㅋ.ㅋㅋ 포기는 배추김치 담글때나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이런데서 쓸줄은...ㅋㅋㅋ

덧글을 적는데 ..사진이 안떠서 먼사진인지도 몰겠음...ㅋㅋㅋ 아마 농장에 도착해서...한컷..

비행기 타기전에 벌써....목 베개부터...ㅋㅋㅋ 그냥 올린 사진이...하필 눈을 감고...ㅋㅋㅋ그러니까..사진찍을땐...눈을 부릅뜨라고...나처럼..ㅋㅋㅋ


하여간 싼 물건이 있는곳엔...'아줌마 천국' 이라니깐요...ㅋㅋㅋ 빨간 점퍼...진짜 가죽이라고 좋아하는 큰누나...ㅋㅋㅋ








처음 도착하자마자..쇼핑으로 여행을 시작한 조카들과 청카바....지금은 농장에서 고구마 구어먹고 고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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