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카테고리 해외생활 청카바 주니어 2세에 관하여 (하)

아내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동안 아주 깊고도 달콤한 잠을 자 버리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일어나자 마자 아내에게 멋쩍은 인사를 하고 샤워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며 용서를 구했다. 온몸을 타고 흘러 내리는 따뜻한 물줄기에 ....
의사가 들어와 몇가지 상황을 체크하고 시간이 길어질것 같다는 말을 한다.
"웨이팅 게임이에요!"
의사는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자임에 틀림없다.
기타부타 다른 말은 거의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긴 여운이 남는 한마디를 남기며 알듯 모를듯한 옅은 미소를 짓고 의사 가운을 휘날리며 병실을 나섰다. (사실 의사는 가운 따위를 입고 있지도 않았다.그는 아예 청바지를 입고 들락거렸다.)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 카테고리 해외생활 청카바 주니어 2세에 관하여....(상)
[청카바의 짧은 생각] - 미래의 나의 아들에게 ...


당직 간호사가 아침근무조로 바뀌었는지 새로운 간호사들이 연신 들어와 차트를 체크하고 인사를 한다. 이곳의 간호사는 마치 한국의 미용사와 비슷하다.
"잠은 잘 잤어요? 저는 안쏘니구요 오늘 담당을 맡았어요. 어디에서 오셨죠?" 로 시작해서 자기 남편 사생활까지 이야기하려는 찰라 아내가 얼굴을 찡그렸다.
"진통이...."
분명히 알수 있었다. 그건 진통이 아니었다.

몇번의 간호사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간호사마다 누가 아이를 키울것인지? 출산 휴가는 얼마나 잡았는지? 출산계획은 얼마나 되는지?
다들 비슷비슷하게 질문을 했는데 병원에 입사하고 받는 교육 내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게 질문을 했다. 아내와 나의 스토리는 꽤 특이해서 간호사들도 눈을 반짝한다.
사과농장에서 만난일,아내가 군인이라는점,6명의 출산 계획(?)(폐백때 밤 2개와 대추 4개를 받았음)은 분명 그들도 재미있었는지 연신 진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는 아내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국의 산부인과를 가본적은 있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누나들 몸을 풀고 나서 몇번 찾아가 본것이라...이곳이 꽤 한국과 다른것만은 틀림없다.
출산실에는 1인용 병원 침대가 놓여있다. 침대 옆에는 치질 수술(?)할때 다리를 올려 놓는 받침대가 달려있고 ...
샤워실이 겸비되어있다. 아이를 낳자마자 샤워를 한다고 한다. 이 사람들에게는 뼈에 바람 들어가는거 백날 설명해봐도 미신처럼 들리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티비도 있고 물 끓이는 주전자 냉장고 등이 겸비되어 있는데 한눈에도 병원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깔끔한 여관이 생각 날 정도다.

아내의 진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무통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아내는 날 보며
"아주 못된 녀석이 태어날건가봐 4주나 서둘러서 나오다니!"
"ㅎㅎㅎ 널 닮았겠지?"

한대 맞았다. 분명 아내는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몇명의 의사가 병실을 방문했다. 소아과 의사 그리고 담당의사 그리고 호기심 많은 의사들...
아이가 크기도 했고 천정을 향하고 있어서 진통이 길어질수도 있고 해서 수술을 할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상당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내의 얼굴도 지쳐보였다.
진통이 시작된지 24시간이 다 되어갔다.
우선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밀어내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은 45분,길게 끌면 아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살아가면서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데 나오면서 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할수 없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간호사가 내게 물수건과 물병을 주면서
"아내가 땀을 흘릴때 얼굴을 닦아 주시고 목 마르다고 하면 물을 주세요!"
아내 트래시는 나를 보면서 한마디 한다.
"헤에...'워터보이'...."
이런 순간에도 농담을 하는 아내가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출산이 시작되었다. 그다지 순조롭지 않다. 자연분만이 어려워지면 바로 수술에 들어갈 준비까지 하는 상황이다. "50대 50" 이라고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아내는 수술을 하면 6주동안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도 걱정이고 출산계획도 어그러지기 때문에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다.(수술을 하게되면 아이를 최대 3명까지 밖에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는 마음이 바뀌었는지 당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공 흡입 사용하죠" 하고 담당의사가 말을 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준비가 되어졌다.
난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봐야했다. 아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간호사들의 애쓰는 표정,담당의사의 결연한 각오,소아과 의사는 그 와중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처음? 어디에서 왔어요?" 라고 키가 작은 소아과 의사가 내게 묻는다.
난 처음에 이말을 전혀 알아 듣지 못했다. 당최 이 상황에 나올만한 질문이 아니질 않은가!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다고
간호사가 내게 소리를 친다.
"카메라 스텐바이!"

