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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카테고리 해외생활 청카바 주니어 2세에 관하여....(상)

여행을 마치고 2년간 정든 다윈을 떠나 이삿짐들을 에들레이드로 보냈다.  
한국사람의 최대의 약점(?)이라는 미운정을 듬뿍 안고 떠나온 다윈 노던 테리토리,보아밥 나무,크로커다일,태풍,번개,폭염,식용개구리,나이트마켓 등등....
그리고 다시 퍼스로 돌아왔다. 
12월은 호주에서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할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주에서 최대 4주까지 휴가를 갖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명절처럼 고향에가서 머물면서 보내는 것보다는 대부분 해변이나 캠핑카를 끌고 어디든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무는걸 선호한다. 
우리도 그런 휴가를 보냈다. 작년에 자전거 여행으로 아주 심신(?)이 힘든 여행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때문만이 아닌 다른 이유가 더 컸지만 말이다. 

아내는 만삭이었다. 
만삭....배가 남산만큼 부른다고 표현한다. 산 다운 산이 제대로 없는 호주에서 아내에게 남산이라는 표현을 이해시키려 노력해봤지만 그저 뾰루퉁한 얼굴을 짓는다. 
"그러니까 서방님 남산이 연인들이 열쇠 많이 걸어놓은곳 아냐?" 
그렇다. 우리는 남산을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다 왔다. 젠장 만삭인 아내에게 수월한 설명을 하려면 걸어올라갔다 와야 했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조금 해봤다. 

크리스마스 캠핑을 다녀오고나서 의사와 약속이 잡혀 있었다. 처갓집에서 퍼스로 올라왔다.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아이가 굉장히 크군요"
아내는 나를 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짖는다. 
그 표정을 보면서 난 혼자 자책했다. 
'서방님 때문이야...서방님 얼굴이 대따 크잖아' 이런 표정이다. 
의사는 우리를 보더니 한참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우리를 보고 한마디 한다. 
"스몰 베이비 이스 스몰 프라브럼,빅 베이비 이스 빅 프라브럼"
내가 의사에게 들은 최고의 명언이다.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몇번의 잡지사 기고 문의가 있었다. 
상황이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블로그의 성격과 전혀 다른 경우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싸가지 없이 거절하고 말았다. 
아내인 트래시는 ....
"한번 해봐...재미있을것 같은데 왜?"
남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라고 했던가!
한국 문화를 소개할수 있는 영문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영작이라 조금 고민을 하긴했지만 블로그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것 같고 한가한 지금의 상황(?)과도 잘 맞는것 같아서 수락했다.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글을 다듬고 마지막 송고를 했다. 아내가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서방님 글 보냈어?"
"응 방금 막 끝냈어!"
꽤 늦은 시간이어서 양치를 시작했다. 아래층에서 가방을 메고 돌아온 아내는 나를 보면서 씩 하고 웃는다. 
"서방님 준비됐어?"
"뭐가?"
"진통오는데!'
"장난하지마!"
"ㅋㅋㅋ 농담이야!"

역시 농담이었다. 그리고 양치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읽다만 책을 펼쳐 들었다. 그때도 아내 트래시는 가방에 이것 저것 집어 넣는다. 
바로 이틀전에 우리는 '멋진 아빠 엄마가 되는법' 강좌를 들었던 것이다. 강좌는 장장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에 끝나는 대장정이었는데 36주차에는 병원에 가야하는 가방을 준비 해야 한다고 했었다 난 그때까지도 그런건 진통와도 늦지 않아라고 트레시에게 핀잔을 주었다. 
"가자 서방님!"
"어딜?" 
"병원가야지! 진통이 점점 세져!"
"농담이라며!"
그녀의 눈빛을 보니 ......'아씨 진짜잖아!'
"어 가방 싸야지....차키 어딨지? 병원에다 전화는? 의사한테도 알려야 하나?"
허둥지둥 갈팡질팡 난 패닉이 되었다. 
"서방님 저기 싸놓은 가방들고 차키는 1층 현관에 그리고 병원에다가는 전화했으니까 운전만 해!"
젠장 난 항상 이런식이다. 갈팡질팡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틀전에 '멋진 아빠 엄마 되는 법' 강좌에서 병원 관람코스도 있었는데 벌써 이런 주인공이 될줄이야!진통은 참을만 한지 아내 트래시는 별다른 말없이 병원복으로 갈아입고서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가끔 얼굴이 찡그려지는 모습을 보며 
"왜? 똥마려? 아님 아이가 나올거 같아?"
나를 노려보며 한숨을 쉬더니 "잠이나 자" (나중에 알고보니 아내는 고통을 삼키는 심호흡 중이었다.) 아! 도움이 안되나 보다하며 난 잠이나 잤다. 
아침이 될때까지 난 그대로 잤나 보다 아내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고 가끔 심호흡을 했다. 
간호사가 들어와
"잠 잘 잤어요? 이렇게 잠 잘 자는 남편은 처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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