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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이 조카들의 조기 유학기

한국 40대 아줌마가 호주에서 용감하게 살아가는 방법...

가끔 첫 만난 사람들이나 나의 가정 환경을 잘 모르는 대학 친구들이 내게 묻곤한다.
"가족이 어떻게..."
"6남매!"
"허거덕..."

난 그중에 막내다. 뭐 늦둥이라면 늦둥이겠지 아버지 나이 40에 나를 낳으셨으니..
그 덕에 큰누나랑은 11살 차이가 난다.
사실 함께 살아본 기억도 없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사회인이 되어 있었기에.
당시의 누나 친구들은 휴가를 함평 시골집으로 오곤 했는데....
"아이구...니 막둥이 음청 귀엽네..."
그도 그럴수 밖에 20살이 넘은 아가씨들의 눈에 초등학교 2학년 코 찔찔 흘리는 막내 동생을 귀엽다고 하지 않는다면 뭐가 귀엽겠는가?
그런 우리 큰누나가 벌써 40이 넘어 버렸다. '불혹' 이라지....
그런 아줌마가 호주에 딸과 조카를 데리고 도착해 버렸다.

나한테는 누나 딸한테는 엄마 조카한테는 고모.....
조카와 딸의 유학 뒷바라지를 하는 누나는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도시락 챙기랴 간식 챙기랴 더운 햇볕 무서워 모자챙겨주랴....
그러고 나면 내가 한마디 한다.
"누나 밥줘"
"커피는?"
얻어먹으면서 '누나가 있어 행복해요' 가 절로 나온다.
그런 나를 보고 트래시가 가만 있을리 없다.
"서방님 ...밥은 혼자 알아서 먹으시지요?"
"넵..."

그런 누나가 요즘 변했다.
몸이 근질거린다는 아줌마..
한국에 있었으면 누구 엄마 맥도날드에서 만나서 모닝커피 한잔 하고 수다떨고 집에오는길에 마트에 들러서 장도보고 같은 동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 만나서 남편 흉보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던 아줌마가
호주에서 친구하나 없이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어찌 살아갈가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리고 호주에 온지 6개월쯤 지나자 어느새 영어도 부쩍 늘었다.
맨날 라디오를 끼고 살더니 그 보람이 나오는가 싶었다.
일이 없는 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엉덩이 긁으면서 주방으로 나오며.
"누나 밥줘!"
"니가 차려먹어 나 나가야돼!"
"어디가는데..."
"학교 도서관!"
"거기서 뭐하는데?"
"봉사활동!"

그렇게 쏜살같이 자전거를 타고 사라진다.
'밥은 차려주고 가지..'
그렇게 난 다시 '찬밥 신세'가 되었다.
나보다 친구가 더 많은 아줌마
"누나 오늘은 봉사활동 없지? 밥줘~!"
"오늘은 그레이 커뮤니티라고 뜨게질 하러 가야되는데.."

그렇게 또 찬밥이 되었다.
요즘에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조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주일에 두번 봉사활동을 하고 하루는 그레이 커뮤니티가서 할머니들이랑 수다떨며 뜨게질 하고 최근에는 적십자사에서 하는 세컨핸드(중고샾)샾에가서 봉사활동까지 하신다.
"누나 호주에 봉사활동 하러 왔능가?"
"그럼 취업도 못하는데 뭐하냐?"
"아냐 바빠보여서...."

며칠전에 나한테 범죄경력 증명서를 어떻게 떼냐고 묻길래...
"머 죄졌능가? 그런건 뭐하러?"
"아니 적십자사 봉사활동 하려는데 떼오라고해서 ...'
"ㅋㅋㅋ 열심이네.."

그렇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누나에게도 불만이 하나 있었다.
"야 막둥아 그거 알어? 호주는 봉사활동을 해도 밥을 안줘!"
"ㅋㅋㅋ 당연하지...트래시 군대도 도시락 싸가잖아"
"그래도 봉사활동 하는데..."
그래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오늘은 그레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할머니가 자몽을 한 봉다리 주더라구" 등등...끊임없는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진다.
처음에 와서 영어도 버벅대고 숫기 없는 이 아줌마가 1년을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
이제는 '그만 좀 나 다니고 내 밥좀 차려줘' 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 그녀의 한마디 때문에 ...
"호주는 알면 알수록 참 재미있는 나라야"

아마도 내가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제야 느끼고 있을 큰누나가 대견(?)하기도 하고 그동안 집안의 맏이로서 동생들에게 양보만 하면서 살아온 누나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맘대로 하는 지금이 행복해 보여 '찬밥신세' 인 나도 행복하다.


       집에서 찬밥신세라고 느끼시는 분 혹은 라면에 찬밥 말아먹는거(?) 좋아하시는분 
                                             손가락 추천!
저번주 카카두 국립공원 캠핑에서....누나가 제 블로그를 볼때마다 자기 사진은 좀 작은걸로 초상권 보호해 달라고 ...
요 사진에서 포인트는 저의 새로 산 신발 되겠습니다. ㅋㅋㅋ
위에 사진은 조카들 첫 오픈스쿨 기념으로 학교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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