아이가 태어났다 노래를 부르던 소아과 의사 녀석은 휘파람까지 덧붙여가며 노래를 부르다가 잠시 멈춰 아이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내게 일일이 설명을 한다.
난 어찌할바를 몰라 하다가 이내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현실로 돌아왔다.
고추를 점검할라는 찰라 녀석이 오줌을 찌익 갈겨댓다.
소아과 의사가 웃는다.
"흠 정상작동 되는군요!"
반사신경도 체크하고 울음소리도 체크하고 그 조그만 몸에 있을것들이 다 있었다.
난 그저 경이롭게 쳐다보고 있는데 간호사가 ....
"자 스마일?"
"응?"

탯줄을 잘랐다. 어설픈 나의 미소가 카메라에 잡혔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곧 아이는 자세한 검진을 받아야만 했다.
아내는 아이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쉬었다.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나의 '살인미소'를 날려줬다. 아내는 눈을 감았다.
기나긴 하루였을 것이다. 진통이 시작한지 25시간 만이었다.

아이는 몇가지 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난 그곳에서 아이의 이름을 적고 의사의 말을 들어야했다.
키가 작은 소아과 의사녀석은 아이의 걱정보다 우리의 보험상태가 더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군인 보험으로는 아이의 '특별 케어' 라고 불리는 금액을 감당하지 못함이 자명하기 때문이다.(하루에 130만원이었다.) 난 씩 웃으며 한마디 해줬다. "내가 전라도 함평군 손불면의 왕자야 그깟 돈 따위로...." 돈의 액수가 나왔다.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사가 놀란다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난 아이의 얼굴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젠장 코가 완전히 날 닮아버렸어!'

부모님과 장모님에게 전화를 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처갓집에서 올라오셔서 처형집에서 5분대기 하고 계셨고 엄니는
"오메 그러믄 오늘 부터 미역국 먹여야 쓴디?"
"엄니 이 나라 사람들은 그런거 안 먹는가비여 그냥 빵하고 우유 먹은당게!"
"오메 어째야 쓰끄나! "

누나들은 누구를 닮았는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다.
간단히 말하면 머리색은 옅은 갈색이고 눈은 조금 더 갈색이다.(보통 코카시안 태어날때 눈은 푸른빛을 띤다고 한다) 코는 영락없이 나를 닮은듯하나 잘 모르겠다.
아부지는 이름을 짓느라 바빠졌다. 중간이름을 한글로 짓기로 했다. 아내인 트래시가 이름을 직접 짓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이름은 아부지에게 맡겼는데
"그랴 그럼 돌림자로 지어야 씅게....."
아마도 내가 기대하는 아주 촌스러운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중이다.

PS:아내도 건강하고 아이도 건강하다. 천문학적인 사설병원비를 감당해 내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아이 보험을 들기로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전라남도 함평군 손불면 왕자(?)의 체면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손가락 손톱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경이로움이 절로 느껴집니다. 저 작은 손가락 하나하나가 ....저토록 자유롭게 움직이다니..
아이가 태어나고 병원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아내가 찍은 사진 ...참 트래시의 장난기는 어디까지인가....ㅋㅋㅋ 미스터 스퀴글이라는 햄스터를 조카에게 선물받았는데 아들에게 주려고 병원에가져 왔다 그런데  아들보다 제가 먼저 사용해버렸군요!!!
첫 가족 사진이 되는 건가요? ㅋㅋㅋ

아내는 이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자기 코가 너무 높게 보인다나 어쩐다나..ㅋㅋㅋ

내용이 재미있으셨어요? 손가락 추천 해주시면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됩니다.

청카바의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 구독을 하시면 더욱 더 쉽게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구독 방법은 우측 상단 혹은 하단의 뷰구독 +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