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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아내 트레이시(Tracey)에게.....

집을 떠나 멀리까지 와 버렸네...
처음에는 한국에서 정 반대편인 남미로 간다고 했을때 응원 아닌 응원을 해준 당신에게 아주 감사를 하고 있어....아르헨티나에서 매일 스테이크를 먹으며 전화를 할때마다 당신의 볼멘 목소리에서 투정 아닌 투정을 느낄수 있었지...
그러게 ..'웬 베쥐테리안(채식주의자)이야?' 어서 포기해 ...한국가서 실컷 갈비나 뜯게...사실 한국에서 갈비 2인분 시켰을때 나쁘지 않았어 ...당신은 상추만 먹었으니까!

여행을 할때마다 내 약지에 끼워진 금 가락지를 보며 친구들이 내게 묻더군!
"결혼 했구나?"
난 사실 여행 오면서 반지를 챙길때 '설마 이것만 보고 유부남인걸 알까?' 라고 생각했는데 ..
유럽친구들에게는 거의 기정 사실 이더군...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반지쯤은 아주 남발하거든...
자네가 한국 여행하면서 봤던 내 후배의 약지에 끼워진 '우정 반지' 처럼 말이야...당신은 그 친구를 게이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아닐거야...생각해보니 그 녀석 참 계집애 같은 구석이 있긴 하더군...차 마시며 입 닦아데는 것이 ..

아차...그리고 반지를 끼운채 마추픽추에서 와이나 픽추 올라간거 미안해 ...
글쎄 ..너무 무서워서 암벽들을 꽉 잡고 비벼대는 통에 내려와보니 반지 절반이 달아져 있는게 아니겠어....? 절대 잊어먹고 새로 산거 아니라구! 
볼리비아에서 만난 호주 친구는 결혼 한지 일주일 만에 결혼 반지를 술 마시고 누군가에게 줘 버렸다더군..난 정말 그러지 않았어...난 칠칠치 못한 호주인도 아니잖아...

내가 유럽까지 간다고 했을때 당신의 당황하던 눈초리 나도 읽었지만 그냥 모른척 했어...생각해봐...이런 기회가 아니면 내가 언제 이렇게 맘놓고 여행해보겠어...당신 카드를 사용하는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마치 남의 돈으로 여행하는 기분이라구 ...
당신도 오고 싶지? 알아 왜 아니겠어 ...티비로 실컷 봐왔지만 와보니 정말 좋은걸...하지만 정말 다행이야 당신이 동남아를 좋아하는 것은 말이지 ...북 유럽 따위를 좋아했다면 난 진작에 당신 여행 경비를 위해 신장이나 각막쯤을 팔아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당신에게도 좋은 소식은 있어...나도 이 비싼 유럽이 남미만큼 마음에 들진 않다는 거야!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나를 심하게 부러워 하더군...

"그래..그러니까..넌 여행하고 니 아내는 호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그래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지..."
"그래? 설마 어쩔수 없는 사정이라는게 ..니 여행 경비 때문인거는 아니지?"
라고 묻더군...대답하지 않았어...생각해 보니 거짓도 아닌거 같잖아!

어쩌다 보니 호주의 정반대에 있는 유럽이야...맨날 길을 잃고 헤메고 있지...라고 페이스북에 써놨더니 당신이 답글을 써놨더군...'역시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군' 하고 말이야...그러지마...나 상처 안받는 척 하면서 엄청나게 상처 받아서 네비게이션 샀잖아...뭐 가격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당신이 잘 알거라 믿어 ..당신 카드로 긁었으니까!

지금은 암스테르담이야 ...남들이 그러더군....남자들의 천국이라구! 그래 영화에서 보면 총각파티를 이곳에서 하곤 하잖아...
글쎄...네덜란드 사람은 호주인과 썩 비슷한 구석이 있어...'마음이 열려 있고 매사에 즐거운것' 정도라고 말하고 싶지만...거의 생각없이 살아대서 이 멋진 곳을 섹스와 마약 천국으로 만들어 놔 버렸지..절대 내가 결혼을 해서 혼자 이곳에 와서 투정부리는거 아니야 ...모르지 20대 초반에 이런 곳에왔다면 길거리에 나 앉아 있는 저 히피가족처럼 되어 있을지도 ...
어쨌든 난 30대에다가 결혼한 몸이잖아...그래서 결정했어 ...며칠 더 있을까 하다가 오늘 저녁에 떠나기로 ...당최 이곳에서 유부남이 할수 있는 일이란게 있어야지 말이야...벨기에의 지방 도시들과 프랑스의 시골들이 보고 싶어 ...아마 천천히 여행을 하면 될거야 ..사실 조금 걱정돼. 시골에 싼 호텔들은 거의 없거든.....여름이라면 캠핑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실컷 할텐데 지금 그랬다간 입이 돌아갈지도 모른다구...당신도 키스할때 옆으로 해서 목디스크 따위 걸리고 싶지 않지?....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한국말로 쓰다보니 길게 써지네...곧 만날수 있을거야...고작 한달 남았다구...
그리고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거 ...그래서 약속했잖아.. 배 터지게 칠면조나 먹고 코가 삐뚤어지게 맥주나 마신 다음 질펀한 낮잠을 자야하는 크리스마스에 캠핑가기로 ...그러니 ...한달만 기다려줘 ...그럼 허리까지 자라있는 잔디도 내가 깍아줄테고 그 무거운 고장난 티비도 내가 옮겨 줄테니까! 이번여행으로 인해 당신이 나의 소중함을 알았다는게 기뻐...값싼 노동력이든 뭐든 말이야 ..그럼 이만 줄일게 ....당신이 멋진 여행지마다 엽서를 쓰라고 해서 엽서를 알아봤는데 글쎄 한장에 5유로나 하는거야 ...그래서 이렇게 장문의 편지를 인터넷에 쓰는건 절대 아니야 ...엽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걸 알아주길 바래....Love you XOX 

PS: 지금은 벨기에 아론에 와있어 ...이틀째 캠핑중이야...글쎄 ..추운날씨지만 나쁘지 않아 남부 벨기에 사람들은 죄다 프랑스어를 쓰지! 내가 지나갈때마다 아주 기분나쁜 시선을 보내곤 하지만 결코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거 아니라는거 알아! 그래서 내가 '봉주르'라고 인사를 했지 그랬더니 어깨에 맨 핸드백을 가슴께로 가져가는거 아니겠어? 이거 프랑스식 환영 인사 맞지?
이렇게 멋진 풍경을 네덜란드인은 마약과 섹스로 가득 채워버렸어....참 기발한 사람들이야!
이제 남반구의 최대의 환락가라는 호주 킹스크로스가 귀여워 보일 지경이라구!
거만한 프랑스인이 거만하지 않을때는 겁이 난다구 .....아마 독일이라서 그랬을거야...
어쨋든 지젤이 조만간 호주에 온다니까...이사갈 준비해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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